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으로 간 노조는 교황 일반알현시간에 ‘인천교구 감사해달라’ 피켓 시위
“지난 4월쯤에 검찰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국제성모병원 리베이트 사건을 고발한 당사자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가서 보니 익명의 제보자가 보건의료노조라는 이름을 도용해 투서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제보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라 확인서를 쓰고 도장 찍고 나왔어요. 한 달 정도 지났나, 우리 앞으로도 이 문건이 배달됐습니다. 인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 보건의료노조에도 알린다고….”
<주간경향>은 지난주 1143호 ‘주목 이 사람’ 코너에서 로마 교황청에 노조탄압 사실을 알리러 떠나는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 이야기를 다뤘다. 마감이 끝난 9월 4일 심야, 경향신문사 인근에서 홍 지부장을 만났다. 그의 손에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문건이 들려 있었다. ‘인천국제병원 슈퍼 갑질 고발합니다’라고 돼 있는 이 문건은 인천국제성모병원이 2014년 3월 개원하면서 “자금이 부족해지자 종교재단이면서도 불법을 자행해 업체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며 구체적인 비위 정황과 관련자들의 행위 내역, 인적 사항이 나열돼 있었다. 문건은 ‘노조원으로서 익명을 요한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홍 지부장은 “해당 제보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노조원은 아니다. 국제성모병원은 노조가 없다”고 멀했다.
국제성모병원 개원 당시에 벌어진 비위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문건에는 인천성모병원의 고위 관계자들 이름이 언급돼 있다. 현재 이 건과 관련해 인천지검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회 토론회까지 열린 ‘인천성모병원 문제’
지난 7월 28일,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목희, 이인영, 장하나, 정진후 의원과 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주최한 토론회였다. 토론회의 제목은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과 노동·인권탄압 실태’였다. 인권유린을 호소하며 단식에 나섰던 홍 지부장에 대해 <주간경향>이 취재에 나서자 인천성모병원 쪽에서는 팩스로 자료를 보내며 “우리 쪽 입장은 이것으로 갈음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의원님들’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으로 보아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 측에 보내는 해명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확인 요청에 병원 측은 “그 자료는 대외적으로 공개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성격의 자료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자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여러 군데다. 홍 지부장이 “위압감을 느꼈다”고 밝힌 회사 직원들의 방문과 관련해 문건은 “근무일에 상호 업무에 지장이 없는 점심시간을 이용했다”며 “홍명옥 지부장도, 저희 직원들도 세련되지 못했음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건에서는 “방문한 직원 중에는 2005년 노사분규 시 노동조합원들에게 감금당하고 집단모욕을 당한 직원도 있고, 차마 입으로 옮길 수도 없는 욕설(“등뼈를 짤라서 삶아 먹을 X”)과 같은 모욕을 당한 직원도 있다”며 “인권은 노동조합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구원(舊怨)이지만 구원으로 끝나지 않고 노조에 대한 원망은 계속되고 있다.
색다른 소회(?)도 눈에 띈다. ‘노동활동의 변질’에 대해 “전태일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라고 기술한 주장이다. 근거는 문건의 작성자인 인천성모병원 행정실장이 2005년 10월 1일부터 근무했는데, “처음 임단협 교섭에 들어가며 노조 지부장으로부터 노조 지부장은 병원장급이며, 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은 장관급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임단협 교섭 시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일상적인 업무에서조차 1대 1의 관계라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뒤 문맥을 보더라도 일상적인 업무에서 노조 지부장이 “병원장급으로 대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이 문서에서 회사 측은 “노동조합의 행위는 늘 법 위에 있다”며 결론적으로 “노동조합은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진이 인천교구 가톨릭 사제라는 점을 악용해 폄하하고, 사제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근거는 비상식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법으로 보장돼 있다.
<주간경향>은 인천성모병원의 노동 실상, 내부 탄압을 다룬 문건을 여럿 입수했다. 전체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앞서 언급한 노동탄압과 관련된 문건들을 보면 대부분 2009~2011년에 작성된 것이다. ‘대외비’라는 도장이 찍힌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대비 팀별 비상대기 편성표’는 2009년 4월 20일자로 표기돼 있다. 이 비상대기 편성표의 대상은 ‘수도권 전임간부’라고 돼 있다. 홍 지부장은 “1980년대 구사대를 떠올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건에는 “원내 조합원 및 외부 노조 원내 출입 시 강력하게 저지함”이라며 A, B 두 팀으로 나눠 출입 저지할 동선을 제시하고 있다. 합법적 직장폐쇄가 이뤄진 상황이 아닌 경우 노조원의 회사 출입 저지는 불법이다. 용역계약 문서나 노조 임단협 해지 시뮬레이션 문서도 있다.
노조탄압 정황 보여주는 ‘대외비’ 문서들
한편, 구사대로 동원된 직원들이 소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A4용지에 컬러 인쇄된 조합원 명단이라는 문서도 있다. 문서에는 조합원의 명함판 사진이 실려 있다. 특이한 것은 동원된 직원의 것으로 보이는 필적으로 욕설이 적혀 있다는 점이다. 주요 조합 간부의 사진에는 검은 띄로 영정 표시를 해놓고 ‘X같은 X’, ‘개’, ‘따’ 등의 글씨가 적혀 있다. 홍 지부장의 얼굴 사진 옆에는 ‘미친X’이라는 낙서가 돼 있다. 병원 측이 작성한 조합원 현황표에는 부서와 성명, 사번과 노조지위와 함께 ‘탈퇴일자’, ‘탈퇴방법’, ‘퇴직일자’ 등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다. 탈퇴방법 항목을 보면 ‘내용증명’, ‘노조협조전’, ‘탈퇴서(병원)’ 등의 방법이 적혀 있다. 홍 지부장은 “병원 측은 정치활동에 치우친 노조활동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이 자진 탈퇴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문서를 보면 회사 측에서 노조를 대상으로 징계, 고소·고발, 손배, 가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노조원 개인별로 탈퇴 압력을 가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병원 내부문서에는 노조와 관련된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의 경영실적을 올리도록 독려하는 여러 회의 문건과 병원 인근 약국 실소유 의혹 제보문건 등도 있었다.
9월 9일, <주간경향>은 인천성모병원을 방문했다. 측면 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는 ‘폐암 1등급’, ‘대장암 1등급’, ‘유방암 1등급’, ‘고관절 치환술 1등급’ 등의 병원 선전문구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주 인터뷰에서 홍 지부장은 단식 와중에도 병원 직원들의 기자회견 방해, 개인을 공격하는 입간판 설치, 유인물 배포 등의 활동이 있었다며 증거사진을 제시했다. 홍 지부장이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로마로 출국을 했는데도 인천성모병원 앞 정문 횡단보도에는 각각 네 군데에 홍 지부장과 노조를 비난하는 입간판이 여전히 세워져 있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기업활동을 ‘돈벌이 경영’이라 운운하는 홍○○은 급여 반납하고 자원봉사하라.” 입간판의 하단에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라고 입간판을 세운 주체가 밝혀져 있다. 특이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노조를 비난하는 다른 나머지 3개의 입간판에는 ‘인사노무부장’이라는 주체가 적혀 있다는 점이다.
“원래 정문은 현 장례식장 주차장 쪽이었다. 지금의 정문 위치로 바꾼 지 얼마 안 된다. 원래 거기는 병원 부설기관이었던 한의원이 있던 곳이다. 그런데 그 한의원을 2층으로 이사를 보내고 약국이 들어왔다. 아니, 정문 위치가 변경된다는 ‘정보’를 누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건물을 갖고 있는 게 병원이 세운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됐고….” ㄱ약사의 말이다. 인천성모병원 주변 약국들은 대부분 입구에 ‘직영 약국 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영업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9시, 이들 약국 약사들과 직원들은 병원 앞에서 ‘병원의 위장직영 약국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하고 영업을 시작한다. ㄴ약사는 피케팅 시위 과정에서 병원 측으로부터 들었던 모욕적인 언사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아니 병원 덕에 먹고 사는 주제에’라고 하더라.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하면 인천성모병원이 지금까지 클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들 덕분이 아닌가. 상생을 하자고 하는데, 법까지 어겨가며 약국을 만드는 것이 재벌들이 골목상권을 파고들어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의혹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새로 난 정문 앞의 두 약국이다. 먼저 있었던 약국은 ㅋ이라는 회사로부터 임대한 것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것으로 돼 있는 ㅋ회사의 대표는 최모씨다. 그런데 새로 생긴 약국은 최씨 소유다. 해당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2년부터 메디케어주식회사라는 법인이 소유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등기사항 증명서’를 보면 사내이사가 병원장인 이학노 신부이고, 역시 감사로 행정부원장을 맡았던 박문서 신부의 이름이 올라 있다. 올해 1월 22일, 소유권은 앞의 최모씨에게 넘어간다.
‘위장직영 약국 의혹’도 끊이지 않아
병원 인근 주변 약국들과 부평약사회 측은 최씨가 병원 측과 특수한 관계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인천성모병원 쪽뿐 아니라 국제성모병원, 일산 등에도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을 보면 관계는 복잡하다. 옆의 약국에는 가톨릭병원 계열에 납품하는 약품도매회사에 담보가 잡혀 있다. 최씨가 관여한 다른 지역의 약국은 실체가 불분명한 법인들이 소유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ㄷ약사는 “이 회사들은 이름만 있는 페이퍼 컴퍼니로, 메디케어주식회사처럼 인천성모병원이 수익사업을 위해 만든 회사로 추정된다”며 “병원 계열사가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의약분업에 위배되는 범법행위이고, 설령 최씨가 자기 돈으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약국 대표자를 고용해 법인 형식으로 약국을 경영하는 것은 현행 약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부평구약사회 고위 관계자는 “9월 16일 열리는 대한약사회 청문회에서 다뤄지게 되는데, 강제력은 없다”며 “제대로 관계가 파헤쳐지기 위해서는 계좌추적권을 지닌 검찰이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돈벌이 경영실태’를 보여주는 정황자료도 있다. 지난 3월 20일 병원 인사팀이 회사 주요 부서에 보낸 것으로 돼 있는 직원 교육 실적표 자료를 보면 직원 1인당 월 2명 이상의 신환환자(신규 내원 환자)를 소개하고, 본원 소개 시 3개 이상의 병원 특장점을 홍보하도록 돼 있는 <1. 2. 3 운동>을 전개하고, 실행상황을 체크해 보고하도록 돼 있다.
‘돈벌이 경영 의혹’과 관련한 병원 내부문서는 또 있다. 역시 <주간경향>이 입수한 2009년 2월 11일자 기획조정실 회의록의 ‘행정부원장 지시사항’에는 ‘환자 풀을 증가시키는 것은 최대 숙제이고, 급선무’, ‘수익성 높은 임상과를 발전축으로 선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지시사항’에는 또 ‘PET-CT 운용을 활성화해 일평균 촬영건수 17건을 유지, 관리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바로 이 문구가 돈벌이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PET-CT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의료장비다. 보통 CT촬영이 5만~20만원이 드는 데 비해 PET-CT는 한 번 촬영에 120만~180만원이 든다. 박 부위원장은 “결국 고가의 장비를 들여왔으니 환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을 행정부원장이 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어떻게 답할까. 병원 홍보실 측은 “대외 언론 접촉의 경우 인사노무팀에서 맡고 있다”고 말했다. 성모병원 인사노무부장은 “직원들이 지부장 면담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앞서 언급한 국제성모병원 관련 제보자가 아니라, 의학전문 인터넷 매체의 제보자가 아니었느냐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1. 2. 3 운동>이나 병원 앞 비난 입간판 등에 대해서는 “회사(입장)를 알리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답변드리기 어렵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병원 앞 약국을 인수한 최모씨는 “인천성모병원 측과 특수관계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되는 부분은 있지만 병원 측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여러 약국 운영 등이 관련 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대한약사회 청문회에 참석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의 주장에 대해 박민숙 부위원장은 “의학전문 인터넷 매체 제보자는 나였다”며 “홍 위원장에게 병원 측이 리베이트 문건 검찰 제보 당사자가 아니냐고 몰아붙이다가 자체 조사 끝에 퇴사한 국제병원 남자 간호사라는 것이 밝혀지자 말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성모병원만의 문제일까
남는 궁금 점. 이런 문제는 인천성모병원만의 문제일까.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병원이 돈을 버는 방법은 환자에게 비급여 과잉진료나 과잉검사를 하거나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라며 “과잉진료·검사의 경우 보통 의사 입장에서는 방어진료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에 물증을 잡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민간병원의 경우 노조가 규모도 있고 저항을 하니 쉽게 못하는데, 인천성모병원의 경우 노조가 몇 명 남지 않았으니 막 나간 경우”라고 밝혔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내부문서 중에는 병원의 의사가 내부게시판에 올린, 특진을 독려하는 병원에 항의해 특별진료를 그만두겠다고 밝힌 글도 있다.
한편 인천성모병원의 ‘실상’을 알리려고 ‘로마 바티칸 원정투쟁’을 떠난 홍 지부장 일행은 9월 9일(현지시간) 교황 일반알현 시간에 ‘인천교구 감사’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교황은 군중 사이를 지나가던 도중 펼쳐진 현수막에 눈길을 집중하면서 관심을 보였고, 계속된 시위에 많은 관광객과 세계 각국에서 온 천주교 신자들이 현수막 내용에 집중적인 질문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원정단은 현지 가톨릭병원 노조 등과 공동기자회견, 관련 실태를 알리는 세미나 등의 행사를 진행한 뒤 9월 16일 다시 교황 일반알현 시위를 한 뒤 돌아올 예정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말할 이유가 없으니 안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씀이 없으니 저희도 답답합니다. 교구청 앞에 와서 시위도 하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라고 신부님에게 말씀을 드려도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시니….” 천주교 인천교구청 사무처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응대해드릴 만한 일이 없습니다. 권한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고. (병원을 맡고 있는) 이학노 몬시뇰 신부와 박문서 프란치스코 신부님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제일 맞다고 봅니다. 어차피 주교님 명을 받고 거기서 일하는 분들이니, 거기서 발생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거기서 해결하는 것이 맞을 것으로 봅니다.”
인천성모병원의 전신은 성모자애병원이다. 1955년 건립된 인천지역 최초의 대학병원이다. 인천교구가 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한 때는 2005년이다. 원래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라는 단체에서 운영하다 운영권을 포기해 인천교구에 넘긴 것이다. 현재의 이름으로는 2008년 바뀌었다. 인천교구의 병원사업은 확장돼 왔다. 2014년 2월에는 인천 서구에 국제성모병원을 개원했다. “사실 노조문제가 강남이나 여의도 성모병원 등 가톨릭의료원 계열(CMC) 병원들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닌데, 인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일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주필의 말이다. 100년 이상 지침이 되고 있는 가톨릭의 사회교리에 따르면 노조 결성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교황들은 가르쳐 왔다.
더군다나 인천은 지역적 특수성이 있다. 1970~80년대부터 공장 등이 많이 설립되면서 교회 차원에서 노동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전통이 있다. 실례로 한국에서는 5월 노동절을 즈음해 ‘노동주일’이 설치돼 있는 유일한 교구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한 주필은 말했다. “최기선 인천교구장의 경우 얼마 전까지 가톨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정도로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는데, 교회 병원 사업장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성장주의 늪에 빠졌다” 비판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병원 사업이 위기에 처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인천의 경우 인하대병원이 있고 길병원이 있다. 인천 좁은 바닥에 대학병원이 2개가 이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근 부천에는 성가병원까지 있는데, 인천성모병원뿐 아니라 국제성모병원까지 만든 것이다. 시쳇말로 이 판에서는 아무리 빨대를 넣고 빨아도 유지가 안 된다. 국제성모병원에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하다가 걸렸다.(편집자 주: 지난 6월 22일 인천 서부경찰이 발표한 ‘허위환자 유치로 인한 의료법 위반 등으로 병원 임직원 17명이 검거된 사건’을 말한다) 신부들끼리야 ‘남들도 다 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지는 모르지만 내가 봐도 이건 너무 심했다.”
한 주필은 인천성모병원 사태와 관련해 최근 쓴 칼럼에서 ‘인천교구가 성장주의의 늪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근거는 인천 서구에 개설한 ‘메디컬 테마파크’ 사업이다. 메디컬 테마파크에는 국제성모병원과 성모요양원, 마리스텔라 실버타운 등과 공연장, 레스토랑,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센터 등이 있는 ‘메디컬테마파크몰’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결국 무리수가 됐다는 분석이 지역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테마파크 사업을 하면서 인천교구가 천문학적 부채를 졌고, 그 부채를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병원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한 주필은 “메디컬테마파크나 실버타운 같은 사업이 결국은 돈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황이 말씀하신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와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사실 처음부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환자 유치에 목숨을 걸어야 생존할 수밖에 없는 대형병원을 교구가 맡은 것부터 잘못이라고 본다”고 <주간경향>에 밝혔다.
<주간경향>은 2015. 9. 12. 사회면 “노조탄압·돈벌이 경영 논란 휩싸인 인천성모병원” 제목의 기사에서 인천성모병원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직원들에게 실적을 강요하는 등 돈벌이 경영 의혹이 있으며, 병원 인근 주변 약국을 위장 운영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인천성모병원은 다음과 같이 밝혀왔습니다. 병원이 작성한 조합원 현황표는 고용노동부에 보고하기 위한 자료일 뿐이며, <주간경향>이 인용한 문서도 이 연장선에서 작성된 것이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PET-CT를 일 평균 촬영 17건 운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간경향이 인용 보도한 문건은 관련해 고가의 약품이 당일 폐기처분되어야 하는 사정 등 때문에 병원의 목표관리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지 돈벌이 경영 차원이 아닙니다. 병원 인근 약사들이 병원 앞에 새로 개설된 약국 관련 피켓 시위를 진행하면서 위장 직영 약국 의혹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병원은 위장으로 직영 약국을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최기산 인천교구장이 노동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졌음에도 인천성모병원 사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주필의 발언과 관련해, 노동문제가 아닌 일부 직원에 대한 징계 등 병원 내부의 문제이므로 최기산 주교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밝혀 왔습니다.
이 반론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의 조정에 따라 게재합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