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키썸, 넌 누구냐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G버스 청기백기녀를 아시나요?” 지난 10월 말 한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G버스, 그러니까 수도권 경기도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 사람은 아마 한 번쯤 봤을 것이다. 버스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나오는 콘텐츠 중 청기백기 게임을 진행하는 여성. ‘래퍼 키썸’을 두고 나온 말이다.

그런데 왜 그녀가 화제를 모았을까. 검색해도 ‘키썸’이라는 ‘래퍼’는 나오지 않는다. 포털사이트 인물 프로필에도 뜨지 않는다. 소속사가 어디인지, 본명은 무엇인지, 어디서 ‘랩’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랩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키썸’은 논란이 되었다. 어느 정도 그 바닥을 아는 팬덤 사이에서도 ‘키썸’이라는 래퍼는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급기야는 지난 9월 말 ‘키썸, 당신은 누구신가요’라는 제목의 페이스북까지 개설되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마케팅은 아닌 듯하다. 페이스북 운영자도 정말 그녀가 누군지 궁금해 하는 모양이니까. 말하자면 대표적인 ‘듣보잡 캐릭터’의 아이콘으로 ‘래퍼 키썸’은 떠올랐다.

G버스 TV의 청기백기 게임 코너를 진행하는 래퍼 키썸. 본명은 조혜령이고 올해 20세다. | G버스 TV 페이스북

G버스 TV의 청기백기 게임 코너를 진행하는 래퍼 키썸. 본명은 조혜령이고 올해 20세다. | G버스 TV 페이스북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관심을 끄는 것은 딱히 공개된 음악활동이 없으면서도 벌써 3개월째 G버스 TV에서 방송 중인 ‘청기백기 게임’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딱히 그 게임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장기 출연하는 이유는 뭘까?

G버스를 운영하는 경기도 버스운송조합 측에 문의했다. “래퍼 키썸이오? 가수입니까?” 경기버스 측에도 키썸은 듣보잡이었다. 경기버스 측에 따르면 외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은 따로 있다. 콘텐츠 제작사 대표와 연락했다. “키썸 측과 협의했는데 아직 인터뷰나 노출은 하지 않을 생각이랍니다. 12월이나 1월 초 정도에 앨범이 나오는데….”

궁금한 건 그게 아니다. 왜, 하필이면 그녀가 청기백기 게임을 진행하는 걸까. “버스회사 사장 딸이나 그런 것은 당연 아니고요. 사실은 아직 소속사는 없고….” 계속되는 대표 설명을 간단히 요약하면,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리다보니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아는 동생’을 데려다 쓴 것이라는 얘기다.

래퍼 키썸의 이름은 조혜령. 올해 20세다. 대표는 “키썸이 누군지 알려진 게 전혀 없다는 누리꾼들 이야기는 우리도 알고 있다”며 “앞으로 포털 프로필 등에 키썸에 대한 정보를 등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대표의 말. “사실 제가 키썸을 데리고 왔고, 만약 안 좋게 나간다면 키썸의 부모님에게도 죄송하고 우리로서는 기사가 나가면 키썸이 진행하는 코너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저 ‘래퍼 키썸’이 누구냐는 게 궁금했던 것뿐이지, 무슨 비위사실을 캐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어쨌든 “키썸과 G버스 TV 시청자가 청기백기 대결을 펼칠 新청기백기 시즌2가 시작된다”고 11월 7일 G버스 TV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공지를 보니 앞으로도 래퍼 키썸은 G버스 TV에 계속 출연할 예정으로 보인다. 건투를 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언더그라운드·넷바로가기

이미지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