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규명코자 하는 시민 개개인의 자의식이 하나의 긴 띠를 이루고, 점점으로 커다란 광장을 채우며 우리 사회의 선명한 가치를 지향코자 하는 실천적 행동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서울이란 도시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점묘된다. 2014년 7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이한 서울광장은 슬픈 인상으로 점묘된다. 개별의 한 점에 주목하는 점묘적 시각은 각각의 점, 즉 개별적 색채로 캔버스를 채운다는 면에서 현재적 서울의 풍경을 이해하는 시각으로 적합하다. 2014년 7월의 슬픈 점묘는 4월의 팽목항과 관계되어 한 점 한 점으로 줄을 지어선 시민들의 슬픈 발걸음으로 그려진다.
1000만 인구가 살아가고 있는 서울의 풍경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들이 생생하게 점점으로 묘사되어 가득 채워진다. 현대사회의 사회적 집합체를 대표하는 도시를 가장 정확하게 보는 시각은 개별자의 색채를 그대로 점점으로 묘사하는 점묘기법이 적합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울광장에 모인 세월호 유가족들.
1000만 서울시민 개개인 삶의 점
점묘법(pointage·點描法)은 말 그대로 그림을 그릴 때 붓끝이나 브러시 등으로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는 화법 또는 화풍을 말한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가 과학의 이론을 채용하여 처음 시도한 점묘기법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선명한 색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해법으로 광학(光學)이론과 색채학을 접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개별의 색채를 선명히 하여 그 고유의 질감과 색채를 최대한 살리고, 전체가 하나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각각 다른 개별의 색채 고유성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개별자로서 독립적이며 직접적이다.
1000만 시민들이 살아가는 서울 역시 하나 하나의 개별자가 다양한 삶으로 점묘되어지는 풍경으로 적합하다. 본질적으로 점묘에서 하나의 점들은 도시의 다양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개별적 객체로서의 색채를 유지하므로 다분히 자주적이고 민주적이다. 그러면서 현대도시는 수많은 모순의 체계를 지니며 무질서하면서 조화롭다. 개별자인 시민 개개인의 의식은 도시의 색채를 자유분방하게 하고, 다양한 가치 패턴은 무리로 나누어지고 어우러지면서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현대도시의 물질적 상징체계와 각각 상징 속에서 개별의지를 지닌 시민 구성원은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하며 공동체의 질서 안에서 평화롭다. 동시에 고유한 질감과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서로 보색관계를 이루고 어우러지며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풍경을 이루어낸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은 7월 24일,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
초록의 화폭을 가득 메운 노란색
상공에서 내려본 서울 도심. 서울시청 앞 광장은 노란 리본이 둥글게 띠를 두른 모습이다. 아이들이 떠나간 바다와 정확히 430여㎞ 떨어져 있는 광장은 현대적 도시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아무 일도 없는 듯 멀쩡하다. 아이들이 처음 바다로 떠난 지 꼭 100일째를 맞이한 지난 7월 24일. 광장의 푸르른 초록 잔디를 물들이는 것은 만장처럼 휘날리는 노란 리본들이다. 노란 색들의 점들이 모여 초록의 화폭을 가득 메운 풍경은 아득하게 슬픔으로 스민다.
아무래도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슬픔과 울분은 도시의 풍경 속에 묻혀버려진 듯하다. 사람들은 일상으로 묻혀지고, 서울광장의 노란 리본의 물결 역시 시간이 흐른 만큼 저만치 멀어진 듯 흐른다.
2014년 7월의 서울광장은 남쪽바다 4월의 풍경과 관계된다. 참사 100일째를 맞이한 서울의 풍경은 개별의 자의식이 연결된 점묘적 속성을 지닌다. 꽃보다 아름답고 고귀한 아이들이 사고를 당한 지 100일째를 기억하는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여든다. 덕수궁 담장 너머로 오후의 햇귀가 사그라지고, 전날부터 흐려진 하늘 저 편에는 어느새 먹구름이 머물러 있다. 퇴근시간이 임박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들이 점점으로 줄을 만든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은 7월 24일,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
진실을 규명코자 하는 시민 개개인의 자의식이 하나의 긴 띠를 이루고, 점점으로 커다란 광장을 채우며 우리 사회의 선명한 가치를 지향코자 하는 실천적 행동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하루 전날 1박2일의 일정으로 안산 단원고를 출발한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의 발걸음이 서울역에서 시민들과 합류하는 동안 광장은 더욱 선명한 가치를 지닌 개별의 시민행동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미 떠나간 이들의 아픔과 남은 자의 슬픔이 평화로운 초록 광장에서 노란색 리본과 함께 어우러진다. 미안한 마음을 지닌 한 사람, 분통한 마음을 지닌 또 한 사람이 점점으로 이어져 우리라는 커다란 띠를 그려내고 또 어우러짐으로, 진실한 가치를 지닌 하나의 공동체를 기도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밤을 새우고 1박2일 100릿길을 걸어온 유가족들의 긴 행렬은 비통하고도 장엄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란 문구가 새겨진 노란 깃발들은 떠나간 아이들의 목소리와 보낸 이들의 슬픔이 적혀진 만장처럼 휘날린다.

2014년 7월의 서울은 4월의 팽목항의 상처에 의해서만 해석된다.
시민의식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광장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저녁 7시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와 함성으로 위로를 보낸다. 녹색의 광장에서 평화와 변화를 기도하는 순간이다. 2014년 7월 서울광장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의 흐름을 보여준다. 광장의 본래적 의미와 정체성은 민주주의의 구현과 공동체의 올바른 가치 지향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광장의 진정한 정체성은 여론을 수렴하는 상징이자 하나가 된 대한민국의 이미지로 대표된다. 월드컵으로 서울광장에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퍼지면, 영남 호남 할 것 없이 수많은 지역의 광장에서도 한 목소리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이것이 광장의 진정한 정체성이자 역할이다.
1000만 시민들이 모여 사는 서울은 개별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가 이해와 소통으로 어우러진다. 이는 하나의 도시가 커다란 사회공동체이면서 또 각양각색의 개별자인 각각의 시민들의 개별적 특성을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서울시민들.
2014년 7월 서울의 풍경은 4월 팽목항의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내는 사이, 바로 앞 광화문 광장에서는 열흘이 넘게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름 땡볕보다 뜨거운 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것을 모르는 이 없거니와 100일 동안의 상처는 그냥 잊어버리라 한다. 봄부터 시작된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잊혀져가는 것인가?
다행스러운 것은 한 줄기 소나기처럼 유족들의 뜨거운 울분과 갈증을 위로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다. 뜨거워진 대지에 슬픔을 삭이고 있는 유족들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쉬 멈추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24일 이후 퇴근 후 매일같이 유가족들을 찾고 있다는 백승수씨(50·경기도 과천시 별양동)는 오늘도 광화문을 찾았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기사들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유족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진실을 알고자 시간이 날 때마다 찾습니다. 유족분들은 세월호 특벌법에 특례입학과 군면제에 대해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려는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고의 원인과 죽음을 진실하고 선명하게 밝혀주기를 바랄 뿐이다.

세월호 참사 100째를 맞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5월 19일 “과거와 현재의 잘못된 것들과 비정상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명운을 걸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렸었다. 오늘도 광화문을 찾은 백씨는 내일 하루는 휴가를 내어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을 할 예정이다. 백씨의 모습을 보며, 다시 8월의 여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시민의 힘,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으로 그려지는 희망의 풍경을 점묘한다.
<글·사진 이강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