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어버이연합, 그리고 전광훈 목사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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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협찬이라고 하기에는… 음, 후원, 후원이 맞겠네.”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살짝 당황한 듯 들렸다. 추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래도 <주간경향>은 어버이연합의 ‘실상’을 사실대로 보도해왔다”고 추켜세웠다. 그런데 이번은 ‘공격’으로 보였나보다. 아무튼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 코너가 중시하는 것은 ‘팩트’다. 정말이다.

8월 15일 일본에서 열린 ‘대마도에 태극기 꽂는 행사’. 어버이연합은 1000만원의 주 용도가 이 행사의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 대한민국어버이연합

8월 15일 일본에서 열린 ‘대마도에 태극기 꽂는 행사’. 어버이연합은 1000만원의 주 용도가 이 행사의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지난 8월 29일, 부산 영도에서 진행된 ‘희망버스’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공개되면서 인터넷은 시끄러웠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나간 이야기이니까 사실을 공개하겠다”며 자신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우파어르신’에게 1000만원을 줘서 버스 30대에 나눠 타고 350명이 가서 막았다고 공개한 것이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누리꾼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전광훈 목사의 과거 ‘발언’이 덧붙여지면서 8월 말 포털 이슈검색어는 전 목사 관련 단어가 장악했다. 누리꾼이 그에게 붙인 이름은 ‘빤스 목사’다. 전 목사의 항변은 아래에 다룬다. 어쨌든 전 목사의 ‘어버이연합 1000만원 지원’ 발언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우선 어버이연합에 대한 옹호. 어버이연합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어버이연합 ‘회칙’ 8장 24조를 보면 “우리 모임의 수익금은 정회원의 회비와 준회원의 후원회비 및 ‘협찬금’을 재원으로 충당한다”는 대목이 있다. 그러니까 어버이연합은 회비 이외에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추 총장은 “‘후원금’은 그동안 인터넷에 우리 단체 회원들이 일당을 받고 움직인다는 루머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단 1000만원이 모두 ‘희망버스 저지’에 쓰인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 우익정치인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 등을 규탄하기 위해 ‘대마도에 태극기를 꽂는 행사’에 750만원을 썼고 나머지 250만원을 버스 대절 비용으로 썼다는 것이 추 총장의 주장이다. 역시 어버이연합 홈페이지에 보면 8월 15일에 ‘대마도에 태극기를 꽂은’ 행사 사진이 올라 있는 건 사실이다.

어쨌든 내친 김에 궁금해졌다. 8월 말 인기검색어 1위에 등극한 ‘빤스 목사’에 대한 전 목사의 생각은? 9월 2일 저녁, 전 목사와 통화가 이뤄졌다. 다음은 전 목사의 일성(一聲). “지난 5년간 참아왔다. 어제(9월 1일) 변호사를 선임했다.” 전 목사는 ‘한 기독교 매체의 앞뒤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악의적인 보도’가 사건의 발단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요약하자. ‘빤스’ 발언 전 그의 발언은 불륜 혐의로 검찰에 잡혀간 한 목사가 ‘여집사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주장한 것을 비판한 것이었다. “교회 성도들이 은혜를 받은 상태에서는 이를테면 성서에 사도 바울한테 눈도 빼준다는 대목이 있는데, 아니 눈도 빼준다는데 빤스도 벗으라면 안 벗을 성도가 어디 있느냐. 우리 교회에 와서 물어보라. 우리 성도들은 내가 빤스도 벗으라면 다 벗어 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이것을 성도와 목회자가 친한 가운데 나온 일종의 ‘조크’라고 했다. 

논란을 빚은 “헌법을 바꿔 아이 5명을 낳지 않으면 감방에 보내는 특단의 조치”,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을 안 찍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것” 등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설교가 ‘일종의 풍자적 설교’였는데, “언론들이 악의적으로 맥락을 무시하고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의사가 유방암을 검진하기 위해 여자의 젖을 주물렀다. 그런데 ‘젖을 주무른 행위’를 두고 의사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할 수 있느냐.” 그 비유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들릴지는 모르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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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