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담·성타 스님의 ‘돌발 기자회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민주평통 종교분과위 ‘입장’ 표명 불교계 안팎으로 파문

“이미 4대강 공사는 돌이킬 수 없는 공정을 보이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환경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 7월 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종교인도지원분과위원회(이하 민주평통 종교분과위)가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이하 ‘입장’)의 한 대목이다. 민주평통 종교분과위가 발표한 이 ‘입장’이 불교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평통 종교인도지원위원회 참석자들이 7월 8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대강 사업 및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발언하는 이가 영담 스님, 오른쪽이 성타 스님이다. |연합뉴스

민주평통 종교인도지원위원회 참석자들이 7월 8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대강 사업 및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발언하는 이가 영담 스님, 오른쪽이 성타 스님이다. |연합뉴스

민주평통 종교분과위의 ‘입장’은 사실상 4대강 사업 지지 선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전국 4812명의 승려가 참여한 ‘생명평화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날이다. 외부 시각으로는 4대강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불교계에서는 이날 ‘입장’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담 스님의 ‘행보’와 관련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에서는 조계종 총무부장으로 있는 영담 스님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7월 14일 불교환경연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의 기자회견이 “민주평통이 발표한 입장은 관련 법이 규정한 고유의 업무인 ‘통일’을 벗어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월권 행위이며 헌법 질서를 파괴한 행동”이라며 △민주평통의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종교인도지원위원회 자문위원 스님들의 해촉 △여야 정당의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요구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불교계 인사는 “결국 나중에 직책을 뺐다고 하지만 이번 4대강사업 찬성 기자회견에서 조계종 총무부장 직함이 거론된 것은 마치 종단의 공식 입장인 듯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것이 불교계 중론”이라고 말했다. 영담 스님의 ‘참여’를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과거 영담 스님이 수장으로 있던 종책모임 보림회가 경부운하 추진 당시 반대 입장을 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인사의 설명이다.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성타 스님은 과거 핵폐기장 경주 유치 등에서 찬성 입장을 보인 적이 있어 일견 나름대로의 일관성(?)을 보이지만 영담 스님의 태도가 갈 지(之) 자 행보를 보인다는 시각이다.

총무원장도 기자회견 참석 만류
한편 이날 ‘입장’ 기자회견 참석 문제와 관련해 총무원에서 열린 오전 종무회의에서 총무원장도 기자회견 참석을 말린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 종단 관계자는 “‘오해를 살 수 있으니 그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자승 총무원장이 권고했음에도 결행에 옮긴 것은 실제적인 ‘항명’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13일 오후 영담 스님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해 종단의 공식 입장은 지난 6월 8일 발족한 화쟁위원회에서 마련 중이며, 아직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면서 “민주평통 종교분과의호소문은 정부안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 대국민 설득과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평통 분과위원회가 쟁점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민주평통이나 분과위원회가 4대강과 같은 쟁점 현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평통 종교분과위의 간사직을 맡고 있는 도희윤 선진통일교육센터 대표는 “선진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이 봉합돼야 하기 때문에 4대강에 대해 입장을 표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8일 4812인 선언과 기자회견일이 겹친 것과 관련해 그는 “기자회견 장소인 한국프레스센터 대관과 개인 일정 등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교계에서는 7월 17일과 18일 문수 스님 추모행사와 49재를 마친 뒤 영담 스님 거취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예정이어서 관련 파문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