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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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외국어고등학교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일부에서 ‘마녀사냥’이 아니냐고 비판하자 “마녀사냥은 마녀가 아닌 사람을 마녀로 몰아 사냥한다는 이야기지만 외고는 분명히 마녀”라고 말했습니다.

마녀 사냥은 유럽에서 12세기부터 18세기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때에는 마녀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별했을까요. 나름대로 실증적이라고 자부하던 방법이 동원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늘로 확인하는 법이었습니다. 간단합니다. 몸에 바늘로 찔러서 아프지 않거나 피가 나지 않으면 마녀가 됐습니다. 대부분 고함을 지르거나 피가 났겠지요. 그래서 마녀로 모는 ‘아주 과학적인’ 수단이 동원됐다고 합니다. 찌르면 뒤로 밀리는 바늘을 고안해 ‘바늘로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다’며 마녀로 몰았습니다. 마녀 판별 비용은 모두 마녀로 몰린 마녀용의자가 내야 했습니다. 심지어 처형비도 마녀용의자의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마녀를 많이 만들수록 수입은 짭짤했습니다.

마녀를 확인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었습니다. 마녀용의자의 손발을 묶어 깊은 물속에 던집니다. 마녀용의자가 가라앉으면 마녀의 혐의를 벗게 됩니다. 

대부분 죽어서 혐의를 벗게 되는 것이죠. 죽어도 그때까지의 비용은 마녀용의자가 대야 합니다. 혹 물에서 떠오른다면 마녀로 간주돼 화형을 당합니다. 물에 떠오르든 떠오르지 않든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마녀 사냥의 표적이 된 외고는 외국어 영재를 육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가면서 신흥 명문고가 됐습니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불러온 주범으로 지목됐습니다. 마녀로 몰린 외고는 지금 억울할 것입니다.

외고가 과연 마녀용의자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마녀인지 어떻게 판별해야 할까요. 바늘로 찔러봐야 할까요, 아니면 손발을 묶어 깊은 물속에 던져봐야 할까요. 외고 앞에는 자율형 사립고 전환이냐, 국제고 전환이냐, 폐지냐 라는 갈림길이 있습니다.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나 국제고로 전환한다고 해서 과연 사교육이 잠잠해 질 수 있을까요.

중세시대에 왜 마녀사냥이 벌어졌는지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십자군 원정 이후 사회 불안이나 종교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녀사냥을 했다는 것이 역사적 해석입니다.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마녀 사냥이 시작됐습니다. 외고가 마녀이건 외고의 폐지가 마녀사냥이건 사교육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외고 외에 제2,제3의 희생양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 희생양은 학생이고, 학부모입니다.

우리의 의식이 다시 암흑의 중세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투명하지 않고 너무나 ‘어두운’ 일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4대강 사업이 그렇고, 오락가락하는 세종시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럴수록 <Weekly 경향>은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피겠습니다. 이번 호부터 새 편집장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날카로운 펜이 되도록 지켜봐 주십시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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