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수 연일 비난 vs 진보 “마녀사냥 중단”
6월 22일 참여연대 1층 문은 잠겨 있었다. 안내데스크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평상시에는 자원봉사가 나와 안내를 맡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문 역시 잠겨 있었다. 입구에서 전화를 했다. 약속한 명광복 참여연대 시민사업팀장이 나왔다. “지난주까지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일상적으로 오는 자원 활동가 분들이 있는데 이번 주까지 나오지 말라고 부탁했다.” 참여연대의 유엔 서한 발송과 관련된 ‘사태’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21일에도 두 팀이 다녀갔다. 기자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참여연대에 취재를 간다고 하니 6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언성을 높였다. “그 사람들이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냐!”

보수언론들이 참여연대 유엔 안보리 서한을 보도한 이후 열흘 동안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앞은 보수단체의 규탄집회로 아수라장이 됐다. 6월 15일 대한민국상의군경회원들이 참여연대 사무실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언론환경’의 문제를 지적했다. 북에 대해 명확한 제재를 가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국민의 상당수가 ‘아직 해명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의 서한은 이런 국민들의 생각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6월 14일 이후 일부 언론들은 참여연대가 마치 인터넷에 존재하는 의혹설을 짜깁기해서 한국 정부의 조사 발표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서한을 보낸 것처럼 보도했다.”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참여연대의 서한에 대해 일부 언론의 마녀사냥식 문제 제기가 보수층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무실 안. ‘항의전화’는 계속됐다. 10분에 한 통꼴이다. 한 간사가 응대했다. “어떤 일로 전화하셨지요.… 시민단체입니다. 빨갱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하시려면 전화를 안 받겠습니다.” 걸려오는 전화 내용은 엇비슷하다. “거기 뭐하는 데냐”로 시작해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북으로 가라”는 식의 이야기다.
보수단체 불법집회 연행 안한 이유
6월 셋째 주 참여연대 앞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가스통이 등장했고, 오물을 담은 비닐주머니도 등장했다. 경찰이 출동해 참여연대에 난입을 시도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을 저지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앞 보수단체 시위 주최자들은 연행되지 않았다. 진보 진영의 기자회견이나 1인시위도 불법집회라며 연행하던 최근의 전례에 비춰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스통을 들고 온 것은 다 회수했고, 주최자들은 형사입건·사법처리했다”면서 “똑같은 잣대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는 강진영 간사는 사무실 안에서 보수단체의 집회를 지켜봤다. 그는 “보수단체 측 인사들은 아예 처음부터 ‘우리 참여연대 욕을 실컷해 줍시다’라며 집회를 벌였다”면서 “경찰은 해산명령을 세 번째 하기 전에 보수단체가 자진해산했기 때문에 연행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해산명령도 한 시간 기다렸다가 하는 꼴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에 대한 비난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미디어오늘 등 신문에는 참여연대 회원들이 참여연대에 보내는 응원광고가 실렸다. 광고비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최현주 참여연대 교육홍보팀장은 “참여연대 비난 목소리에 맞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회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념대결’식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6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앞에서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참여연대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 중 가스통을 매단 차량이 들어오자 경찰이 진압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참여연대 봉변 사태가 알려지자 회원이 급증했다. 참여연대의 집계에 따르면 사태가 촉발된 6월 14일부터 1주일 동안 회원은 1003명 늘었다. 참여연대 응원광고가 신문을 탄 뒤 다시 6월 23일까지 회원이 561명 늘었다. 종전 참여연대 회원 수는 1만500여 명. 약 열흘 사이에 회원이 15% 급증한 것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참여연대의 16년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태 후 참여연대 회원 15% 급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서한 발송의 쟁점은 계속된다. 6월 14일 언론을 통해 논란이 촉발된 뒤 지지와 반대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16일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 및 국회 국정조사 요구 시민사회단체’가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많은 의문점을 남긴 채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많은 시민과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이 이것은 곧바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처사라는 것을 지적해 왔다”면서 “참여연대가 국제사회에 입장을 전달한 것도 그런 활동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들의 합리적 비판에 대한 메카시적 탄압이 건강한 시민의 자유를 말살하고 이 나라를 안보국가·경찰국가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개탄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국 202개 단체가 연명해 열린 기자회견이다. 오성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긴급하게 준비된 자리이지만 이렇게 많은 단체가 연명하고 참여한 것은 그만큼 이 사태의 시대착오적 성격에 많은 단체가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수 단체들의 시각은 정반대다. 바른사회시민회의·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6개 단체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연대의 유엔 안보리 서한은) 대북결의안 채택을 위해 노력해 온 정부와 천안함 사건에 분개해 왔던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면서 “시민단체가 국가공동체의 안위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국제무대에서의 안보외교 채널에 의도적으로 혼선을 일으키는 무책임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까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NGO)끼리 상호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 결사체로서 NGO의 운영 원리나 사회구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박상필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국내 ‘NGO학’ 1호 박사로 이 분야 연구의 권위자다. 그에 따르면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두고 국내 문제를 왜 국제사회로 가져갔냐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NGO 활동에서는 로컬(풀뿌리), 내셔널(국내), 글로벌(국제)이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내가 대중교통을 타고 에너지를 아낀다는 것은 지역환경운동의 일환이지만 이것은 동시에 지구환경과 관련이 있다.” 마찬가지로 ‘다원주의 사회’라는 사회구조에서 시민사회 영역까지 획일적으로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낸다는 것은 나치 치하의 독일이나 북한 같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일반 민주주의 다원국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정책에 활용하는 것은 대표권을 갖는 국가나 국제기구의 몫이지만 시민단체는 언제든지 그런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그는 보수 단체의 대표적인 주장인 ‘왜 참여연대는 천안함 사건에는 반대의견을 내면서 북한에 침묵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에 북한에 대해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은 비유적으로 말해 은행에 가서 왜 자장면을 팔지 않냐고 항의하는 것과 같다. 참여연대는 자신이 해 온 전문 영역이 있고, 그 역할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위_ 시민단체들의 상반된 반응. 6월 16일 전국 202개 시민사회 단체는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연대에 대한 ‘마녀사냥’ 중단을 촉구했다. |김정근 기자 아래_ 6월 15일 라이트코리아·6.25남침피해유족회등 은 참여연대를 외교활동 방해 및 이적행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
문제는 남는다. 이번 유엔 안보리 서한은 참여연대가 그동안 해 온 전문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이었는가.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참여연대는 2004년 이래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특별협의 지위를 지닌 NGO로, 다른 모든 NGO가 유엔에서 벌이는 일반적인 대변활동(UN Advocacy)과 다르지 않다”면서 “게다가 유엔은 2005년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회의를 통해 안보 분야에서 무장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들의 지역적, 국가적, 초국가적 역할을 높여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와 관련한 시민사회 단체의 지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일반 또는 포괄적 협의 지위다. 이 지위에 해당하는 단체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모든 쟁점을 망라할 수 있는 국제적인 단체다. 그린피스가 대표적이다. 한국 단체로는 한국이웃사랑회(굿네이버스), 세계평화여성연합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다음 단계가 특별협의 지위다. 활동의 지리적·내용적 영역이 부분적인 단체다. 한국 단체로는 참여연대와 함께 경실련, 밝은사회국제클럽, 자유총연맹, 한국국제봉사기구, 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여성정치문화연구소, 여성단체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정의 등 20여 개가 이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마지막이 특정문제자문 지위다. 이 경우는 유엔의 초청에 한해서만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으며, 자문 역할만 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본부 등이 이 지위에 속한다.
서한 두고 보수·진보 단체 엇갈린 시선
문제는 참여연대가 서한을 보낸 곳이 유엔 안보리라는 것이다. 유엔 전문가인 강성호 경희대 인류재건연구원 객원연구원은 “경제사회이사회 등에는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안보리는 정부기구(GO)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고 말했다. GO의 영역에 의견서를 낸 것은 그동안의 유엔 운영 관행으로 볼 때 이례적인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호 처장은 “서한은 유엔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대표부 이메일을 통해 발송한 것이며, 참고 차원에서 의견서를 보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보수 단체 쪽의 비판은 국내에서 비판을 개진하는 것을 넘어 국제적인 차원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궤를 달리한다는 주장으로 집약된다. 홍진표 (사)시대정신 상임이사는 “국내에서 정권이라면 특정정파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는 국가를 대표해 움직인다”면서 “특히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고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는 것은 조금 심하게 말하면 한국정부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측의 입장은 다르다. 참여연대의 대유엔 활동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참여연대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지속적으로 유엔 기구에 제출해 왔다. 지난해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낸 ‘한국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 실태에 관한 서면의견서’나 올해 2월에 낸 ‘국정원 직권남용 의견서’가 대표적이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언론에 낸 참여연대 응원광고. 광고 후 회원은 500명이 넘게 더 증가했다. |참여연대
참여연대의 ‘서한’이 유엔 안보리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연기됐다.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은 6월 19일부터 27일까지 아프가니스탄과 터키를 방문한다. 자연스럽게 이 기간에 입장 표명은 유예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 의장이나 이사국 대사들이 참여연대 서한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팩트”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외유 일정은 예정된 것이어서 나간 것이며, 물밑 접촉은 아직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천안함 외교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서한 논란과 무관하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매우 철저하고 전문적인 400쪽짜리 보고서를 봤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이 보고서의 ‘실존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자 김태영 국방장관은 “그런 보고서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6월 21일 주한 미국 대사관의 국회 천안함 특위 야당보좌진 설명회에서 대사관 측은 400쪽짜리 보고서의 존재는 부인하면서 251쪽짜리 보고서를 6월 14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국회 천안함 특위 등에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다.
유엔 안보리 NGO 서한 정당한가
국방부와 합동조사단이 핵심 증거라고 내놓은 어뢰와 천안함에 부착된 ‘비결정성 산화 알루미늄’을 둘러싼 과학적 공방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천안함 논란은)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24일 변호사와 법학교수 342명은 참여연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민과 참여연대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를 넘어 다른 사람을 물리력까지 동원해 배제함으로써 생각을 통일하고야 마는 전체주의를 대하는 전율을 느낀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6월 18일 아시아 지역 인권 단체인 ‘인권과 개발을 위한 아시아포럼’(포럼아시아)은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에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서한과 보고서를 발송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형법 등 국내법 위반 혐의를 수사 받고 있으며, 기소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긴급청원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했다.
박상필 교수는 “6월 중순 보수언론과 정부에 의해 참여연대 비난 여론전이 시작됐지만 정작 바람몰이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면서 “오히려 이를 문제 삼는 정부의 태도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국격 실추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천안함 의혹 해소될 때까지 외교적 조치 중단해야”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참여사회 김은진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일부 언론에 의해 이번 ‘천안함 유엔 안보리 서한’의 중심인물로 지목됐다. 이 처장은 서한 작성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참여연대는 권력감시 단체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대한 시민의 합리적 의문을 대변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임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처장과의 일문 일답.<편집자주>
검찰이 참여연대의 서한 전달 경위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조사한다고 했다. 연락이 왔는가.
“통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서한 전달 경위는 사이트에 모두 공개돼 있다. 그 내용도 이미 국내에서 문제를 제기해 오던 사항이다. 참여연대는 정보공개 청구도 냈고, 이슈 리포트도 냈다. 이것만 검토하더라도 우리가 해 온 목적이나 맥락, 목적, 의도를 이해하기엔 충분할 것으로 본다. 우리로선 검찰이 굳이 우리를 조사해야 할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모르겠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외교의 실패 책임을 참여연대의 서한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는 한국의 외교력이 대단하다고 본다. 이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많은 나라를 설득한 것은 한국 외교력의 승리라고 본다. 그러나 그 외교력을 한반도 평화나 객관적인 진상 규명을 위해 썼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우리는 큰 외교력을 갖고 무리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한다.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인가는 의문이다.”
참여연대의 의문 제기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내외적으로 참여연대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볼 때 너무 무책임한 문제 제기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우리는 전문가 견해를 정확히 인용했고, 대한민국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정식으로 질의한 것을 인용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의혹’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가 그런 문제를 제기해 온 의원이나 전문가들과 교류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또 국방부가 말을 바꿨다고 판단하는데 전문성이나 별도의 근거는 필요한가. 근거는 국방장관 자신의 말 자체다. 심지어 재판정에서도 기소한 검사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정부는 자신이 취한 조치에 대해 해명하고 입증할 책임이 있다.”
참여연대의 문제 제기가 정부 입장에 반대되는, 이를테면 좌초설이나 미국 핵잠수함 충돌설 같은 입장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어떤 가설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권력감시 단체로서 정부가 어떤 결론을 냈는데 그 결론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려면 무척 신중해야 한다. 이것은 모니터 단체의 의무이자 윤리다. 어떤 가설로부터 중립적인 위치를 취하는 것은 중요하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시뮬레이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어뢰 등에서 검출됐다는 산화알루미늄의 화학 성분도 아직 논란 대상이다. 이처럼 논란이 여전한데 우리나라 최고의 물리학자가 대표로 있는 민군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고 유엔으로 가져간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명확한 입장은 ‘아직도 해명할 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외교적 조치를 중단하고 기다리는 것이 맞다.”
참여연대 서한 발송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국익이냐 진실이냐’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진실은 이것이다’는 것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내부제보자도 아니다. 정보는 정부가 갖고 있다. 입증 책임의 당사자도 정부다. 정확하게 말하면 논점은 ‘국익이냐 이견을 말할 권리냐’는 것이다. 국익 또는 안보라는 ‘위세’ 앞에서 참여연대가 ‘이의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많은 시민이 그런 이견이나 의견을 제기할 때 그것을 대변하는 것이 권력감시 단체의 본연의 의무라고 본다. 우리는 시민들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의문을 대변하고 이견을 제기하는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