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우후죽순 생기는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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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보세’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정말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서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 이제 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선진국의 대열에 발을 들여놓은 현재, 그때의 새마을정신이 많이 희박해지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어서 그 새마을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하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지난 5월 16일 서울시 관악구의회 본회의에서 이복례 관악구의원이 한 말이다. 이날 관악구의회에서는 의장을 제외한 재석의원 21명 중 찬성 16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안이 통과됐다.

2010년 2월 8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에서 새마을운동 중앙회 주최로 열린 ‘녹색새마을 4대 강·하천 살리기 실천 다짐대회’ 참가자들이 새마을노래를 부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2010년 2월 8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에서 새마을운동 중앙회 주최로 열린 ‘녹색새마을 4대 강·하천 살리기 실천 다짐대회’ 참가자들이 새마을노래를 부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는 자치법규 정보시스템 데이터와 다른 자료를 종합하면, 5월 말 기준으로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를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142곳이다. 그 중 올해에만 18개 지자체에서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는 새마을운동조직의 사업·운영·활동·교육을 위한 경비를 지원하는 조항(지원 조항)을 공통적으로 두고 있고, 여기에 지자체에 따라 새마을운동 지도자에 대한 유공자 표창, 새마을지도자 및 유가족에 대한 위문격려, 구 청사 및 동주민센터 청사 등에서 태극기와 새마을기를 병립 게양하는 조항(예우 및 선양)을 선택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새마을회원의 자원봉사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재해 또는 사망사고에 대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보험가입 조항도 두고 있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는 2009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조례가 있는 지자체 142곳 중 2009년 이전에 조례가 제정된 곳은 강원도 횡성군(2006), 충북 청주시(2008), 충북 충주시(2008), 경기도 의정부시(2008), 경북 포항시(2008) 등 5곳이다.

2009년 이후 지자체 137곳서 제정
지자체의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가 2009년 이후에 집중된 데는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위상 강화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2009년 3월 이재창 회장(2013년 4월 퇴임)이 취임하면서 ‘뉴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새 회장이 취임하면 기존 운동을 새롭게 추진한다는 의미에서 ‘제2새마을운동’ 같은 명칭을 써왔는데, 이재창 회장이 취임하면서 새마을운동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뉴새마을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 회장의 ‘뉴새마을운동’은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2011년 5월 14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뉴새마을운동 추진을 위한 Y-SMU(Youth-SaeMaulUndong) 포럼 창립식을 가졌다. 2011년에는 ‘새마을의 날’(매년 4월 22일)이 국가기념일이 됐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는 2009년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2009년 28곳, 2010년 38곳, 2011년 27곳, 2012년 24곳)

새마을운동중앙회 관계자는 “우리가 사업을 할 때 기존에는 사회단체 보조금에 준해서 지원을 받다보니 실제로 어려움이 있었다. 좀 더 안정적인 사업 근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니 지방의회에서 조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 제정에 관련된 지방의회 회의록을 검토하면, 조례 제정은 각 지역 새마을운동조직의 요구와 해당 지자체 집행부(광역시·도, 시·군·구청) 또는 해당 지자체 의회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맞물려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2011년 9월 8일 부산시 사상구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록을 보자. (김부민 구의원) “이 지원 조례가 새마을지회 중앙회에서 기본안을 만들어서 각 지회로 내려와 제정된 것이 맞죠?” (자치행정과장) “예, 맞습니다.” 자치행정과장은 이날 “새마을단체에서 작년(2010년)부터 끈질기게 해달라고 요구를 해왔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 4월 22일자로 조례가 제정된 대구시 달서구의 경우 발의자인 김철규 구의원(달서구 구의회 의장)은 지난 2월 해당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자신이 “새마을 회원의 한 사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큰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선에서 용기라도 줄 수 있는 것이 뭐냐고 물으니까 조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위원님들한테 예산이나 뭔가 달라는 소리는 않겠다, 상위에서 부탁도 하는 부분이고, 그래서 이것을 만들어주면 정말 우리가 열심히 일할 것 같다, 그래서 제가 만든 겁니다. 어떤 의도나 다른 부분들은 전혀 없습니다.” ‘새마을운동 조직의 사기 진작’을 위한 조례라는 해명인데, ‘사기 진작’은 ‘지난 시절 새마을운동이 국가발전에 기여한 놀라운 성과’ 등의 말과 함께 다른 지자체들에서도 조례 제정 이유로 거의 빠짐없이 언급되는 표현이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를 만드는 데 법적인 장애물은 없다. 1980년 제정된 상위 법률인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조직은 현재도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조례에 근거해 지원을 받고 있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 신설이 지역사회의 다른 사회단체는 물론 자유총연맹이나 바르게살기운동연합 같은 관변단체와 비교해서도 새마을운동조직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은 1988년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을 맡고 있던 전경환씨(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가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후 폐지법률안이 세 차례나 국회에 제출됐을 정도로 그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 문제는 없지만 ‘특혜’ 비판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탓에 조례에는 ‘보조금의 지원절차, 관리 및 정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자체) 보조금 관리조례 및 (해당 지자체)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조례에 따른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새마을운동조직에 대한 ‘사기진작’과 ‘예우’라는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기존 예산에서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 점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조례에 ‘중복지원 금지’ 조항을 삽입하기도 했다. 여전히 우려는 남는다. 김부민 부산시 사상구의원은 “조례는 나중에 본예산에 관련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처음 조례가 만들어질 때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이 조례를 근거로 별도 예산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 제정과 관련한 지자체 회의록을 보면, 반대 의견을 제기한 의원들이 드물다. 지방의원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지역 한 구의원의 말이다. “전후 사정을 보면 지방선거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례의 적합성에 의문을 품고 있으면서도 정작 표결에서는 찬성표를 던지거나 기권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우라고 본다. 야당 소속 의원들도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부산 지역의 한 구의원은 “서울은 모르겠지만 부산이나 호남 같은 경우에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서 관변단체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압박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가 가장 많이 제정된 지역은 경상북도(21곳)와 전라남도(20곳), 부산광역시·경기도(각기 14곳)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 제정 움직임은 갈수록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이동영 서울 관악구의원은 “우리 구에서 조례가 통과되던 날 다른 구의 동료 의원들한테 바로 연락이 왔다. 자기들도 조례를 발의하려고 한다는 얘기였다. 연말 안에 대부분 자치구에서 이 조례가 안건으로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말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244개)의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 제정 비율은 58%에 이른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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