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동생이 대표로 있던 기업에서 철수… 검찰과 다음카카오와의 긴장 때문?
왜 하필 그 시점이었을까. 김화영 마인드프리즘 전 대표가 지난해 10월 31일 전격 사퇴했다. 마인드프리즘은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2012년 11월 지분 70.5%를 인수했던 회사다. 지배주주였다. 김화영 전 대표는 김범수 의장의 친동생이다. 김 의장의 투자와 함께 그는 마인드프리즘의 공동대표로 2012년 취임했다.
김범수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실질적인 오너이지만 경영 일선에는 나서지 않는다.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 전문경영인 체제다. 지난해 10월 13일 “이용자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다음카카오의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이도,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곤욕을 치른 이도 이석우 대표였다. 10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다음카카오 측은 10월 8일부터 “검찰의 통신제한조치 즉, 감청영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다음카카오 측의 감청영장 거부 ‘의지’를 확인한 것은 그 후 며칠 뒤였다.
다음카카오와 검찰 사이의 ‘긴장’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다른 영장 집행의 경우를 예로 들며 “열쇠 수리업자를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갈 수도 있다”는 비유를 들었다. 사법당국 주변에서 ‘꿈쩍하지 않는’ 다음의 실질적 오너인 김범수 의장 주변 내사에 들어갔다는 설이 그 무렵 흘러나왔다. 설은 구체적이었다. 김 의장의 친동생 김화영씨가 대표로 있는 ‘오닉스케이’라는 회사가 연관된 부동산임대업과 캐릭터사업, 그리고 마인드프리즘 관련도 거론되었다. 마인드프리즘을 매개로 야권과 시민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설이다.

1월 16일,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마음치료 활동가 2명을 위해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박세영 마인드프리즘 노조 지부장(오른쪽)이 다른 조합원과 위로의 포옹을 하고 있다. |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마인드프리즘지부 제공
마인드프리즘 대표서 사퇴한 친동생
김화영 전 대표는 퇴임하면서 “김범수 대주주가 마인드프리즘에 빌려줬던 26억5000만원도 받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도 신임대표 2인에게 양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김범수 의장 개인이 마인드프리즘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치유 전문기업인 마인드프리즘이 설립된 것은 2004년이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심리기획자 이명수 부부가 만들었다. 마인드프리즘은 공공성을 띠는 사회적 활동으로 유명해졌다. 2008년에는 NGO 사회활동가를 위한 심리치유 프로젝트인 <날개-NGO>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2011년에는 국가공권력 피해자 심리치유 센터인 <와락> 설립을 도왔다. 2012년에는 5·18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인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인드프리즘의 ‘살림 위기’가 가시화된 것은 정혜신 박사가 지난해 6월 세월호 유족들의 트라우마 치유에 전념하기 위해 대표를 사퇴하면서부터다. 회사를 그만둔 정 박사는 남편 이명수씨와 함께 경기도 안산으로 옮겨 9월 치유센터 <이웃>을 열었다.
회사 측은 회사의 경영위기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정혜신·김화영 공동대표 시절이었던 지난해 3월이라고 밝힌다. 당시 팀장 워크숍을 통해 누적적자에 따른 경영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그런 상황이 알려지게 된 것은 정 박사가 물러난 후 김화영 단독대표 시절인 지난해 7~8월쯤이었다. 역시 팀장 회의에서 감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직원 대표단과 협의를 통해서 희망퇴직 실시를 결의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희망퇴직이 실시되었고 28명 중 8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그 후에도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문제가 폭발한 것은 남아 있는 직원 중 계약직 직원 2인의 계약종료 시점(올해 1월 16일과 31일)이 다가오면서부터. 회사는 “계약직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워크숍 사업이 저조했고, 앞으로도 수주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직원들은 지난해 연말 노동조합을 결성해 회사측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법 상에 정해져 있는 교섭요구 절차에 따르겠다며 계약종료일 전 면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인드프리즘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김형식 조직2실장은 “회사측이 납득할 만한 계약종료 회피 노력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표 면담을 신청했으나 관련법을 내세우면서 대화를 회피하는 것은 성실한 교섭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노조원들은 1월 16일부터 회사를 상대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마인드프리즘 투자를 철회한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 | 정용인 기자
“노조를 만들기 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다 해보고 싶었다. 개인별로 제공하는 심층심리분석 보고서인 <내마음보고서>를 활용한 <내마음 워크숍>과 같은 신상품도 개발되었고, 새로운 계약도 들어왔는데 회사에서 계약종료를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기자가 만난 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직원 2인의 ‘사실상 해고’를 묵과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 노조원은 이렇게 말했다. “마인드프리즘은 대외적으로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다’는 모토를 내걸고 사업을 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 등을 도우면서 그렇게 말해왔는데 정작 우리 안의 문제를 외면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되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외부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곤혹스러워 했다.
다시 문제는 김범수 의장의 사업 철수다. 2013년 6월 역삼동 마인드프리즘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범수 의장은 “마인드프리즘을 향후 사회적 기업, 더 나아가 재단의 형태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지분 전부를 인수할 수도 있다”며 “정혜신 박사가 전문사업가가 아니니 직접 지분을 인수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경영을 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의장이 밝힌 투자규모는 월 1억~2억원 규모였다. 이후 김화영 전 대표 퇴임 시기까지 누적된 차입금은 26억5000만원이다. IT업계 CEO들이 회사와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는 꽤 된다. 사업가 입장에서 “수익 전망이 보이지 않아 손을 떼게 됐다”고 밝힐 수는 있겠지만, 김 의장이 2013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영리보다는 사회공헌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한 회사였다.
동생 김 전 대표가 전격 사퇴하고, 김 의장이 사업 철수를 한 것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와 검찰 사이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잡음이 일자, 주변정리 차원에서 서둘러 손을 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경영사정 악화에 따른 결단일 뿐”
마인드프리즘 김창성 공동대표는 <주간경향>에 서면으로 보낸 답변에서 “(김화영 전 대표가 그만두게 된 계기는) 마인드프리즘의 경영 악화에 대해 책임을 지는 한편 전문가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통해 자립경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고심 끝에 사임한 것”이라며 “(검찰 관련설은) 시기적으로 또는 내용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마인드프리즘 직원들이 느끼는 ‘자괴감’과 관련해서는 “흑자전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불안감 등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공존할 텐데, 계약직원 두 분의 계약종료가 현실적 화두로 다가오면서 증폭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계약종료 직원 당사자들과 면담을 하면서 워크숍 사업이 다시 활성화될 경우 우선적으로 연락을 드릴 예정이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감청영장 거부로 빚어진 다음카카오와 검찰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다음카카오 측은 다음카카오의 ‘이용자 보호조치’ 결과와 계획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1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김 의장의 마인드프리즘 사업 정리와 관련, 다음카카오 고위관계자는 “개인투자와 관련된 부분이라 우리로선 정보도 없고 답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홍보팀 입장도 대동소이하다. 김화영 전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질문을 보냈지만 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