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대 관심은 고용안정… ‘저탄소 친환경’ 산업 육성해야

발전노조원들이 발전회사 통폐합,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정부가 202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최종 확정하면서 ‘녹색성장’, 즉 ‘기후변화-녹색일자리 창출’이 또다시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 전환’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은 기후변화 대응의 궁극적 해결책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던 환경과는 달리 노동의 입장에선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이라고 거창하게 나가지 않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의 저감 압력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가장 강력한 걸림돌은 기업 집단, 그 중에서도 에너지다소비 업종이다. 외부 압력으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경우 기업 활동은 줄어들고 이에 비례해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녹색산업 성장동력화 방안 제시
노동계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환경 변화에 따른 고용 안정이 최고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이번 정부 발표에 “기후변화는 현실”이라며 당연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지만 “준비를 미루다가 당장 감축해야 하는 체제로 돌입할 경우 환경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와 감축은 에너지부문과 산업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 대응에 맞서 이미 많은 준비를 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그룹 등과 같은 대기업과 달리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비책은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배출량이 높은 이른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석탄·정유·발전·화학산업을 비롯해 시멘트·자동차 관련 산업과 노동자들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 기후변화와 기업비즈니스’ 보고서에도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 가운데 금융·상사·IT산업은 기후변화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자동차·화학·철강·전력 산업 등은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고용에 미칠 영향 연구 미미

지난해 2월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후변화센터 창립총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임된 최열 환경재단 대표,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회장, 이사장으로 추대된 고건 전 총리,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앞줄 왼쪽부터) 등 센터 관계자들이 `스톱 이산화탄소’를 외치고 있다. <김세구 기자>
‘일자리 없는 성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먼저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경제성장→환경훼손’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방안을 내놨다. 또 IT(정보)·BT(생명)·NT(나노) 기술을 녹색기술로 연결할 경우 기존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에서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태양에너지 분야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충과 기술개발 보급 등으로 1만4000여 명(2007년 기준)인 고용 규모를 2012년 10만명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특수 직업군만 이득을 볼 뿐 일반인에게는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는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올해 1월 이 정부는 일자리 96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이 가운데 청년일자리만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렇게 보더라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한재각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는 항상 실현이 불가능하고 일부 국민만 이득을 보는 ‘헛공약’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유망직업군으로서는 타당할지 모르나 관련 일자리가 기존 직업군으로부터 이름만 개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 부소장은 “토건산업 중심의 4대강 사업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교통 및 재활용 산업 등에 투자해야 진정한 녹색일자리 창출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제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선진국들은 이미 자원의 효율적·환경친화적 이용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녹색기술 육성과 환경 규제를 통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경우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차 등 저탄소 차량 제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면서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확정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안게 될 부담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국제사회는 점차 강한 규제를 통해 각국의 탄소 배출량을 강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세계적인 트랜드 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포석인 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저탄소·친환경’이야 말로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낼 전략적 산업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을 리드해 나가지 않고서는 일류 선진국가로 진입할 수 없다.
국제적인 기후변화정책에 따른 노동계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된 자료도 없다. 기업 경영 차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지만 정부와 국책연구소, 기업연구소도 기후변화가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전무한 현실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해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발전부문의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우려했다. 증권가에서도 “(배출량 감축)화석을 주원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회사 상당수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상준 경향닷컴 기자 ssj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