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벙커’ 오픈한 정봉주 전 의원…명품거리에 ‘좌파들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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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열렸다. 정봉주 전 의원(54)이 운영하는 ‘청담동 전국구 벙커’다. 명품거리로 유명한 이곳에 ‘좌파들의 놀이터’가 하나 생긴 셈이다. 오랫동안 ‘BBK 저격수’로 활약했던 정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2012년 대선 직후 출소했다. 비록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됐지만 그의 정치 본능을 막을 순 없었다. 출소 후 1년여 동안 오프라인 정치강좌와 협동조합 운동을 했다. 출소 직후에는 서울 대학로 벙커1을 찾아 “박근혜 지지자에게도 마음을 열 수 있어야 한다”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5월 7일 청담동 벙커에서 정봉주 전 의원을 만났다. | 백철 기자

5월 7일 청담동 벙커에서 정봉주 전 의원을 만났다. | 백철 기자

하지만 오프라인 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 1월부터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를 시작했다. ‘전국구’는 정 전 의원 특유의 전망과 입담에 힘입어 지난 1년간 팟캐스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5월 7일 청담동 벙커에서 만난 정 전 의원은 ‘전국구’를 매회 다운받는 사람이 50만~80만명이며, 스트리밍으로 듣는 사람까지 더하면 회당 청취자가 300만명 선일 것이라며 “제가 잡혀간 이후 진행된 ‘나는 꼼수다 봉주편’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듣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 전 의원이 목표로 하는 것은 ‘대안 종편’이다. 현재는 ‘전국구’와 불교계의 문제점을 짚어주는 ‘생선향기’ 2개의 팟캐스트만 진행하고 있지만, 자신이 만든 대안언론 iMTV를 통해 다양한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정 전 의원은 성형과 섹스를 소재로 한 예능 방송, 문화재 도둑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고발하는 방송 등을 준비 중이라고 살짝 알려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많은 대안 언론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은 주로 한강 이북을 근거로 활동했다. 정 전 의원이 출연했던 나꼼수도 홍익대 인근과 대학로가 주무대였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처음부터 강남에 자신의 근거지를 마련할 생각이었다. “강남에도 많은 동네가 있지만 청담동이야말로 1990년대부터 강남의 상징이자 수구보수의 상징이에요. 그래서 일부러 청담동에서 공간을 찾았죠. 사실 우리나라만큼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극심한 곳이 어딨겠어요. 청담동 사람들에게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 소위 종북좌파나 빨갱이로 불리는 사람들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핏대 올리고 싸울 게 아니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여길 온 거죠. 지금은 이 일대에 사는 소위 ‘강남좌파’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어요.”(웃음)

그렇다면 이름은 왜 ‘벙커’일까. 대학로 벙커1을 따라한 것일까. 벙커1은 현재 김어준 총수의 <딴지일보>가 운영하고 있다. 야권 지지자들의 ‘진지’를 표방하는 의미로 ‘벙커1’이라고 지었다. 청담동 벙커도 벙커1처럼 카페와 문화공간, 방송 시설이 함께 있다. 다른 점은 청담동 벙커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술과 식사도 판다는 점이다. 이름의 유래를 묻자 정 전 의원은 크게 웃으며 “그게 원래 내 아이디어였다”면서 전국적으로 ‘벙커’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청담동을 시작으로 프랑스 혁명기의 살롱처럼 지역 곳곳에 이런 문화 공간을 만들 생각이에요. 전국에 30~40개 정도의 벙커 체인을 만들 생각입니다. 꼭 ‘우리편’이 아니더라도, 청담동 주민이든 누구든 민주주의와 소통의 가치를 느끼는 공간이 바로 이곳 벙커입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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