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주의] 음란한 한국.’ 2월 중순,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서 베스트글에 오른 글 제목이다. ‘후방주의’란 뒤에 누군가 눈에 띄는 상황이라면 게시물 클릭에 주의하라는 안내다. 음란한 한국? 글 내용은 검색엔진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특정 단어를 넣었을 때 결과다. 길거리, 여자, 일반인, 합법, 자음 ㄱ. 무엇이 연상되는가. 게시글은 두 검색 결과를 대비하고 있다. 위의 한글 단어와 함께 ‘street’, ‘woman’, ‘ordinary person’, ‘legality’, 그리고 ‘A’. 영어로 ‘street’를 검색했을 때는 평범한 길거리 사진들이 나오지만 ‘길거리’를 검색하면 도촬쯤으로 보이는 길거리 여성들의 뒤태 사진이 나온다.
‘woman’을 검색하면 여성 얼굴 사진이 나오지만 ‘여성’을 검색하면 비키니 차림의 뇌쇄적인 여성들 사진이 쏟아져 나온다. 가장 가관인 것은 ‘ㄱ’. 여전히 반라의 여성 사진들이 가득하다. ㄴ, ㄷ, ㄹ, ㅁ, …ㅎ 다 마찬가지다. 구글의 한국어 콘텐츠 검색 결과가 너무 방치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저희들도 사회학자나 민속학자를 찾아 물어보고 싶습니다. 왜 유독 한글 사용자들이 여성들 사진을 찍고 길거리 태그를 하는지 말이에요.” 구글 홍보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어 사용자들 이용행태의 반영일 뿐’이라는 것이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영어로 ‘street’와 한글로 ‘길거리’를 검색해서 나온 결과. / 오늘의유머
구글 검색엔진의 ‘초기 로직’은 이른바 페이지랭크 기술이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등의 아이디어이기도 한데, 문서의 중요도는 그 문서가 많이 링크되어 있는 순으로 올라간다는 원리다. 이에 따라 초기의 구글 검색 결과는 링크가 많이 되어 있는 문서를 우선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나열되었다. 물론 지금은 훨씬 복잡한 규칙이 적용되어 있다. 이것이 알고리즘이다. 구글은 <주간경향>에 보낸 답변에서 “한국어라고 해서 영어권과 다른 알고리즘을 적용하진 않는다”며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은 200여개의 시그널을 활용하며, 검색품질 업데이트는 연간 500회 넘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 치자. 그러면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 2월 11일 일베 사이트에는 이런 게시 글이 올라왔다. “아 씨X, 구글이 일베 고화질 로고를 막은 것 같다!” 그동안 교묘하게 일베 관련 기호나 이미지를 삽입해 방송사, 출판사 등을 골탕 먹였던 일베발 고화질 로고가 구글 검색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되었다는 것이다. 확인해봤다. 이 코너에서 이전에 다뤘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로고(1135호 언더그라운드.넷 ‘일베 맨유 로고 사건의 전말’ 기사 참조)나 이른바 ‘연베대 로고(연세대 로고에서 ㅇㅅ대신 일베를 상징하는 ㅇㅂ을 사용해 조작한 로고)’ 등 과거 논란이 되었던 ‘일베 고화질 로고’ 대부분이 다 막혔다. 구글 측은 “구글의 입장은 동일하다. 리다이렉션 오류는 해당 사이트의 문제로 보이며 구글은 당연히 막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베 쪽 사이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라는 설명이다. 막장사이트 ‘일베’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건 머지않아 곧 본격적인 기사로 다룰 것을 약속드린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