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사업 3개 분과 70개 추진… 여성의 역할 부각하고 지원 강화
경기 남부 중심부에 있는 용인시의 역사는 1413년(조선 태종 13년)부터 시작된다. 고구려 때 구성현이었던 용인은 용구현과 처인현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서 진천에서 살고 죽어서 용인에서 산다’는 말이다. 용인시는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가 20만명이 채 안 되는 ‘작고 궁핍한 도시’였다. 하지만 9월 말 현재 인구가 99만516명으로, ‘100만명 대도시’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양한 개발과 정책으로 인구 유입이 늘면서 ‘사거용인’이 아니라 ‘생거용인’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살기가 좋아졌다. 이런 용인시가 요즘 ‘여성특별시 용인’ 조성을 대표 슬로건으로 내놓고 있어 관심을 다시 모으고 있다.
여성특별시 용인은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축구단 창단을 통해 시작을 알렸다. 애초 이 축구단은 당초 여성들의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가사와 자녀 양육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시도로 새롭게 평가되면서 여성특별시 용인 조성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31개 전체 읍·면·동에 줌마렐라 축구단
축구단 열기는 대단하다. 지난해 11월 이동면을 시작으로 불과 6개월 사이에 시청 축구단을 포함해 용인지역 31개 전체 읍·면·동에 축구단이 모두 창단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2015년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에는 전체 축구단 32팀 801명이 참가했을 정도다.
선수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20대 여대생부터 손자를 둔 60대 주부까지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최고령(68)과 최연소(22) 선수의 나이 차이가 46년이나 되지만 축구를 향한 열정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모녀가 함께 선수로 뛰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부인은 선수, 남편은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가정도 있다. 다이어트 등 개인 건강과 가족 간의 관계개선은 물론 생활에 활력소를 찾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용인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축구단 한 곳당 연간 300만원 지원과 함께 축구 페스티벌 행사비용도 부담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여성특별시 용인’은 용인만의 차별화된 여성 사회참여와 시민 화합을 위한 중요한 플랜”이라며 “이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것이 줌마렐라 축구단이다. 여성들의 생활체육 축제이자,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역할은 물론 여성의 사회참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용인시 기흥구 새물근린공원 안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이 화장실은 여성들의 배려가 곳곳에 녹아 있는 여성친화형이다. 화장실에 비상벨과 유아용 거치대를 설치했다. 효율적인 남녀 변기 비율로 여성들이 화장실 대기시간을 줄었다. 처인구 석성산 등산로에도 이런 화장실이 한 곳 더 있다. 용인시가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의견을 수렴한 뒤 2억2000만원을 들여 이렇게 만든 것이다. 용인시는 차별화된 여성친화형 공중화장실 설치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용인시가 올해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은 모두 70개다. 사업은 건강, 일·돌봄, 안전·편의 등 3개 분과로 나뉜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일과 사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다. 여성을 배려한 도시 환경 공간도 조성한다. 주요 사업은 2018년까지 확대 실시될 계획이다. 건강 분과에서는 자연휴양림 숲 태교 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농촌 여성노인 건강장수마을, 행복을 가꾸는 테마텃밭과 건강도시 조성 등 13개 사업을 펼친다.
일·돌봄 분과는 가족친화마을 조성, 학교밖 청소년 지원사업 ‘꿈의 공간’ 운영, 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 여성일자리갖기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편의 분과는 여성친화도시 디자인 협의 강화, 여성친화적 도시관리계획 수립, 여성이 행복한 건축문화공간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선보인다. 6000명의 어린이들에게 ‘교통사고 분야’에 대해 체험 위주의 안전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스마트폰 앱과 택시에 부착한 NFC 태그를 이용하여 택시 승객의 탑승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안심택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여성을 기반으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 계획”이라며 “특화된 양성평등 정책 실현으로 시민이 함께 소통하는 도시 조성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시는 ‘여성특별시 용인’ 구현을 위해 2013년 8월 ‘용인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9월 조성협의체 및 시민모니터단 구성과 함께 12월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확정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 해당 분과위원회 구성 및 보고회 개최 등을 추진했다.
인성·배려·존중의 ‘태교도시 용인’
용인시는 지난 9월 ‘용인시민의 날’ 행사에서 세계 태교도시 선포식을 열었다.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용인 출신 여성실학자 이사주당(李師朱堂·1739∼1821)의 ‘태교신기(胎敎新記)’를 바탕으로 태교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태교도시와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세미나, 시책 발굴 보고회, 태교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한 아기맞이 건강교실’, ‘부부가 함께하는 행복한 태교학교’, ‘산모 동아리 이사주당 태교방’, ‘임산부 태교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태교숲 힐링 체험프로그램’의 경우 16~32주 임신부 및 예비부모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임신부의 심신 안정을 통한 태아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임신 중 무력감이나 불안감 등을 자연생태 속에서 해소하는 효과가 있어 임신부와 태아는 물론 아빠와의 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20개 사업으로 구성된 태교도시 종합마스터플랜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된다. 행정·재정적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민·관·연 협의체 구성, 태교 홈페이지 제작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함께 태교 여행 코스도 발굴할 계획이다. 중·장기 사업으로는 태교신기 기획·상설전 개최, 태교축제 활성화 및 콘텐츠 개발, 태교도시에서 맛보는 태교 밥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태교도시는 존중, 배려, 인성을 갖춘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사거용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살고 싶은 도시 용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특별시’를 비롯한 ‘태교도시’ 조성사업은 용인시 정책 여건은 물론이고 정부의 정책과도 맞는 시책”이라며 “용인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인진 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ij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