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사성 물질은 극미량도 인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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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원전 피해 공포 인접국가 확산 ‘방사능 지식 대처법’

원자력발전 과정에서는 매우 많은 종류의 방사성 물질(핵분열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전리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할 수 있다. 원료로 쓰이는 1차 주요 성분은 우라늄(U-235, U-238), 플루토늄(Pu-239)과 삼중수소(H-3)다. 우라늄은 자연적으로 핵분열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라듐(Ra-226), 토륨(Th-234, Th-230), 프로탁티눔(Pa-234m), 그리고 라돈(Rn-222)이 방출된다. 인위적인 핵분열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과 폐기물에서는 코발트(Co-60), 삼중수소(H-3), 탄소(C-14), 요오드(I-129, 131)와 세슘(Cs-134, 137)이 주로 발생한다. 가스 형태의 방사성 물질인 크립톤(Kr), 제논(Xe), 지르코늄(Zr)은 가동 중인 원자로가 누출되었을 때만 발견할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한살배기 아이가 방사선 피폭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아나 어린이일수록 성인에 비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 AP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한살배기 아이가 방사선 피폭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아나 어린이일수록 성인에 비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 AP연합뉴스

방사성 물질은 알파선(α), 베타선(β), 감마선(γ)이라는 전리방사선을 방출한다. 알파선은 베타나 감마선에 비해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파괴력이 훨씬 큰 반면 투과력이 약해 피부를 뚫고 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오염된 공기를 흡입한 경우에는 기관지 및 폐포까지 도달할 수 있는데, 알파선을 배출하는 라돈의 농도가 높은 지역의 주민에게서 폐암 발생률이 높은 것이 그 이유이다. 베타선과 감마선은 알파선에 비하여 에너지는 낮으나 투과력이 높아 외부에서 조사되는 경우에도 우리 몸의 내부 장기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피폭경로 따라 다른 조치 필요
방사성 물질이 공기, 물, 토양, 식품에 얼마나 오염이 되었는지는 이처럼 방출되는 방사선을 검출함으로써 알 수 있고, 알파·베타·감마선은 각각 서로 다른 측정도구가 필요하다. 또 구체적으로 어떤 방사성 물질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고도의 질량분석기가 동원되어야 한다. 통상 일반인이 피폭되는 연간 총 전리방사선 양 중에 원자력발전소로부터 피폭되는 양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0.1%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전리방사선에 사람이 노출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우선 공기(구름) 중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혹은 방사능 낙진으로부터 방출되는 방사선에 직접 피폭되는 외부피폭 경로가 있다. 또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여 폐로 들어오는 경우, 방사능 낙진에 의해 오염된 식수나 채소, 또는 이를 섭취한 동식물 식품과 유제품 등이 소화기를 통해 들어오는 내부피폭 경로가 있다.

외부피폭의 경우에는 실내(특히 지하)로 피하거나 적절한 보호복(마스크, 보호복, 장갑 등)으로 차단할 수 있고, 옷이나 피부에 오염된 경우에는 재빨리 잘 씻어내는 것으로 피폭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내부피폭의 경우에는 체내에 들어가 일반적인 대사과정을 거쳐 몸 밖으로 배설되어 나가는 동안 방사성 물질이 방출하는 방사선에 계속 피폭되게 된다. 체내의 특정 장기에 축적되어 배설되는 시간(대사 반감기)이 매우 긴 경우에는 그 위험이 훨씬 크다. 내부피폭의 경우에는 배설이 빨리되도록 도와주는 적절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전리방사선은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통과하는 매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전자를 분리시켜 전리화시킬 수 있다. 일단 전리화가 일어난 체액, 조직, 세포에서는 잃은 전자를 회복하려는 힘이 작용하여 물리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이것이 곧 조직이나 세포의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 아주 많은 양의 전리방사선에서는 손상의 정도가 심해 조직이나 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사멸을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전리방사선 피폭량에서는 손상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세포내 유전물질(DNA)이 손상을 입게 되면 악성변환(암)이 일어나고, 이것이 생식세포에서 초래된 변형이라면 후세대에까지 변형된 유전자가 전달될 수 있다.

허용치는 당시 수준에 최선 기준일 뿐
일본의 원폭 생존자나 체르노빌 사고 희생자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전리방사선은 태아나 어린이일수록 성인에 비하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과 크게 두 가지 유형의 건강 영향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일정한 임계점(역치·threshold) 이상 피폭이 되어야 건강 영향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혈액검사 상 이상소견(100mSv), 백내장(2Sv), 태아가 피폭된 경우 정신 및 신체발육 지체(0.4Sv 이하에서는 영향 없음)와 지능저하(0.5Sv 이상, 1Sv 증가당 21~29점 감소), 무정자증(1Sv), 남성불임(2.5Sv), 영구불임(6Sv), 피부의 홍반 수포나 신체 장기의 기능저하 등 급성 방사선 조사증후군(1Sv 이상) 등이 포함된다. 방사선 피폭 관리기준은 이러한 임계 피폭량에 관한 과학적 증거와 민감계층(어린이, 태아 등)을 고려하여 설정되었다.

미국의 국립기관 방사선방호측정심의회의 노출한도 기준이 해가 갈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다. 1밀리렘은 0.01mSv와 같은 양이다.

미국의 국립기관 방사선방호측정심의회의 노출한도 기준이 해가 갈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다. 1밀리렘은 0.01mSv와 같은 양이다.

두 번째 유형은 노출 후 수년 혹은 수십년 이후에 발생하는 암인데 전리방사선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종류의 암을 발생시키며, 발생위험은 피폭량이 커질수록 더 높아진다. 암 발생과 관련해서는 특정 수준의 임계 피폭량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피폭량의 증가에 따라 선형적으로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현존하는 과학적 증거가 대부분 높은 양의 피폭에 관한 것이어서 낮은 양의 피폭에 대해서는 연구자료가 부족하고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주의 원칙에 기반하여 관리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제기구와 선진국에서는 암 발생의 확률이 10-4~10-6인 지점에서의 전리방사선 피폭량을 ‘감수할 수 있는 피폭량’으로 가정하여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측면에서는, 관리기준(피폭 허용기준)이란 것이 생의과학적으로 그 기준 이하에서는 건강 영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며, 당시 사회경제적· 정치적 상황과 한계, 그리고 당시 과학의 수준에서 설정할 수 있는 ‘최선’의 기준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리방사선에 대한 관리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그것은 낮은 피폭량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쌓여나감에 따라, 또 그 사회가 기울이고자 하는 국민건강 보호에 대한 노력이 커지는 데 따라 앞으로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보건성의 질병관리본부는 전리방사선의 피폭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과학자와 규제기구들은 방사성 물질의 양에 관계없이 위험이 있다고 본다. 그 양이 아무리 적더라도.”

하미나<단국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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