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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상품 ‘싼 게 비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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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용 학생 부담, 가격 비싸면 부조리 의혹…

최저가 입찰 상황서 안전은 뒷전

도교육청의 규정은 느슨했고,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정보가 없다 보니 일선 학교가 수학여행을 준비하면서 사전에 위험요소를 걸러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수익자부담이 원칙이었다. 학생들의 경제여건을 고려해 좀 더 안전해 보이는 비싼 여행상품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특히 학교 측에서 업체를 선택할 때 최종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다. 감사 우려 때문이다. 최철환 경기도 교육의원은 “수학여행은 공공입찰을 통해서 구하는데, 같은 옵션이면 제일 싼 쪽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비싸게 했을 경우에는 부조리 관련 의혹을 사서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이 중단된 가운데 송파구 탄천주차장에는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연합뉴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이 중단된 가운데 송파구 탄천주차장에는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연합뉴스

공교육 일환이지만 지원은 전무
학교가 수학여행 업체를 선정할 때 첫 번째 단계는 나라장터에 공개입찰을 하는 것이다. 여행사들이 공개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요건은 느슨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공개입찰 자격요건은 사실 없다고 보면 된다. 차량 연식이나 자동차가 직영인지 지입인지, 보험은 가입되어 있는지 이 정도인데, 이 정도는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기본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직영차는 여행사에서 소유하고 있는 차량이고, 지입차는 개인이 차를 소유해 여행사로 들어와서 운영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직영인지 지입인지는 사실 학교에서는 알 수가 없다. 사내에서 내부적으로 하는 거라서 지입인데 거짓말로 하고 직영차량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며 “한마디로 여행사 허가를 내게 되면 다 할 수 있고, 학생들을 인솔하려면 국내 인솔 가이드자격증이 있으면 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나라장터에서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몇 개의 업체가 선정되면 두 번째 단계인 학교장터에서 최종 업체를 선발한다. 나라장터에서 선정된 몇몇 업체끼리 다시 학교장터에서 입찰을 하는데, 이때 대부분의 학교가 최저가를 입찰한다. 업체 선정의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가운데 선정 기준의 많은 부분이 가격으로 결정되면서 위험요소는 걸러지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선박업체인 청해진해운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여행사 쪽도 정확한 정보를 갖기가 쉽지 않다. 

여행사 관계자는 “사실 인천에서 제주까지 배를 띄울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여행사도 별로 선택지가 없는 편”이라며 “청해진해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여행사들도 당연히 몰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전직 교장은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학교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라는 기관이 거대한 선박회사의 조직과 허술한 점까지 따지고 조사하기는 어렵다”면서 도교육청에서 여행사 입찰을 할 때 좀 더 구체적인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 폐지론부터 수학여행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자, 각 지자체에서는 선박을 이용하거나 전세버스를 이용한 수학여행과 체험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챙겨야 할 내용을 구체화하는 조례안을 준비 중이다.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학생들이 타야 할 선박의 연령과 사고 유무,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기관사 등의 나이·경력 등을 해당 업체에서 정보를 미리 제공받아 확인하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수학여행이 저가의 여행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면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학여행이 공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만큼 양질의 수학여행을 위한 비용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의 공교육 수준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최철환 교육의원은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도 전액 지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한국의 공교육이 발전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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