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또 한 마디 하셨습니다. 등록금 문제 해법, 서두르지 말랍니다.
연일 ‘등록금 정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뜻있는 교육·시민단체들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등록금 네트워크(등록금넷)를 결성한 것이 2008년 1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4년 만에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법이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반값 등록금과 관련,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6월 1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학생회관 벽보에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지윤 기자
등록금넷은 등록금 문제를 전담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이지만, 등록금 문제를 등록금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등록금 문제는 한국 사회의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의 문제와 깊숙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출생에서 대학 졸업 때까지 무려 3억원 안팎의 엄청난 양육·교육비용이 드는 ‘살인적인 교육비 고통’이라는 맥락에서 등록금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살인적인 교육비 고통 중에서도 대학 등록금 및 고등교육 비용이 가장 과중하기 때문에 최근에 반값 등록금 투쟁이 국민적 의제로 상승하게 된 것이죠. 1년 등록금만 1000만원 안팎의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 여타 교육·생활비용까지 하면 대학생 1인당 1년에 2000만~3000만원이 소요되는 과중한 교육비 부담의 나라에서 어느 국민이 평안하게 생활할 수 있겠습니까.
OECD 회원국들의 고등교육비 지출 중 공적부담과 사적부담의 비율은 69.1%대 30.9%입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반대로 사적부담 비중이 79.3%(2007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나라 ‘미친 등록금’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고등교육과 관련된 비용을 철저히 개인에게 부담시켜 왔다는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처럼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의 등록금 정국에 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3일, 등록금 문제에 대해 ‘서두르지 마라’고 여당에 지침을 준 것입니다. 민심과는 담을 쌓고 있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작 국민들이 그렇게도 서두르지 말라고 호소했던 부자감세나 4대강 사업은 사람이 죽어나가도록 서두르더니, 시급한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지원을 통한 반값 등록금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고등교육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민간이 책임지고 있어서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가 필수적입니다. 이런 점은 2010년 1월 통과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에도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박재완 장관은 여전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자감세에 90조원, 4대강 사업에 23조원, 부실 건설사 살리기에 10조원씩 쓸 예산은 있어도, 국민들의 살인적인 교육비 고통을 덜고, 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데 쓸 5조~6조원(반값 등록금 구현 예산)은, 또는 그에 근접한 예산지원안도 못내놓겠다는 ‘강부자 정권’의 발상에 분노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못살던 20세기 초·중반에 유럽은 대학까지 무상교육, 무상의료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그 골격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의 몇몇 주에서는 한 학기당 80만원밖에 안 하는 등록금을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정말 소액에 불과한 그 등록금마저도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교육은 공적으로 책임지자며 폐지한 것입니다. 이제 고등교육을 철저히 학생, 학부모 책임과 부담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고등교육 정책은 즉시 폐기되어야 합니다. 교육이 그 나라의 미래이고 백년지대계라면 당연히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정책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고, 최소한 교육비만큼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참된 도리 아닐까요.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성공회대 NGO 담당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