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노조 한달 만에 횡성 한우 16마리 판매
국세청을 출입하고 있는 국민일보 경제부 황세원 기자의 전화기는 요즘 불이 날 지경이다. 한우 판매 때문이다. 요즘 그의 입에서는 세무조사, 세금추징 같은 용어가 아닌 ‘소꼬리’ ‘도가니’ ‘차돌’ 등 한우 부위에 관련된 단어가 쏟아져나온다. 그의 전화기에는 “주문한 한우가 언제 도착하나” “주소지를 바꾸고 싶다” 등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황 기자는 국민일보 노조 파업기금 마련과 함께 축산농가를 돕기 위해 시작한 ‘횡성한우’ 직거래 담당자다.
한우 판매에 관련된 전화 응대 때문에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지만, 황 기자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 때문이다.

국민일보 노조는 강원도 횡성 도축장을 방문해 도축 과정 및 청결상태를 확인한다. 노조에서 횡성한우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왼쪽부터) 황세원·양지선 기자 | 국민일보 노동조합 제공
광우병 논란으로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며 한우 소비량까지 떨어졌다. 5월 2일 농림수산식품부는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국내 쇠고기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그 전 6일에 비해 8.7%나 소비가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일보 노조는 한우 판매로 ‘대박’이 났다. 4월 2일부터 5월 2일까지 국민일보 노조는 16마리의 한우를 팔았다. 한우 한 마리는 100~120명의 고객이 주문을 해야 판매가 완료된다.
황 기자는 “처음 한우 판매를 한다고 했을 때 노조에서는 한 마리나 팔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이었다. 개인적으로 5마리는 팔 줄 알았는데, 판매를 시작한 날부터 2일 만에 3마리를 팔았다”면서 “약간 주춤했던 때에 주간지에 한우 판매 기사가 나오고 조국 교수, 공지영 작가, 김용민 PD 등이 트위터에서 홍보를 해주면서 판매량이 더욱 늘기 시작했다. 매일 한우 판매에 관련된 잡무가 너무 많아 힘들지만 행복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파업 소식 널리 알리는 홍보효과도
한우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횡성한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한우 수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횡성한우 판매를 일시 중지하고, 다른 지역의 한우를 판매해야 할지 고민까지 하고 있다. 횡성한우 판매로 파업기금도 어느 정도 채워진 상황이다. 한우를 구입하고 싶은 이들은 ‘국민일보 수익사업팀 카페’(cafe.daum.net/kmstrike, cafe.naver.com/kmstrike)나 국민일보 노조(02-781-9261)로 문의하면 된다.
국민일보 노조 추산에 따르면 한우 구입자 중 60~70%는 언론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이들이 “힘내라” “국민일보 노조에 힘을 주고 싶다”면서 구입하고 있다. 한우 판매로 파업 투쟁기금 마련과 함께 일반인에게 다가서게 되는 ‘1석2조’의 효과까지 얻었다. 황 기자는 “우리의 파업을 지지해주기 위해 사주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한우를 사준 분들에게 마음의 빚이 크다”고 말했다.
횡성은 1991년부터 지금까지 한우 종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왔다. 지자체 조례에 횡성한우의 정의가 들어가 있을 정도. 암소와 수소의 선정과 도축, 그리고 판매까지 모든 일이 횡성군의 지도·감독 아래 이뤄진다. 횡성군은 횡성한우의 품질과 안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횡성군 축산과 방창량 계장은 “횡성한우는 외지에서 들어온 소가 없다. 사료도 가급적 조사료(볏짚과 목초를 포함한 작물사료)를 쓸 수 있도록 재배지를 확대하는 중”이라며 “횡성한우에 대해서는 광우병 걱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총파업을 시작한 이래 국민일보 노조 파업이 130일을 넘었다. 4월 19일 노조와 사측이 파업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협상을 시작했다. 쟁점이 되는 것은 ‘노사화합 방안’이다. 사측이 해고하거나 고소·고발했던 20여명의 처리를 두고 양측의 입장차이가 크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