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박근혜 비판시위 봉쇄 ‘괴 트럭’ 정체 밝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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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등록된 한 영상이 SNS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동영상의 제목은 “20140922 박그네 오타와 호텔 앞 꼼수”다. 박근혜 대통령이 묵고 있던 호텔 건너 길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고 있다.

동영상을 보면, 약 4명의 교민 혹은 유학생들이 한국 정부의 세월호 사건 대처방식에 대해 항의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시위를 가리는 정체불명의 트럭 2대. 동영상을 보면 누군가의 ‘고함소리’와 함께 트럭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호텔 길 건너 피켓과 현수막을 든 4명의 시위대를 따라 전진·후진하며 가로막고 있다. 누구로부터? 동영상을 보면 호텔에서 고급 리무진이 나온다. 시위대는 트럭을 피해 그 리무진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트럭들은 필사적으로 막는다. 박 대통령이 탄 차다.

캐나다 오타와 샤토 로리에 호텔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캐나다 교민 시위를 봉쇄하고 있는 삼성 광고 트럭. | 유튜브 캡처

캐나다 오타와 샤토 로리에 호텔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캐나다 교민 시위를 봉쇄하고 있는 삼성 광고 트럭. | 유튜브 캡처

9월 25일, 한 언론사가 이 동영상과 관련한 보도를 했다. 제목은 이렇다. “캐나다 교민들 따라 졸졸~ ‘의문의 트럭’ 정체는?” 그런데 이 기사의 본문에서는 그 트럭들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괴트럭들의 실체와 관련한 단서는 많지 않다. 트럭 위에는 ‘grassroots’, 그러니까 한국말로 ‘풀뿌리’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단체 혹은 회사명이 언급되어 있다. 그런데 검색해봐도 이 조직의 실체는 알 수 없었다. 또 하나의 단서. 트럭에 실린 광고판이다. 광고판에는 푸른 풀숲을 배경으로 태극기와 캐나다 국기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각각 영어와 불어로 ‘박근혜 대통령을 환영한다’고 적혀 있다. 재외동포 신문에 실린 사진보도에 따르면 이 트럭은 박 대통령이 방문한 그날 시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이날 시위에 피켓을 들고 참석했던 송미진씨(20·여·유학생)는 자신의 ‘목격담’을 구글독스에 공개했다. 송씨에 따르면 해당 장소는 캐나다 오타와 샤토 로리에 호텔 정문 앞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시위를 봉쇄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캐나다 경찰은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실제 시위대를 가로막으려는 ‘한국 정부 관계자’를 캐나다 경찰이 “당신들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저지하는 장면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이 괴트럭의 정체를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동영상엔 있다. 바로 광고판 하단의 기업 로고다. 삼성이다. 의문은 꼬리를 잇는다. 왜 시위대 피케팅을 가리는 데 동원되었을까. “확인해 보니 우리 광고 트럭이 맞다.” 삼성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 캐나다 지사에서 대통령 순방 기간에 맞춰 광고전문회사에 의뢰해 만든 ‘웰컴보드차량’이다. “당일 차량이 이동한 것은 ‘현장 진행요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 현장 진행요원이 누구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웰컴은 여기 사람들이 해야 하는 문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기업이 나서서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을 환영하는 것도 그렇지만, 교민들의 피케팅을 가리는 데 동원된 것이 꼴사납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이 삼성광고 트럭에 ‘그네산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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