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9시 등교, 든든한 아침 ‘골든타임’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실시 이후 아침밥 먹는 학생 늘어… 성인세대 삶의 속도도 늦추는 정책 필요

“30분이면 아침 간단히 먹이기에는 딱 좋던데요.”

중학교 3학년 김은성군은 아침잠이 많다. 김군의 어머니 신미성씨(41)가 일껏 아침밥을 차려봐야 맛도 모르고 씹어 삼키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과 1년 전에는 기대도 못한 일이었다. 8시30분까지 등교하던 지난해 3월의 김군을 위해 신씨는 장을 볼 때마다 제과회사에서 나온 초코바를 장바구니에 담아 왔다. “얘가 입이 짧아서 주먹밥 같은 것도 잘 안 먹길래 굶는 것보다는 나으니 초코바나 찔러줬죠.” 신씨는 등교시간이 9시로 늦춰진 지난해 9월부터 생긴 30분의 여유 덕에 은성이에게 아침을 먹일 수 있게 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친구와 함께 짝을 지어 등교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친구와 함께 짝을 지어 등교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학생 71.6%, 학부모 65.1% “찬성”
경기도 교육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9시 등교 효과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를 실시한 이후 초·중·고교 모두 아침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줄어든 반면 매일 아침식사를 하는 비율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9시 등교 이전 아침을 일주일에 하루도 먹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19.1%였으나 9시 등교 이후 12.4%로 6.7%포인트 줄었다. 이에 비해 매일 아침을 먹는다는 비율은 56.6%에서 64.9%로 8.3%포인트 높아졌다.

수면시간도 길어졌다. 9시 등교 시행 전후 수면시간을 비교하면 초등학생은 평균 7분,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각각 17분과 31분을 더 잤다.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한 덕에 찬성 비율도 높았다. 학생의 71.6%, 교사의 71.0%, 학부모의 65.1%가 시행 후 약 반년이 지난 후에도 9시 등교제를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행 초기 반대했으나 지금은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학부모는 21.9%로, 찬성했다가 반대한 학부모 비율 6.6%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달부터 학교 자율적으로 9시 등교를 시행할 수 있게 된 서울지역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초·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서는 경기 일부 지역에서처럼 아침시간 학원 교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 전희숙씨(48)는 “등교시간을 늦춘 뒤 학교 주변에서 아침에 학원 전단을 나눠주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면서 “학원 수업이 7시40분에 시작되면 학생 입장에서는 오히려 아침이 더 바빠지는 역효과가 나는 셈이니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유 있는 아침이 정착되려면 9시 등교제처럼 학부모를 비롯한 성인세대에게도 삶의 속도를 줄이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작 등교시간은 늦춰졌지만 맞벌이 부모의 출근시간에 맞춰 예전과 다름없이 바쁘게 집을 나서는 자녀들의 불편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김미숙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아침 밥상에 둘러앉을 수 있게 사회 전반의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며 “등교시간과 관계없이 경제사정으로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아동·청소년을 위해 양질의 편의점 도시락 제공 등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