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고 김형곤씨 미니홈피 악플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야 김형곤, 넌 저주받은 몸이야 명심해. 야!! 그리고 내가 니들한테도 경고한다. 내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나랑 맞짱 뜰 자신 있는 분만 전화해. 010-4105-○○○○. 나랑 싸울 용기가 없다면 아무도 거기 얼씬거리지 마라. 나는 병점의 사채업자야.”

지난 4월 말, 개그맨 고 김형곤씨 미니홈피 방명록에 올라온 글이다. 글의 작성자는 한□□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있다. 한씨는 고 김씨의 미니홈피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밝히며 지속적으로 김씨에게 악플을 남기고 있다. 게시판에 올린 글을 추적해보면 한씨가 악플을 처음 남긴 시점은 지난해 11월. 김형곤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때는 지난 2006년 3월이다. 그러니까 벌써 7년 전에 고인이 되었는데 이제 와서 악플을 남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11월부터 고 김형곤씨 미니홈피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악플. 한□□라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고 있다. | 김형곤씨 미니홈피 캡처

지난해 11월부터 고 김형곤씨 미니홈피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악플. 한□□라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고 있다. | 김형곤씨 미니홈피 캡처

한씨 글이 누리꾼의 주목을 받은 계기다. 누리꾼들의 결론은 이렇다. ‘중2병’ 환자. 그러니까 악플로 세간의 관심을 받으려는 청소년의 치기어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럴까.

먼저 김형곤씨의 미니홈피 방명록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지난해 11월 이전, 2010년쯤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었다. 개그맨 김씨와 가족을 조롱하고 “열 받으면 전화하라”고 자신의 휴대폰과 이름을 공개하는 형식이었다. 유모, 김모, 이모씨가 돌아가며 글을 남겼다. 일단 이들부터 전화해봤다. 

놀랍게도 번호는 진짜였다. 올해 21살의 대학생인 이씨는 “개그맨 김씨를 모르며 게시판에 글을 남기지 않았다”면서 유씨와 김씨가 자신의 친구라고 했다. 이들은 오산에 있는 U고등학교 동창들이다. 그러니까, 누군가 이들의 실명과 실제 휴대폰 번호를 남기면서 지속적으로 악플을 남긴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악플을 남긴 한씨는? “한□□이오?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한씨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밤늦게 통화가 됐다. 중년의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이가 이상한 전화가 자꾸 걸려와 힘들어 합니다. 

카카오톡으로도 욕설이 들어오는데, 영문을 모르고 답변을 했더니 더 그런 메시지가 쏟아지는 모양이에요.” 전화를 넘겨받은 이는 한씨의 아버지였다. 한씨는 올해 24살의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다. 그렇다면 ‘중2병’ 악플을 남긴 주인공? 아버지는 부인했다. “애가 장애인이다보니 누가 주민번호 불러달라면 별 의심 없이 쉽게 불러줍니다. 그런데 자기가 했으면 알 텐데 카카오톡으로 문자메시지 들어오는 내용을 전혀 모르니까.” 누군가 인적 정보를 도용해 남긴 글이라는 주장이다. 최복천 중앙장애아동지원센터 센터장은 “지적장애 2급이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범위는 넓지만 예로 든 악플 내용 같은 표현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인적 정보 도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애초의 의문으로 돌아가자. 고 김형곤씨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악플을 남긴 까닭은 무엇일까. 한씨 아버지의 주장이 맞다면 한씨가 지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한씨의 이름으로 고약한 장난을 친 것이다. 몇년 전 오산 U고등학교 동창들의 실명과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이와 동일한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이제 그만하시길. 누군가에겐 그냥 장난이 다른 사람에게는 큰 상처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언더그라운드, 넷바로가기

이미지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