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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하천’ 경기 경안천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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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합동 하천 살리기 결실… 철새 찾아오고 다양한 동식물 발견

경안천에 돌아온 철새들의 모습.

경안천에 돌아온 철새들의 모습.

‘죽음의 하천’에서 ‘철새의 낙원’으로. 경안천이 변화하고 있다. 경안천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500여 만명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젓줄’인 팔당호 유입량의 1.6% 남짓을 차지하는 하천이다. 경기도 용인시 호동에서 시작해 광주시를 거쳐 팔당호로 유입되는 경안천은 전체 팔당호의 수량에 비하면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그동안 오염부하량(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산정한 오염물질의 총량. 오·폐수의 발생량을 오염 농도로 곱한 것으로, 순수 오염물질의 무게를 의미)이 16%에 달해 팔당상수원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존재로 알려져 왔다.

최근 매서운 추위가 한풀 꺾이면서 두꺼운 눈과 얼음으로 덮였던 경안천이 여기저기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그동안 자취를 감춘 철새들이 속속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겨울철새 큰고니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천연기념물은커녕 동식물도 구경하기 힘들었던 ‘죽음의 하천’ 경안천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멸종 위기 금개구리 서식지 확인

경안천에 돌아온 중백로의 모습.

경안천에 돌아온 중백로의 모습.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에 따르면 최근 경안천에서 큰고니를 비롯해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황조롱이(323호), 청둥오리, 새호리기 등 조류 60여 종이 발견되고 있다. 철새들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물이 깨끗하고 먹이가 풍부하다는 증거다. 또한 유기물이 풍부한 용수 기준인 3급수 이상에 서식하는 메기, 잉어, 붕어, 모래무지, 미꾸라지 등 20여 종의 어류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로는 붕어마름, 개구리밥, 물억새, 강아지풀 등 80여 종이 관찰됐다. 특히 멸종 위기 2급종인 금개구리의 서식지가 지난해 여름에 발견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8년 경안천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006년 ℓ당 5.2㎎보다 크게 개선된 3.4㎎으로 나타난 결과로 증명된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BOD가 ℓ당 1.5㎎이 나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경안천의 수질이 개선되자 다양한 동식물도 다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경안천의 ‘상전벽해’ 같은 변신에는 광주시 공무원과 주민들의 역할도 컸다. 민·관·군이 총동원되고 연인원 5만1318명의 광주시민들이 팔당상수원 수질 보호를 위해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1개월 동안 1.5t 트럭 1255대에 이르는 분량의 쓰레기 18만8279톤을 수거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하천변은 대형 청소차량 등이 들어 갈 수 없어 대부분 맨손 작업이 이뤄졌다. 조억동 광주시장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경안천을 비롯한 팔당 유입 하천에 대한 친환경 정비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켜켜이 쌓인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으면 정비사업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역시 깨끗해진 경안천변에다 주민들을 위한 경안근린공원을 조성, 시민활동공간으로 제공했다.사업비 354억원을 투입해 2006년 7월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9월 완공한 경안근린공원은 8만360㎡ 규모로 순환 산책로(1.5㎞), 생활체육공원, 다목적 운동장, 보도교, 분수대 등 시설을 갖췄다.
경안천 자연형 하천복원 조성사업에 15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9월 완공했으며, 경안천변 15.8㎞의 생태탐방로에 중앙 화단을 사이에 두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이 여가와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천의 자연정화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수생식물이 자라는 황토 습지와 수질정화수로를 설치했다.

근린공원 조성, 시민휴식공간 제공

광주시 공무원과 시민들이 민·관 합동으로 경안천 하천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시 공무원과 시민들이 민·관 합동으로 경안천 하천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오포읍 양벌리에는 농구장 1개 면과 배드민턴장 2개 면 등을 갖춘 체육시설과 자전거면허시험장(1904㎡), 씨름장·그네 등이 설치된 민속놀이 쉼터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곤지암천변에도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편의시설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팔당호 수질에 자신감을 가지고 최근 실시간 수질 공개에도 나섰다. 광주시는 “상수도 치수에서 생산, 최종소비자인 가정집 수도꼭지까지의 4단계별 수질 변화를 대형 전광판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수돗물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수돗물 모니터링 시스템은 팔당호에서 원수를 모으는 취수장과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집수장, 정화된 물을 저장하는 배수지, 주택가 배수관까지 4단계에 걸쳐 수돗물의 탁도·잔류염소·PH·온도 등을 1시간 간격으로 분석해 자동 취합한다. 취합된 자료는 광주 공설운동장에 설치된 전광판과 광주 상하수도사업소 홈페이지(sudo.gicity.go.kr)에 실시간 공개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광주시는 지난해 환경부에서 주관한 환경의 날 기념 대통령 기관표창을 받기도 했다. 팔당호에 유입되는 수량의 1.6%에 불과하지만 오염원은 16%나 쏟아내 팔당호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 받아 온 경안천이 민·관·군의 노력으로 조만간 오명을 벗어던질지 주목된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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