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명함도 총무부에 신청한 걸까요.”
11월 하순, 한 장의 명함 사진에 누리꾼의 이목이 쏠렸다. 삼성의 로고가 양각되어 있고, 사인이 있다. Kun-Hee Lee Chairman이라는 표시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회사주소·전화번호, 심지어 이메일 주소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명함이다.
초기 논란은 이 명함이 실제 쓰이는 명함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3월에도 이 회장의 명함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있었다. 단신 처리되었지만 관련 보도도 있었다. 삼성 관계자는 공식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가 “실제 쓰고 있는 명함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누리꾼이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인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명함. | slr클럽
명함에 양각 처리되어 있는 삼성로고가 다른 삼성 직원, 이를테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명함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실제 이 회장이 쓰는 명함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언론 보도 등으로 실제 명함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
명함 인쇄·제작회사를 운영한다는 한 누리꾼은 “이런 스타일의 명함은 은근히 비싸다”고 품평(?)을 남겼다. 확인해봤다.
“튀어나온 로고는 양각형압이라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별도의 수작업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보더라도 고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명함 전문제작업체 아리움의 김세한 부장의 설명이다.
‘양각형압’ 작업 자체만 비용이 1.5-2배 추가된다. 게다가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작업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추산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가 덧붙인 말.
실제 쓰는 명함이 아니라는 쪽에서 딴죽을 거는 것은 이 회장 이름의 영문표기와 chairman이라는 직함이다. 영문표기와 직함은 실제 포브스 등 외지에서 이 회장에 대한 표기를 보니, 맞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재벌그룹의 경우 회장을 영문표기할 때 ‘chairman&CEO’ 식으로 표기를 많이 하는데, 이회장의 경우 chairman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누리꾼의 댓글을 보면 다른 각도에서 이 ‘체어맨’을 걸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체어맨(쌍용차) 영업사원이냐”는 식의 농담이다. 그러고 보니 이 회장은 자동차 관련 구설이 꽤 된다. 이 회장이 포르쉐와 벤틀리 매장을 방문해 차를 계약한 일화를 담은 타블로이드 신문 기사가 인터넷에서는 사실처럼 돌아다닌다.
과거 <한겨레21>은 용인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외제차 여러 대를 주차해놓고 서킷을 달리는 이 회장의 사진을 찍어 보도하기도 했다. 어쨌든 삼성 측의 반응이 궁금하다. 첫 반응. “지난 3월에도 논란이 되었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공식 코멘트할 사안이 아닐 것 같다.”
삼성 측 관계자는 “과거 보도 당시 명함에 사용된 시그니처가 이 회장 본인의 것이 맞는지 논란이 되었는데, 맞는 것은 같지만 명함 출처는 알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실제 그 명함이나 양각된 형태의 로고가 적힌 다른 사람의 명함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제차 계약 이야기도 카더라 식으로 실리는 타블로이드에 실린 내용이 아니냐”며 “진짜 있었던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