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가 6월 4일(목)부터 7일(일)까지 나흘간 서울광장에서 펼쳐진다. 올해 열리는 서울도시농업박람회는 특히 도시민들이 직접 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텃밭을 선보이게 된다. 올해 처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위원장을 맡은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을 5월 14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만나 박람회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위원장을 언제부터 맡게 됐나.
“지난 3월 요청을 받았다. 농촌에서 자랐다. 집안에 돈이 없어 농고를 겨우 들어가 염소를 키우는 축산 장학생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5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마지막 5선째를 빼고는 4선 내내 국회 농림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농민들이 뽑은 국회의원이라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참여정부의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박람회 위원장 요청을 받고는 거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원장직을 맡고 난 뒤 정부 부처와 국회 쪽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박람회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도시농업박람회를 지속적으로 여는 것은 도시와 농업이 상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믿는다.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이 소임을 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도시농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내가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던 2003년에는 도시에서 농업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약간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변했다. 수많은 농민이 농촌을 떠나 농촌은 텅텅 비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로 척박하다. 요즘에 음식점에 가면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 대화가 한마디도 없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부모들은 멀뚱멀뚱하다. 도시에는 옥상이 많다. 그리고 베란다도 있다. 이런 곳에 채소도 일구고, 할아버지·손자와 부모·자식이 함께 채소를 키운다면 가족 간에 대화도 하게 되고 농업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올해로 서울도시농업박람회가 4회째를 맞았다. 올해 박람회가 이전의 박람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실생활형 도시농업에 중점을 뒀다. 서울시민들이 생활에서 접근할 수 있는 농업이 바로 텃밭이다. 가장 쉽게는 상자 텃밭이나 커피 컵을 활용한 것도 텃밭이 될 수 있다. 베란다와 부엌에서도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옥상과 아파트 단지, 주말농장 등의 텃밭 가꾸기도 가능하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이런 서울형 텃밭을 소개한다. 주제관도 마치 우리집을 보는 것처럼 주방과 베란다를 연출하고 생활형 텃밭 모델을 전시한다. 박람회에 다녀가는 시민들이 관람 후에 ‘아, 나도 텃밭을 해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각자의 생활공간에서 도시농업을 실천하게 하는 것이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크고 중요한 바람이다.”
조금 전에 박람회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지금 농촌에는 빈집과 놀고 있는 땅이 많고 도시에는 귀농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 귀농 희망자를 위해 컨설팅관을 마련했다. 도시농업박람회에서 귀농 컨설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국회의원 시절 대정부 질의 때 이런 대안을 정부 쪽에 제시했는데 국회가 아닌 서울도시박람회에서 이런 대안이 실현됐다. 농촌 쪽에도 참여를 제안하자고 해서 이번 박람회에서 9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참여한다. 이들 지자체에서 지역 농산물을 홍보·판매하게 된다. 물론 이들 지자체가 귀농에 대한 조언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만으로도 위원장을 맡은 보람을 느꼈다.”
텃밭 외에 어떤 볼거리가 있나.
“전북 고창군의 청보리 축제가 유명하다. 고창군과 서울시가 함께 서울광장을 가로지르는 청보리밭길을 만든다.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담당자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정성을 다해 키웠다고 한다. 아직 청보리를 보지 못했다. 개막식날 어떤 모습으로 서울광장에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도시농업을 크게 여러 범주로 나누어 주제관, 미래산업관, 종자곤충관, 힐링농업관, 생태환경관 등으로 전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전시관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보고 배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했다는 점이다. 종자곤충관에서는 테마 종자를 콩으로 선정해 콩을 관찰하고, 콩을 갖고 가루를 만들고 오곡쿠키로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게 할 계획이다. 놀이와 접목해 콩가루로 샌드 아트를 배우는 체험도 있다.”
박람회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텃밭 조성사업을 취미나 일과성으로 하면 1년 하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제도적으로 정착시키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도시환경농업사 같은 사명감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자격증을 따고 연수를 한 전문가가 각 구별로 1개동씩을 맡아 아파트 텃밭을 돌아다니면서 도시텃밭 농사를 도와주는 것이다. 대단지 아파트에서 주민들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잘 안 된다. 아파트 단지나 옥상 등 하늘을 향해 있는 땅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도시환경농업사가 순회하면서 반상회 등을 통해 계절따라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박람회가 끝난 후 박람회 기간에 쌓은 노하우를 자체 평가하고 국회에서 토론회와 평가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를 통한 대국민 캠페인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다.”
도시농업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나.
“생활과 사고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도시가 농촌의 농산물을 팔아준다는 동정의 차원이 아니다. 직접 친환경 농업을 해보면 도시민들이 농촌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요한 산업임을 직접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텃밭을 가꾸게 되면 아이들도 교과서를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게 된다. 채소를 가꾸면서 가족이 대화한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인성교육에 좋다. 이 같은 가치는 200억원, 500억원 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병원과 요양시설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아련한 기억 속에 묻어버린 땅 냄새를 느끼고 만지면 힐링이 저절로 된다. 약물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 농사는 그 자체가 우리의 삶을 바르고 건강하게 하는 교훈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라는 말이 있다. 또 심은 대로 거둔다라는 말이 있다. 농업과 자연의 이치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도시농업박람회는 이런 행사를 통해 도시민들에게 자연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5선 국회의원도 하고 농림부 장관도 역임했다. 정가를 떠난 후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정계를 은퇴한 일은 없지만 3년 전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다했다. 그동안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섰다. 서울역 앞 노숙인들을 위해 사단법인 해돋는 마을의 노숙센터 이사장을 맡아 노숙인들을 돕고 있다. 강진농고를 졸업한 고졸 국회의원이었지만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이밖에도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기구를 창설해 이사장을 맡았다. 4년여의 노력 끝에 등재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또한 한반도 녹색평화운동본부를 창설해 본부장을 맡고 있다. 황폐화된 북한의 산에 나무심기 운동을 펼친다. 8000만 그루를 심는 게 목표다. 1차로 5월 25일 1만 그루를 심기 위해 북한으로 들어간다.”
<글 ·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