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새롭게 드러난 유병언의 해외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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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com 도메인 구원파 해외 회사·신도 소유 논란 빚어

“하나님은 한국 사람인가.” 지난 2005년, 미국 LA 출신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는 한 언론 페이지에 올라온 기사 제목이다. 신을 의미하는 단어인 ‘GOD’의 닷컴 도메인(www.god.com) 소유주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기사의 작성자가 밝힌 하나님 웹사이트 ‘추적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하나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복음미디어그룹’(Evangelistic Media Group·이하 EMG)이라는 곳이 운영하고 있는데, ‘yourBible.com’이라는 사이트로 재연결되도록 되어 있다. 

기사 작성자가 확인해본 결과, 이 yourBible이라는 사이트는 한국의 서울 강남구 삼성2동에 있는 ‘많은 물소리’라는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기사는 어떻게 보면 공공성을 갖고 있는 도메인을 특정인이 독점해 ‘하이재킹’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비꼬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특정 종파가 God.com이라는 도메인으로 자신의 설교를 정당화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유병언 설교집 ‘꿈같은 사랑’ 링크
현재도 운영되는 God.com은 yourBible.com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후이즈 등 도메인 검색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이 도메인의 소유자는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yourBible.com도 현재 운영되고 있다. yourBible 사이트를 누가 운영하는지를 밝히는 소개 부분은 유어바이블과 설교자의 말 두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삭제되어 있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이 사이트가 유병언의 구원파와 관계된 사이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병언의 설교집 ‘꿈같은 사랑’이 링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는 “표지 그림을 누르면 전문을 볼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지만 이 역시 현재 삭제되어 있는 상태다. 이들 사이트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운영했던 것일까.

서울 서대문경찰서 옥외게시판에 걸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수배 전단들. | 김영민 기자

서울 서대문경찰서 옥외게시판에 걸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수배 전단들. | 김영민 기자

‘많은 물소리’는 구원파의 월간지를 발행하는 출판사다. 앞서 거론한 yourbible 사이트에도 유병언이라는 이름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설교집이나 사이트에 남아 있는 설교 내용은 모두 유병언의 것이다.

앞서 God.com에 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EMG의 회사 정보를 살펴보면 2002년 5월 하와이에 등록된 비영리기관이다.(등록번호 30175 F2) 이 회사의 스태프로는 마이클 함이라는 사람과 폴린 헌팅턴, 그리고 문동연 박사가 디렉터를 맡고 있고, 김 데이비드라는 사람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이름들은 다시 아해프레스, 그러니까 유병언의 사진과 관련된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회사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God.com 도메인과 관련해 또 한 명의 함씨가 나온다. 케빈 함이다. 지난 2007년 CNN의 머니면에 소개된 비즈니스2.0 매거진은 “인터넷을 소유한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활동을 소개한 풀 스토리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그가 갖고 있는 도메인은 God.com뿐이 아니다. satan.com, greetings.com 등의 도메인도 갖고 있다. 기사는 함씨를 한국계 이민자의 2세로 소개했다. 이민 2세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3형제와 함께 성장했는데, 아버지는 세탁소를 하며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했다고 소개한 이 기사는 “함씨가 자신의 사업 이야기를 하다가 자주 종교 관련 이야기로 넘어가곤 했다”고 적고 있다. ‘도메인왕’ 케빈 함씨도 구원파 신도일까. 답은 의외로 어렵잖게 나왔다.

최측근 김혜경 부친, 민자당 출마 경력
앞서 언급한 ‘많은 물소리’가 발행하는 월간지 ‘글소리’ 2005년 5월에 게재된 ‘2004년 북미지역 성경탐구모임 스케치’라는 기사에 그의 이름이 나온다. 케빈 함은 인터뷰와 글, 통역, 번역 등 취재를 도와준 사람들의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전도를 케빈 함이 도왔다는 이야기도 기사에 실려 있다. 글소리 월간지의 다른 호에는 2006년 밴쿠버에서 열린 어린이 성경 교육프로그램이나 성경에 나타난 건강에 관한 비유와 관련한 특강을 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있었다. 케빈 함과 함께 앞서 거론한 EMG·아해프레스 관련자들의 이름도 앞의 2004년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정동섭 목사는 “이른바 오대양사건 당시 사기사건으로 복역한 뒤 출소한 유병언씨는 은둔하는 한편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 선교에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2004년 12월 말에 열린 북미지역 성경 탐구모임 스케치 글에 따르면 유병언은 이 자리에 참석, 밤 늦게까지 건강을 주제로 강연을 하거나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체조를 하기도 했다. 월간지 ‘글소리’를 보면 필리핀이나 멕시코 등에서 구원파로 거듭났다고 밝힌 외국인의 수기가 여럿 게재되어 있다. 

북미지역에서는 캐나다에서 행사를 한 뒤 2006년무렵부터는 LA 인근에 자리 잡은 ‘하이랜드스프링리조트’에서 성경 탐구모임을 개최해 왔다. 역시 ‘글소리’에 실린 글에 따르면 새롭게 세를 확대하고 있는 멕시코 신자들을 위한 배려였다. 북미지역에서 성경 탐구모임이 진행될 때 유씨 부인인 권윤자씨는 연길 등 중국 선교에 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도 ‘글소리’엔 실려 있다.

“유병언 재산의 많은 부분은 이미 해외로 옮긴 상태이기 때문에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구원파를 탈퇴한 전 구원파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이 인사가 공개한 자신과 부인의 계좌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구원파 관계 회사들로부터 입출금된 내역이 찍혀 있다. 회사 대 회사가 아닌 신도들 개인의 루트를 통해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전체 자금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앞서 등장한 해외 인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확인해줬다. 마이클 함은 부모가 구원파여서 자연스럽게 구원파가 된 인사다. 미국 뉴욕에서 내과의사를 하고 있는 문동연씨가 미국 내의 구원파 핵심 인물이다. “구원파의 해외사업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대부분 문동연 박사를 앞세워서 하고 있다”는 것이 전 구원파 핵심 관계자의 주장이다. 현재 검찰 조사에서 유병언의 해외 커넥션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전 구원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가 구원파 재산의 해외유출을 주도했다. 유병언의 최측근이라고 보도된 김혜경 대표는 그동안 ‘전남 목포 출신의 유지 딸’ 정도의 정보만 언급되었다. 지난 5월 2일 기자회견에서 구원파를 탈퇴한 김희원씨(가명)는 “김혜경씨 아버지가 전라남도 목포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었다. <주간경향>이 취재한 결과 김혜경씨 아버지는 민주당이 아니라 13대와 14대 총선에서 각각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후보로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김복수씨로 확인됐다.

※ 기사 본문 중 언급되었던 '많은 물소리' 복음성가 사이트는 죠이선교회 출판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서 소위 구원파와 유병언 측의 '많은 물소리' 출판사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 정정합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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