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삶’ 희망자 크게 늘어… 홈스테이식 현장실습 지원해야
IMF 이후 생겨난 생계형 귀농과 2000년대 유행한 은퇴 귀농과 달리 최근에는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및 관료 출신의 고학력자 귀농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귀농자들의 연령대 또한 내려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올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인구는 4067가구, 9732명으로 정부의 귀농정책사업이 본격 시행된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시행 이전에도 귀농은 있었지만 그 숫자가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3월 경기 군포의 도시농부학교 실습장에서 실습생들이 거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 정지윤 기자
농식품부 농어촌정책국 경영인력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각 지자체에서 약 600억원의 귀농 관련 예산을 집행할 정도로 일반인의 관심이 컸다”며 “특히 농업기술 습득을 통해 생산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60세 이하의 귀농인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귀농인구 중 50대 35.8%, 40대 30.2%로 각각 조사돼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귀농 관련 전문상담 인력 부족
농식품부는 은퇴 이후 다양한 삶의 가치 추구를 원하는 일반의 인식 전환과 정부의 귀농정책이 귀농인구 증가에 일조를 한 것으로 자체 평가했지만, 좀 더 안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르다. 농촌의 고령화 및 생산인력 부족, WTO와 FTA 발효로 인해 국내 농업 현실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는 현실을 외면한 채 귀농정책으로 농촌의 문제점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일부 단체는 지적한다. 각 지자체가 정부의 귀농정책사업의 주체가 되기 위해 귀농 관련 조례를 서둘러 마련하는 등 매년 사업신청을 하는 이유도 바로 농촌의 고령화 및 생산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서다. 지난해 귀농한 4067가구가 농촌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귀농귀촌 관련 상담사로 근무하는 김진국씨는 “정부의 귀농대책이 나온 직후 일반인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반면 상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태부족”이라며 “사업 시행 초창기만 하더라도 농식품부는 의욕적으로 귀농 전담인력을 따로 배치했지만, 장관 교체와 공무원 감원 등으로 지금은 경영인력과 직원 1명이 전국의 귀농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농촌진흥원 내 귀농 전문 상담사는 김씨 혼자다. 고위직 공무원으로 은퇴한 김 씨가 올 상반기와 지난해 각각 상담했던 예비 귀농인만 수백명을 넘어선다. 이처럼 귀농 희망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현장 대응능력 차원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농식품부가 귀농정책사업 시행 원년에 설치한 귀농귀촌종합센터 역시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 직원 60여명이 센터를 관리·운영하고 있지만 하루 상담 희망자가 4~5명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상담내역도 귀농 관련 교육일정을 알려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귀농 희망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귀농교육센터 희망자 넘쳐
정부의 귀농정책이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의욕적인 귀농대책이 사업시행 초기에 비해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지만, 귀농희망자의 열정은 오히려 더 뜨겁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전준비 없이 귀농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생활환경의 전반적인 변화를 각오해야 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 최윤지 박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귀농에 있어서 현장 실습은 정착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며 “귀농 현장 실습장 확대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예산 확보가 힘들다면 농촌에서 수개월간 머물며 직접 현장체험을 할 수 있는 홈스테이식 현장실습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또 임시 방편으로 편성되는 정부의 귀농 관련 추경예산을 사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선행(실행)예산으로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귀농인구는 뛰는데 정책은 엉금엉금](https://img.khan.co.kr/newsmaker/942/20110920_942_69a.jpg)
현재 각 지역의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는 귀농교육센터를 별도 마련, 상담부터 교육·현장실습까지 원스톱 귀농정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넘쳐나는 귀농교육 희망자로 인해 교육시간을 배로 늘리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 귀농귀촌종합센터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농식품부와 농업인재개발원은 귀농희망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매년 공모과정을 통해 교육기관을 선정, 온라인 및 오프라인 귀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십개가 넘는 귀농전문 교육기관이 정부의 귀농 관련 교육을 위탁하고 있으며, 향후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귀농 관련 교육을 3주 또는 100시간 이상 이수해야만 ‘귀농 창업지원 및 주택구입’ 등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교육기관은 실습형과 합숙형으로 구분된다. 실습형은 10시간 이상을 기본으로 하며 현장체험실습을 통한 귀농탐색 및 준비과정 위주의 과목으로 교육된다. 실습형 교육기관을 선택할 경우 과정별 차등 적용되는 총 교육비의 30%를 부담해야 한다. 합숙형은 3개월이 기본이며 귀농실행전 생산기술, 경영마인드 등이 주 교육내용이다. 2~3개월 교육의 자부담 비용은 각각 40만~50만원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기관 선택은 자유지만, 온라인을 선택할 경우 수료시간의 50%만 인정되기 때문에 100시간의 귀농 의무교육을 이수하기 위해선 200시간 이상의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욱<자유기고가> kyw681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