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컷뉴스
‘좌파 주지’ 논란이 뜨겁다. 논란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역시 진지한 기사에 맡기자. Weekly 경향 이번 호에도 관련 기사들이 있으니 일독하시라. 여기서는 일각에서 나온 전혀 다른 각도의, 색다른 주장을 다룬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좌파라는 것이 증명됐다”라는 주장이다. 증명 방법은 수학적 논리학이다. 상수의 반대 개념은 변수다. 그러므로 안상수는 안(not)상수이므로 변수다. 변수는 다시 독립변수이거나 종속변수 가운데 하나다. MB>정몽준(한나라당 당대표)>안상수(원내대표)으므로 안상수=종속변수다. 한편 종속이론=좌파이론이므로 ‘이론’을 제하고 그 자리에 변수를 대입해도 논리는 성립한다. 즉 종속변수=좌파변수다. 이 때문에 안상수=종속변수=좌파변수가 성립한다. 결론적으로 안상수=좌파다.
이 증명은 하나의 이미지파일로 정리된 것이다. 누리꾼은 “‘안상수=좌파’에 대한 수학적 증명” “[속보] ‘페르마의 정리’이상의 난제라던 안상수 좌파론 증명 성공!”이라는 제목으로 이 이미지를 퍼날랐다. 누리꾼이 출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이미지는 무료일간지 데일리노컷 3월 23일자에 실린 권범철 화백의 ‘상수↔변수’라는 작품이다. 누리꾼은 “노벨수학상 감이다”라고 말하며 웃고 있다. 물론 노벨상에 수학 분야는 없다.(대신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이 있다) 증명에 대한 나름대로의 맞장구 반응일 것이다. 일부 누리꾼은 증명에 대한 반론도 제시한다. 증명의 두 번째 줄에서 ‘안상수=변수’였고, 또다시 안상수=좌파변수였으므로 ‘변수=좌파변수’가 되어 양변을 변수로 나누면 ‘1=좌파’가 결론이라는 주장(누리꾼 흐린뒤갬)이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반례: 다 필요없고 안상수는 군 미필임. 따라서 우파”(누리꾼 몰라)라는 반론을 내놓았다.
안상수 좌파론은 수학적으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증명 방법도 있다. 도서출판 예문에서 출판된 <오늘의 한국정치와 6·3세대>라는 책을 보면 안 대표의 ‘과거 행적’이 나와 있다. 1965년 대학로 서울대 법대 제10강의실에서 200시간 동안 벌어진 한·일 협정 반대 단식투쟁에 당시 서울대 법대 2학년이던 안상수는 참여한다. 서울대 법대 학생운동사 편찬위원회가 2008년에 펴낸 <서울법대 학생운동사>를 보면 더 놀라운 기록도 나온다. 이듬해 서울대 법대 학생회 부학생회장인 그는 삼성사카린 밀수사건에 대한 ‘성토대회’에서 사회를 봤다. 그는 그 ‘죄’로 1개월 유기정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보다 수십년 앞선 선구자인 셈이다. 비록 수십년 전이지만 반제·반독점투쟁의 선봉에 섰으니 확실한 좌파가 아닐까. 사상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는 “1987년 검사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담당할 때도 과거 단식 투쟁 경험을 떠올렸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수상한 냄새가 나지 않나. 안상수의원실 쪽 반응은 어떨까. 한 관계자에게 ‘수학적 증명’에 대해 물어봤다. 그의 답. “누리꾼들끼리 하는 농담인데 그것까지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과거의 반제·반독점투쟁 경력에 대해선? 이 관계자는 “그때는 그때 당시의 시대 상황이 있었고, 지금은 또 다르다고 본다”면서 “굳이 의원님의 현재 색깔을 규정한다면 중도 우파”라고 답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