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기본계획 발전사업자 선정 감사원 지적 받아… 수요예측 틀려 잉여설비 문제 가능성도
“…산업부에서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적정예비율 목표(22%)를 설정하고 전원별로 신규 발전설비 구성방안을 마련한 뒤 연도별 설비소요량을 고려하여 평가순위가 높은 석탄 5개, 복합 4개 업체를 발전사업자로 선정함에 따라 당초 목표로 했던 설비예비율을 초과달성(26.2%→30.5%)하였는데도 계통연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식회사를 추가 선정한 사실이 확인되어 위 사업자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였다.”
11월 4일 감사원이 내놓은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발전사업자 선정 실태’ 공개문의 일부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6차 수급계획)에 대한 ‘의혹’은 지난해 국감에서 불거졌다. 민간발전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특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의혹은 석탄 민간발전소를 짓겠다고 내놓은 두 민간기업에 집중됐다. 동부그룹의 동부하슬라파워와 동양그룹의 동양파워다. 위 공개문에서 ○○주식회사라고 언급된 기업은 동부하슬라파워다.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공개문을 풀어보면 동부하슬라파워가 6위를 차지해 발전사업자로 선정되었는데, 발전소를 짓겠다는 지역에 정해진 용량을 넘어섰고, 실제 전력을 생산해 외부로 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는데도 추가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는 국회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감사원이 최종 내놓은 공개문은 올해 국감이 끝난 뒤 제출되었다. 감사원의 공개문을 보면 동부하슬라파워뿐만 아니라 2위를 차지한 동양파워와 관련한 대목도 눈에 띈다. 금융전문가가 자본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업체는 2점을 받아 탈락했고, 자기자본비율과 신용등급이 낮았던 동양파워는 최고점수인 3점을 받아 발전사업자로 선정됐다. 25분간 심사한 평가위원들은 자신들이 왜 그런 평가를 내놨는지 평가이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감사원이 산자부나 한전, 전력거래소 담당자들에게 내놓은 조치는 ‘주의’와 ‘개선권고’다. 특혜는 없었다는 말일까.
“특혜라는 말은 법적인 용어지만, 명확하게 개념이 정의되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들여다본 부분은 평가의 기준이 적절하게 마련되었느냐는 것이고, 그 중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드러나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11월 6일 <주간경향>과 통화한 감사원 관계자의 말이다. 6차 수급계획으로 민간발전사업자가 선정된 것은 2013년 2월이다. 전 정권 말이다. 민간발전업자들이 대거 포함된 부분에 대한 의혹이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홍영표 의원실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동원된 건설사들을 위해 보상 차원으로 만들어놓은 특혜가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전력 민영화의 사전단계라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의혹이 집중된 민간사업자는 앞서 언급한 동부하슬라파워와 함께 동양파워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6차 수급계획에서 특혜가 동양사태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동양그룹이 당시 제출한 계획을 보면 동양파워가 발전소를 운영하면 당기순이익이 6000억원이라고 되어 있다. 동양의 입장에서는 그것으로 돈을 당겼고, 그래서 결국 동양사태가 일어난 것 아니냐.” 동양파워는 동양그룹의 알짜배기 회사로 선전됐다. 논란이 더해지는 것은 지난해 4월, 성추행 논란으로 낙마한 최연희 전 의원을 사장으로 영입하면서다. 동양그룹은 총 41명의 전·현 정권 인사를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영입하면서 회생을 시도하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동양파워는 포스코에 3411억원에 매각된다. 현재는 포스파워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평가이유서도 남기지 않은 ‘특혜’ 의혹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어떻게 해명할까. 특혜의혹은 지난해 국감과 언론에서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산업부는 당시 언론 보도와 관련해 낸 해명자료에서 “평가기준은 2개월 전 미리 공개했고, 접수 마감이 이뤄지기 전에 세부평가기준도 모두 공개해서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했다”며 “건설의향 평가서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 각계 전문가 139명으로 풀을 구성해, 평가가 이뤄지던 당일 새벽에 무작위 추첨을 통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1박2일 동안 호텔에 가둬놓고 전화기도 다 뺏었다. 수능시험문제 출제위원처럼 외부와 접촉을 일절 끊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위원들 숫자도 훨씬 더 많이 뽑고, 전국에 건설하겠다는 입지를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둘러보면 좋겠지만, 경쟁이 과열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했을 경우 이번에는 그 평가위원들이 로비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특혜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실 법적으로 수급계획에 안 들어 간다고 발전소를 못 짓는 것도 아니다”라며 “수급계획이라는 것은 정책계획일 뿐인데 참여한 민간기업들은 사업계획이 무슨 권리라고 생각해 사고 팔고 하는 것이 답답할 노릇”이라고도 덧붙였다.
전력수급계획은 장기적인 전기수요를 예측해 발전설비를 새로 만들거나 운용하는 계획이다. 발전설비 건설은 하루 이틀에 되는 문제가 아니다. 원자력, 석탄, LNG, 신재생 등 각 분야별로 각각 다른 수급 전망을 만들어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 고도로 복잡한 계획이다. 발전설비 건설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드러나듯. 전기를 보내는 송전, 즉 계통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비용 문제도 같이 포함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전력 수요예측 실패 땐 혈세낭비 초래
지난 수년간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급감하면서 과거 세운 수급계획의 수요예측 실패 문제가 대두되었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동계 전력피크 현상도 새로운 문제로 나타났다. 전력수요 예측 실패는 혈세낭비 문제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발전용량 부족으로 정전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큰일이지만, 실제 수요를 넘어서는 발전설비를 만든다면 역시 국민 세금의 낭비다.
“6차 수급계획은 과거 5차와 달리 거시모형을 도입했다. 획기적인 변화였다. 과거 1차에서 5차까지는 미시모형, 즉 가전기기 보급률로 전력수요를 예측했다면 6차에서는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를 바탕으로 계량경제학적 모형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예측모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1월 5일 에너지시민연대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토론회에 참석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과 교수의 말이다. 하지만 거시모형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요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있다. 일차적으로는 기온이다. 올해 여름에는 예상과 달리 전력피크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예년과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 때문이었다.
유 교수는 “6차 수급계획에서는 기상청의 장기전망 자료를 바탕으로 예측을 했는데 물론 다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당히 진일보한 모형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6차에서 거시지표로 도입된 경제성장률 역시 문제다. 세계 경제상황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홍영표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6차 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 첫해인 2013년부터 실제 수요와 차이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그 근거로 6차 계획에서 미래 전기요금 상승률을 과소 추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는 43% 인상되는데, 전기요금은 19%만 상승될 것이라고 가정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해 1월에 4.0%, 11월에 5.4% 각각 두 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된 결과, 이미 2014년에 2019년 예상치(112.47원)에 도달했다”며 “전기요금이 예상치와 다르게 급격하게 인상되면 다시 이것은 대규모 수요억제로 이어지는데, 결국 수요예측에 실패한 결과 당장 2016년부터 잉여설비 문제, 즉 지어놓고도 발전소를 돌릴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먹구구식 계획이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외진 곳에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시설을 만들고 장거리 송전을 기본으로 하는 기존 전력 패러다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밀양사태”라며 “6차 전력수급계획이 과거에 비해 거시모형을 도입하는 등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발전소를 짓는 성장 패러다임에 정부가 집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나와야 하는 제7차 계획 지지부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13년부터 2027년까지 장기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만든 계획이다. 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 25조와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2년마다 마련하게 되어 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아직 진행은 안 되고 있다. 7차 전력수급계획 참가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진행된 회의는 두 차례. 그것도 첫 회의는 제주도 가스복합화력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7차 계획과 관련된 회의는 한 번만 이뤄진 셈이다. 역시 앞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국장은 “환경부의 온실가스감축계획인 ‘포스트2020’에 맞춰 수요전망을 내 와야 하는데 아직 포스트2020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계획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내년 2월 정도까지 계획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그렇게 될까. 뒤늦게 드러난 6차 수급계획의 주먹구구식 작성 문제는 내년 초 예정된 7차 계획에서는 과연 극복될까. 지켜볼 일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