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학여행 괴담,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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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미용실에 갔다가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 누리꾼이 올린 괴담은 이런 말로 시작한다. 세월호 사건의 주인공은 원래 안산 단원고가 아니라 인천의 옥련여고가 될 뻔했다는 것이다. 안개가 끼여 출항이 지연되면서 순서가 바뀌었고, 옥련여고는 다른 배를 타고 갔다는 것이다.

‘세월호 수학여행’으로 검색하면 엇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버전의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오산 운천고, 평택여고와 관련한 이야기는 앞의 옥련여고에 비해 조금 더 구체적이다. 세월호를 타고 가는 것을 두고 안산 단원고를 포함해 세 학교가 제비뽑기를 했는데, 원래 당첨된 곳이 운천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단원고 교감이 사정해 운천고가 양보, 불행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누리꾼은 “교감선생님이 자살한 것이 아마 그로 인한 죄책감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면목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학여행 경비 인출 안내문. 세월호 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항공편 이용 예정으로 계획되어 있었다.9yu | 면목고등학교

면목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학여행 경비 인출 안내문. 세월호 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항공편 이용 예정으로 계획되어 있었다.9yu | 면목고등학교

찾아보면 이런 유의 ‘세월호 수학여행 괴담’은 꽤 된다. 이 수학여행 괴담에 주로 등장하는 곳은 서울과 수도권 인근의 고등학교들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학교는 서울 강북지역의 면목고다. 5월 21일, 다음 아고라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사고 하루 전, 세월호에 승선하기로 한 서울 면목고 학생들과의 계약이 취소됨.(세월호 정원이 921명이므로, 두 학교 모두 이용 가능)” 이 글을 올린 누리꾼은 그 근거로 한 타블로이드 시사지 기사와 블로그 글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근거’에는 면목고가 세월호에 탑승할 예정이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른 고등학교가 세월호에 단원고 대신 또는 같이 탑승할 예정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앞서 거론한 학교들은 확인한 결과 5월 수학여행 예정이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취소되었다. 이들 학교만이 아니라 5월 수학여행 예정 학교는 모두 취소되었다. 적어도 세월호와 같이 떠날 예정이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면목고는 1학년 학생들이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안산 단원고와 겹치는 날짜다. 괴담이 퍼진 이유로 보인다. 그런데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1학년 수학여행 참가동의서’ 문서를 보면 처음부터 항공편을 이용하는 걸로 돼 있었다. 참가동의서를 낼 시한은 3월 24일. 그러니까 사건이 나기 20일도 전에 이미 비행기 이용이 확정되어 있었다. 나라장터에는 이 학교가 낸 ‘수학여행 용역업체 선정 공고’가 올라와 있다. 입찰로 업체가 선정된 것은 올해 1월. 입찰에 제시된 여행경비 부분에는 ‘항공권’이라는 항목이 있다. 

면목고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왕복 항공권을 기준으로 입찰공고를 냈고, 처음부터 배편으로 이동하는 공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강북의 기숙형 자립형공립고 대신 경기도의 가난한 동네 학교’라는 식의 음모설을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진상규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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