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종 조랑말박물관 관장 “모범적 귀촌 모델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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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제주에 지역연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저도, 제 처도….” 궁금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벌써 햇수로 5~6년이다. 그가 쓰던 019 핸드폰 번호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 웬만한 사람은 다 검색되는 네이버 인물검색에도 등재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비례후보 4번’(2008년)이라는 공적 활동까지 한 인물이었는데도. 지금종(53). 문화연대 사무처장이라는 직함이 더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소문만 무성했다. 그의 이름이 다시 제주 지역언론에 거론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서울 시민단체 사무처장 출신의 문화이민자’라는 소개와 함께.

공식 직함은 제주 가시리 조랑말박물관 관장. 생소하다. “귀농은 아니고 원래 귀촌(歸村)을 생각한 것은 오래됐습니다. 문화연대 하던 시절에도…. 현재의 개념에 맞추면 느슨한 대안마을이라고나 할까요.”

그에 대한 기억이 흐릿한 지점부터 물었다. “통합진보당까지는 안 갔고, 민주노동당도 하려고 해서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건 이야기하면 긴데….” 다시 제주도 정착 이야기로 돌아왔다. “…어느 지역으로 갈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가시리라는 마을을 알게 됐어요. 이지훈이라는 분이 있어요. 그 분이 메일로 연락오길, 가시리라는 곳에서 제주도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예비계획서를 짜서 준비한다고 소개하는데, 그 내용을 보니 가시리가 공유지가 넓은 마을이에요. 지금 제주도에서 공유지가 가장 넓은 마을이 가시리입니다. 200만평이 넘으니까. 이 마을 같으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농림부에서 ‘신문화공간 조성사업’이라는 것을 공모하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요즘 농림부에서 이런 사업을 공모하는데 혹시 지원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역제안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추진된 겁니다.”

/지금종 제공

/지금종 제공

지 관장의 처음 계획은 그 공유지의 일부를 빌리거나 사든지 해서 대안마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사해 보니 마을이 지니고 있던 역사적 자원, ‘감마장’이라는 조선시대 국영목장이 가시리에 있었다는 것이 나왔다. “어찌됐거나 기왕 하는 거 확실하게 특색 있게 해보자, 그래서 조랑말이 된 것이죠.”

박물관은 2012년 9월에 열었다. 처음 대안마을 구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신 인근 표선면 표선리에 땅을 마련해 공유경제 마을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전 하던 일의 습관 같은 걸까. 박물관 관리 일은 부인에게 맡겨두고 마을 만들기 사업과 인근 서귀포 칠십리 축제 집행위원장 일도 병행하고 있다. 혹시 서울의 ‘정치판’에서 그에게 다시 도움 요청이 온다면? 그는 손사래를 쳤다. “사람이 이제 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굳이 그렇게 돌아가서 내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사실은 이곳(가시리)이 시골이기 때문에 시내 한 번 나가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요.”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귀촌한 거, 저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귀촌 인구가 많이 늘었어요. 귀촌했다고 꼭 농사를 짓는 귀농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요. 귀촌이든 귀농이든 지역으로 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브나로드 운동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역에 내려가서 대안적으로 살아가는 모습들. 재미있고, 멋있고 행복하게 사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도 길게 보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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