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끊임없는 말 바꾸기로 등록금 대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가운데, 어느덧 2학기가 다가왔고 또 500만원 안팎의 초고액 등록금 고지서가 발송되고 있습니다. 물가대란, 전세대란, 가계부채와 이자부담으로 시달리고 있는 각 가계에 엄청난 부담과 고통이 더해지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반값 등록금 학부모모임,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8월 17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납부 연기 투쟁을 선언했겠습니까.

광복절인 8월 15일, 서울 청계광장 옆 인도에서 21세기 한국 대학생연합 학생들이 등록금 반값 실현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또 지난 8월 4일, 우리나라 대학생 약 5만명이 40%대의 폭리를 취하고 있는 대부업체에 8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금감원 조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1년 등록금 1000만원인 미친 등록금의 시대, 다른 교육비·생활비까지 하면 대학생 1인당 1년 3000만원 안팎의 교육비가 소요되는 시대, 대학생들은 사회에 첫 발을 딛기도 전에 과중한 채무와 폭리에 허덕이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대학생의 수는 57.2%, 금액은 40.4%로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연체율 또한 대부업체 전체 연체율의 두 배를 넘는 14.9%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값 등록금 조기 실현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의 전면 개선(각종 자격 제한 철폐, 대출금리 인하 등)이 없다면 앞으로 더 많은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과중한 빚과 폭리의 수렁으로 빠져들고야 말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상위 40개 대부업체만을 대상(현재 등록대부업체는 무려 1만5000여개에 달함)으로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다른 대부업체를 이용한 대학생들, 미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한 대학생들, 대학생 본인 명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등록금 및 교육비·생활비 등을 위해 대부업체 또는 사채를 직접 이용한 사례 등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등록금 및 교육비 때문에 대부업체나 사채까지 이용한 대학생·학부모들의 숫자는 최소한 십수만에서 최대 수십만까지 이를 것이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친 등록금과 과중한 교육비 부담 때문에 귀중한 생명들이 사고로 죽고, 자살하는 일까지 빈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만 하고 있을 것인지, 반값 등록금을 수십 번 약속해놓고도 지금까지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정부·여당을 강력하게 비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예비감사를 진행한 것에 이어, 8월 8일부터 감사인력을 대거 투입해 전국 66개 대학을 대상으로 본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혀 국민적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30개 대학에 대한 예비감사를 통해, 대학들이 총지출 규모를 확대하거나 등록금외 수입을 감소시켜 등록금 상승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이 예비감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을 감사 대상에 포함시킨 점, 예비감사에서 등록금 부당 인상의 문제점을 포착한 것 등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만, 이 감사가 반값 등록금 실현과 사학비리 퇴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정부·여당이 반값 등록금 정책을 ‘물타기’하기 위해 들고 나온 대학 구조조정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온당한 태도가 아닐 것입니다. 대학 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여당이 말하는 것처럼 지방대학 퇴출 중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반값 등록금과 관련하여 국가의 교육재정 부담책임을 회피하는 근거로 활용돼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감사원은 OECD에서 꼴찌 수준인 고등교육재정의 문제를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가 반값 등록금을 위한 감사, 이명박·한나라당 정권 하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학비리와 비리재단을 퇴출하는 감사가 되기를 절실하게 기대해봅니다.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성공회대 NGO 담당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