100만원에 매물로 나온 중고차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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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폐차하지…. 참 인간들 잔인하네요.”

3월 11일, 차량 공매사이트에 올라온 한 차량 사진을 본 누리꾼 반응이다. 공매로 나온 차량에 붙은 특이사항 설명은 이렇다. ‘장기 방치, 침수 의심 차량, 실내 악취 아주 심함. 악취로 인해 차량 운행 어려울 것 같음. 히터 및 에어컨 가동 시 악취 더욱 심함(필히 참조하세요). 현재 차량은 실내 클리닝한 상태이며, 실내 클리닝 전 타다 남은 번개탄이 있었음. 클레임 불가.’

읽다 보면 ‘번개탄’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힌다. 설마 자살자 차량? 아닌 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차량 내부 사진에는 번개탄을 담았던 것으로 보는 화덕이 옆 좌석에 남아 있다. 이 사진은 진짜일까. 사진에 남겨진 몇몇 단서로 원본을 찾아봤다. 결론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100만원에 나온 중고차 차량 내부 사진.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다. / 클리앙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100만원에 나온 중고차 차량 내부 사진.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다. / 클리앙

진짜였다. 인터넷 자동차 공매사이트에 실제로 올라온 매물로, 지난 3월 6일 입찰이 시작되어 15일 마감되는 차량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도 이 매물의 ‘전체 사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현재는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지만 전체 사진에 첨부되어 있는 기타 사진을 보면 이 차량을 마지막으로 이용했던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옆 좌석에는 번개탄뿐 아니라 검은 비닐, 신문, 빵집 비닐봉지, 담배 한 갑, 구겨진 종이컵 등이 놓여 있다. 사진에는 2015년 12월 29일이라는 날짜가 박혀 있다. 공매 의뢰자는 부천 소사구청이다.

“아, 지금은 깨끗하게 청소해놨어요. 클린 상태로 내놓은 거예요.” 공매차량을 보관하고 있는 해당 공매사이트 지방 영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이 차량의 공매가격은 100만원. 3월 11일 현재 아직 입찰자는 없다. 유찰이 되면 10%를 감액해 다시 공매에 내놓는데, 최대 6차까지 진행되며 감액은 40%까지만 이뤄진다. 다시 말해 계속 유찰되면 약 6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정말 자살자가 탄 차라면 누가 사갈까. “그게 감정가를 일부러 싸게 내놓은 이유일 듯한데, 일단 냄새가 심하게 나니 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해체해서 부품을 가져갈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이런 ‘사연 있는 차’들이 공매에 자주 나올까. 앞의 영업소 관계자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이런 차는 그렇게(자살자 차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아마 해당 구청도 세금체납 등의 문제가 있어서 그냥 폐차를 하지 못하고 공매를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이런 차를 보관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뭔가 상당히 찝찝하지 않을까.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어쨌든 차의 상태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어 사진을 게재한 것일 뿐입니다. 그게 우리의 일인데 어쩔 수 있나요.” ‘차량 번개탄 자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지난해 7월 이른바 ‘국정원 해킹 사건’에 연루되어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마티즈 차량이다. 당시 이 차량은 폐차 처분되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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