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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4명이 털어놓는 우리교육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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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행복, 공교육 통해 실현합시다”

[커버스토리]초등교사 4명이 털어놓는 우리교육의 문제점

[참가자]

이부영(경기 양평 단월초등학교·교직 경력 27년)

홍인기(경기 고양시 상탄초등학교·교직 경력 17년)

공민정(가명·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교직 경력 15년)

박수영(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 전 서울 거여초등학교· 교직 경력 10년)

일제고사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해 교육 관련 단체의 비판 속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가 강행한 일제고사는 성적 조작 등의 멍에를 쓰고 신뢰성을 잃었다. 이에 놀란 교과부는 3월 10일 치르기로 한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 평가를 전수가 아닌 표집 방식으로 변경했고, 시험 날짜도 3월 31일로 연기했다. 이 같은 교과부의 발표에도 전국 시도교육청에서는 3월 31일 표집조사와 전수조사 진단평가를 동시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일제고사를 둘러싼 논란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경기도와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 4명이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한자리에 모인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낯빛이 어두워지기도 했다. 술자리를 겸해 약 3시간 동안 계속된 이들의 솔직한 토로는 우리 교육 현장의 생생한 현실을 그대로 전달했다.

최영진 기자(이하 기자) … 지난해 치른 일제고사에서 성적 조작이 불거지면서 교사들이 욕을 많이 먹었는데.

공민정(이하 민정) … 일제고사는 표집반 학급과 비표집인 일반 학급으로 나뉘어 실시했다. 그런데 교과부에서 비표집 학급까지 통계를 내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특히 6학년 평가는 성취도가 어떤지 보는 것에 불과했다. 가장 바쁜 학기말에 답안과 프로그램도 늦게 나와서 채점을 하지 못한 학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보고하라는 교육청의 요구 때문에 채점을 하지 못한 곳도 있던 것이다. 학생과 교사 대다수가 일제고사를 의미 없는 시험으로 여겼다.

홍인기(이하 인기) … 교과부에서 갑자기 채점을 하라고 하니까 학교와 교사도 많이 당황했다. 교과부 역시 이번 시험에 대해 관리 시스템도 없었고, 임실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을 것이다.

이부영(이하 부영) … 임실교육청이 왜 기초 학력 미달자를 누구나 의심하게 0명이라고 보고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임실교육청도 교과부가 발표할지 몰랐던 것 같고, 이렇게 문제가 커질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역 교육청은 열악한 상황으로, 수많은 허위보고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박수영(이하 수영) … 교과부에서 재조사한다고 했는데, 만일 성적 조작이 밝혀지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모두 웃음)

인기 … 파면보다 더 센 것이 무엇일까(웃음). 영구제명이나 형사처벌을 하는 것인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3월 4일 부산지역 초·중·고교 학교장 연수회에 참석해 “재조사하여 이번 평가의 고의적인 왜곡이나 불법적인 조작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지만 실수나 부주의, 고의성이 없는 착오 등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교사들은 성적 조작으로 처벌을 받는 교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영 … 교과부가 다시 조사하는 것 역시 실수다. 일제고사가 성적에도 들어가지 않으니까, 애들도 답안지에 하트 모양을 그릴 정도였다. 교과부가 처음에 보고하지 말라고 했으니 학교도 자체적으로 채점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대충하게 된 것이다.

홍인기

홍인기

인기 … 일제고사 실시는 교과부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충격을 주고 경쟁을 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학력 미달 학생이 0명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각 학급에는 특수반에 보내지 않은 장애 학생이 많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 그런 통계도 잡지 못했다. 일제고사가 특수 학생의 인권까지 침해한 것이다.

민정 …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인기 … 맞다. 예전에는 진단평가를 받기 위해 대학교나 다른 고등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기도 했다. 그때 교사와 선배 들이 커닝하는 연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지우개나 기침 같은 방법을 썼다.

부영 …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같이 앉히는 방법도 있다. 과거 경험으로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제재해도 성적 조작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교과부에서 성적이 인센티브나 승진에 영향을 준다고 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뻔하다. 교육은 진짜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이 없더라. 짧은 시간에 결과가 화려하게 나타나는 것은 모두 그럴싸하게 꾸며놓은 가짜 교육일 가능성이 크다.

수영 … 이번에 교과부에서 3월 10일 치르기로 한 진단평가를 3월 31일로 바꾸고, 전수조사에서 표집조사로 바꿨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에서는 전수조사를 고집하고 있다. 일제고사의 흐름이 근본적인 문제보다 관리의 문제로 집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민정 … 교사의 학생 평가권을 국가가 강탈하는 것이다.

인기 … 교과부가 빼든 칼을 그냥 집어넣을 수 없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부영 … 장학사들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교과부가 진정한 교육보다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공민정

공민정

민정 … 일제고사 사태를 보면서 학력지상주의가 학부모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평가의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안 될 시점이다. 대안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할 때다.

수영 … 일제고사에 대한 계속적인 저항이 없으면 일제고사가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부영 … 교과부도 교사나 교육단체의 관심이 없어지기 바랄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제재해도 성적 조작은 더 교묘해질 가능성이 크다.

인기 … 학생을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사의 소통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점수 말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부영 …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몇 점인가가 아니다. 아이들 주관식을 채점하다 보면 주관식에 아이들의 생각이 다 담겨 있다. 아이를 모르면 답을 채점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획일화된 점수로 평가할 수 있나.

수영 … 이제는 학생의 참 평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기자 … 교사들 사이에도 세대차가 있다는데 무슨 의미인가.

부영 … 임용고사 세대 교사들이 문제집 풀이를 시키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인기 … 교사들이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했기 때문 아닌가.

수영 … 교사도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 강의를 들은 학생이 일제고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하더라. 정보가 부족해서 사회적 이슈에 둔감한 것일 수도 있다.

부영 … 주변에 있는 후배 교사도 내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일제고사를 당연히 봐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하더라. 교사들의 한계다. 시키는 대로만 해 오다 보니 ‘NO’할 줄 모르고, 다른 의견이 있어도 말을 잘 못한다.

수영 … 계급적인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교사는 시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젊은 교사 중에는 경제적으로 중산층 이상이어서 교직을 소일거리로 여기는 교사도 많다.

부영 … 한 번은 일제교사 문제로 관리자에게 따지는데, “정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교장선생님 편하게 계시다 정년퇴직하게 하지 왜 힘들게 하느냐”라는 말을 하는 교사도 있었다.

인기 … 교사와 교장의 관계를 유교적인 입장에서 판단해 순종적인 교사가 많다. “어떻게 아버지 같은 교장에게 대드냐”는 식이다. 가족주의적인 문화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녹아 들어 있다.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민정 … 초등학교가 교장의 왕국이기 때문이다. 학교도 관료 조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부영 …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어느 교장이 오느냐에 따라 학교의 교육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이다. 교장은 교사를 도와줘야 하는 사람인데, 교사가 수업을 어떻게 하느냐 감시하고 감독하기만 한다. 심지어 교사를 자신의 입신양명을 뒷받침해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도화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을 때 “왜 소모품을 사느냐”라고 했던 교장 선생이 아무런 논의 없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에 큰돈을 쓰는 것을 보고 정말 기가 차더라.

박수영

박수영

수영 … 한때 전교조 활동을 열심히 했던 교사가 교감이 된 적이 있는데, 그 후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민주적인 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더라. 학교에도 철저한 조직 논리가 있고, 만만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부영 … 학교 내에서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하면 승진할 생각해선 절대 안 된다. 물론 승진할 수도 없다.

수영 … 사회의 권력구조가 학교 내에서도 그대로 투영되는 경우가 많다.

민정 … 학교별 상황도 많이 다르더라. 어떤 학교에서는 모든 사안을 교사 전체 회의를 거쳐 결정했는데, 부장회의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학교도 많다. 교사들이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학교 분위기도 달라진다.

수영 … 그렇게 싸우기 시작하면 ‘시끄러운’ 사람으로 찍힌다.(모두 웃음)

인기 … 초임 교사일 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무슨 이야기만 했다 하면 깨진 적도 많았다.

부영 … 맞다. 나도 처음에는 1년 내내 울었다. 학교에서 속상해서 울고, 집에 가서도 울고. 1년 동안 힘들게 싸웠다. 어느 날 회의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교장 선생님에게 볼펜을 던져버렸다.(모두 웃음) 그때 정말 분위기가 무서웠는데, 그날 이후로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더라. 그 다음부터 할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선배 교사나 교장이 나에게는 심하게 못하더라. 학교도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기 … 내 후배 중에는 1학기 때 교장과 열심히 싸우다가 갑자기 그만두더라.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그 사람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라고 하더라. 싸움을 할 때도 미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너에 몰리면 악만 남으니까. 함께 싸울 수 있는 교사 한 명만 있어도 괜찮은데.

부영 … 싸우는 교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다들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수영 … 전에 있던 학교에는 교감이 2명이 있었다. 교감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 강사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교감 선생님도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말싸움이 벌어졌다. 교감 선생님도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여줬더니 “내가 수업을 하려고 교감을 했느냐”고 하더라.(웃음)

이부영

이부영

부영 … 날마다 싸워가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쟁취해도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싸우다 지쳐서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것이 원상태로 된다. 제대로 교사 노릇하면서 살기가 참 힘들다.

수영 … 대안은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의 권한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교 내의 비민주적인 운영은 상당 부문 축소될 것이다. 현재는 그런 의사 통로가 전혀 없다. 그러면 학교 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에 해임당하면서 학부모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전까지 학부모는 수동적인 존재로 학교 운영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생각이 깨진 것이다. 학부모들이 나의 싸움에 도움을 많이 줬다.

민정 … 학부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인기 … 정책적으로 접근하면 교장 승진 방식도 바꿔야 한다. 지역사회와 교사가 인정하는 교장이 한 학교에 오래 있을 수 있어야 한다. 같은 학교에 10년 이상 꾸준히 재직하다 보면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2년마다 해먹고 나가버린다. 학교의 비민주적인 운영은 이런 불합리한 교장 제도 때문이다.

인기 … 진정성을 가지고 학부모와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학부모들이 과거 전교조를 지지했던 것처럼 교사들을 지지해줄 것이다.

부영 … 올해 나이 50이 된다. 이젠 학교를 언제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다. 학교의 잘못된 점을 너무 많이 알고 있고, 학교에서 하는 일이 다 거짓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월급만 타면서 편하게 살고 싶지 않다.

수영 … 하지만 그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데, 너무 비관적인 게 아닌가.

인기 … 교사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학교 모순이 얼마나 심한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희망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힘에 부친다. 나이가 들면 두 가지 길이 있는 것 같다. 공교육을 떠나서 뜻이 맞는 사람끼리 새로운 대안 교육을 고민하거나 공교육 현장에서 죽도록 일하는 것이다.

민정 … 내년에 40이 된다. 승진하지 않아도 좋은데, 애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교단에 서 있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내가 정말 교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앞으로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영 … 하지만 공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행복을 맛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연륜이 많은 교사들의 대안적인 활동은 또 다른 특권을 만들 수 있다. 차별받지 않는 교육 현장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4명의 교사는 ‘교사의 책임’으로 마무리했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오랫동안 싸워온 탓인지 희망보다 안타까움을 많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절망을 토로하는 교사건 희망을 이야기하는 교사건 ‘승진’이 아닌 ‘학생’을 위한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바람은 학교 운영과 교육 행정이 학생을 위해 바뀌는 것이다.

<정리·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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