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금융·정계 인사 수두룩
연말 각종 인사 시즌을 맞이해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소금회’ 인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금회’는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의 줄임말로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종의 선교모임이다. ‘소금회’는 1996년 김재실 성신양회 사장,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의 주도로 창립됐으며, 당시 70~80명이 참여했다. 현재 ‘소금회’ 회원은 200여 명에 이르며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정기모임에는 60~70여 명이 참석한다. 그러나 ‘소금회’ 모임 소속 신도들은 ‘소금회’를 이명박 대통령과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 무척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들은 소망교회가 이명박 대통령의 인재풀로 인식되는 것과 ‘소금회’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다.
‘소금회’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아침 6시 30분에 모인다. 이 모임에서는 예배를 본 이후 소망교회 내·외부의 강사를 초빙해 시사·건강과 관련한 주제로 강의를 듣는다. 또 ‘소금회’ 고문단은 매월 일요일 격주로 점심 겸 모임을 별도로 하고 있다. ‘소금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병화 금융감독원 인력개발실 교수는 “소망교회에 다니는 금융 관련 말단 직원부터 사장까지 모두 아우르는 모임”이라면서 “시사 강의는 주로 금융과 경제와 관련한 것으로 서로 정보 공유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때 참석
‘소금회’ 멤버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융계뿐 아니라 정계 인사도 다수 포진되어 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도 ‘소금회’ 모임에 한때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선에서 당선하기 전까지 ‘소금회’ 모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 대통령은 한때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소망교회를 위해 무료로 교회 건물을 지어줬다. 이 대통령은 당시 새벽에 나와 주차봉사(주차관리)를 하는 등 장로로서 모범을 보였다.
‘소금회’의 중심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있다. 금융 위기에 대해 잘못 대응한 것 등의 이유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강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 부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1981년 소망교회에서 이 대통령과 처음 만났으며,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일하면서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7·4·7(연간 7% 성장,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달성’ 공약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관세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냈다.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현 정부의 실세다. 이 부원장은 경기고와 서울 법대를 졸업한 수재다. 제18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재무부 사무관으로 출발해 청와대,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히 이 부원장은 강만수 장관의 서울대 법대, 행시, 재무부 등 직속 후배다.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 부원장은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업회장, 증권협회장의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우철 부원장과 같은 은행장급에는 장병구 수협 신용 대표도 있다. 소망교회 집사이자 ‘소금회’ 회장인 장 대표는 최근 수협 광고에 대한 종교 편향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기독교 TV에 방영됐던 수협 광고에서는 장 대표가 광고모델로 직접 출연했으며, “하나님의 깊은 사랑은 깊고 넓은 바다입니다. 주님의 사람을 키우는 은행, 수협은행’ 의 멘트가 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법률에 근거를 두고 공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어민들의 자주적 협동조직인 수협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즉각 광고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수협은 이 광고를 중단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대를 나온 그는 외환은행에서 30여 년 동안 근무했다.
강만수·이상득·홍인기씨 등 멤버
이 외에도 금융계에는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류시열 전 제일은행장 ▲신복영 전 서울은행장 ▲장명선 전 외환은행장 ▲이병화 금감원 인력개발실 교수 등이 있다. 또 산업계로는 김재실 성신양회 사장과 나석환 전 한보철강 사장 등이 있다.
정계에도 소금회 멤버는 다수 포진되어 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소금회’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장로직에서 은퇴했지만 이 의원은 현 정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고 있다. 6선인 이상득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코오롱 사장을 역임하는 등 경제이론과 실물경제에 조예가 깊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신한국당 정책위원장,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을 지내는 등 경제·금융 분야에서 활약했다. 그가 ‘소금회’에 회원이 된 것도 이 같은 국회직과 당직 경험 때문이다.
지역구 안에 소망교회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강남 갑)은 정치권에서 제일 열심히 ‘소금회’에 참석하고 있다. ‘소금회’에 참석함으로써 인맥 형성과 지역구 관리가 동시에 되는 이점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 의원은 재무부, 금융감독원에서 일한 금융 전문가다. 재선인 이 의원은 국회에서도 전공을 살려 국회 재경위에 이어 기재위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도 ‘소금회’ 회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경북 안동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했다. ‘경제통’인 그는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 겸 예결위원인 김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비록 당은 다르지만 민주당 홍재형 의원도 ‘소금회’ 인맥으로 분류되고 있다. 홍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드물게 금융·재무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재무부, 관세청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으며, 한국수출입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을 역임했다. 1994년 경제부총리 겸 초대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청주에서 내리 3선에 성공, 중진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 외에 한때 한나라당 재정책임자였던 서상목 전 의원도 ‘소금회’ 멤버다.
교육계에서는 최운열 서강대 부총장이 눈에 띈다. 최 부총장은 한국증권연구원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다. 이후 그는 서강대 경영대학원장을 거쳐 서강대 대외협력 부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 부총장은 ‘소금회’ 회원들을 상대로 경제와 금융 관련 특강을 하기도 한다. 그는 ‘소금회’가 과대포장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교회에 직능별로 다양한 선교회 모임이 있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현 정부의 파워 집단도 아니고 순수한 금융인의 선교모임”이라고 강조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