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샀더니 과자는 덤’ 논란 아직도 계속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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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샀더니 과자는 덤.” 이른바 제과류의 과대포장 논란을 이 코너에서 다룬 것은 지난 2012년 5월이었다(<주간경향> 975호 언더그라운드.넷 코너 참조). 당시 기사를 쓰면서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에 문의하니 그렇지 않아도 과대포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제품포장 관련 법령 제정이 추진된다고 했다. 법령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기자는 기사 말미에 “관련 법령이 제정되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틀렸다. 과자 과대포장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누리꾼들로부터 과대포장 지적을 받은 오리온사의 신제품 ‘닥터유 다이제 토스트’ / 루리웹

누리꾼들로부터 과대포장 지적을 받은 오리온사의 신제품 ‘닥터유 다이제 토스트’ / 루리웹

3월 중순, ‘3000원짜리 다이제 과자 클라스.jpg’라는 제목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오리온이 새로 출시한 ‘닥터유 다이제 토스트’란 제품엔 2개의 봉지가 들어 있는데, 다시 내용물 포장을 벗기고 쌓아봤더니 포장박스의 절반도 안 되는 4개의 과자가 들어 있더라는 사진 글이다. 오리온 측과 통화했다. “지난 1월 16일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시험성적서를 받았습니다. 17%의 포장비율로 통과한 제품입니다.”

관련 법령인 ‘제품의 포장재질ㆍ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제과제품은 포장공간 비율을 20% 이내에 맞춰야 하며, 포장횟수는 2회를 넘을 수 없다. 공기주입포장, 그러니까 질소충전의 경우 비율이 35%다. 

다시 말해 박스과자는 80% 이상, 봉지과자는 65% 이상 내용물이 차 있어야 한다. 그런데 17%라니. 그러니까 저게 박스 안 내용물이 83%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인가. 환경부를 통해 오리온 측이 낸 시험성적서를 입수했다. 17%라는 수치는 사실이었다. 단, 이 성적서에는 조건이 명기되어 있었다. ‘단위제품의 2차 포장 대비 1차 포장의 포장공간 비율에 한하여 유효함.’ 다시 말해, 포장재와 박스 사이의 공간비율만 따진 수치라는 것이다.

지난 2월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포트’는 유명 제과사의 제품 과대포장 실태를 짚었다. 이 단체의 최현숙 대표는 “환경부 고시 자체가 과대포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내부포장과 겉포장 비율만 따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장난칠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어떤 반응일까. “사실 내용물과 관련해 포장지에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강한 규제다.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안다. 상한선을 넘어가면 과태료를 물게 되어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업계는 ‘과도한 규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의 해명이 궁금했다. “논란이 되는 게시 글을 봤는데, 이런 식으로 제품을 세워놓는 경우는 없잖아요. 내용물 자체가 파손될 수 있으니. 또 하나, 다이제 토스트를 담는 용기에 접히는 부분, 데스플레이스(death place)가 많다는 것도 고려하셨으면….” 글쎄. 납득되는 해명인지. 추가로 오리온 측은 “해당 제품 출시가 한 달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 의견수렴 단계”라며 “만약 과대포장이라는 의견이 많다면 당연히 차후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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