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아 농축산물 원산지·안전성 문제로 주부들 고민 늘어

단속반원들이 정육점에서 원산지 표시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2시쯤 지하철 4호선 수유역 부근 북부시장. 이곳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반이 출동했다. 추석을 맞이하여 제수용품 및 농축산물 원산지 위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서다. 추석을 열흘쯤 앞둔 시점이지만 시장은 한산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에 띄었지만 정작 물건을 사는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 입구에서 과일을 파는 한 상인은 “요즘 다 마트로 가지 누가 시장에 오겠냐”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 단속반 박종구 주무관은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면서 “재래시장은 보통 오후 4시가 지나야 활기를 띤다”고 말했다. 김철희 주무관은 “시장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단속하다 보면 ‘장사도 안 되는데’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농축산물 원산지 표시 특별 단속
단속반은 이곳 시장의 몇 군데 정육점을 둘러본 후 곧장 수유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소비자들이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나오는 시간이기 때문인지, 장터 분위기가 거의 나지 않던 북부시장에 비해 사람들이 몰려 북적였다.
단속반은 정육점과 곡물류를 파는 상점,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음식점을 돌았다. 단속은 전적으로 육안 검사에 의존한다. 김 주무관은 “삼겹살의 경우 국내산과 외국산은 처리 형태가 다르다”면서 “그러나 국내산도 얼려서 자른 경우에는 외국산과 형태가 비슷하므로 소비자들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속반은 정육점의 경우 진열대에 나와 있는 상품과 냉동고에 있는 상품을 모두 확인했다. 김 주무관은 “소비자가 진열대에 있는 상품을 달라고 하면 냉동고에서 꺼내면서 바꿔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주무관은 “아직까지는 미국산 쇠고기 물량이 많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쇠고기보다 돼지고기 단속 사례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날 수유시장에서는 원산지 표시 팻말을 눈에 잘 띄지 않게 세워놓은 것 때문에 한 차례 상인과 단속반 사이에 실랑이가 오고 간 것을 제외하고는 충돌도 없었고, 위반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곳 상인조합의 최재덕 관리소장은 “우리 시장의 경우 아침마다 안내방송과 직접 지도를 통해 상인들에게 원산지 표시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을 열흘 앞둔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의 썰렁한 모습.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추석 대비 일제단속은 지난 8월 25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허위로 표시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과 함께 형사입건하고, 표시하지 않은 경우 최저 5만 원에서 최고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재 적발된 위반 사례는 전국적으로 총 186건이다. 그 중 허위 표시가 122건, 미표시가 64건이다.
하루 평균 약 19건의 위반 사례가 나온 것이다. 전국 단위 통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숫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는 실제 위반 사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명절 대비 일제단속 기간에는 상인들이 미리 대비를 해두는 데다가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평일 낮보다 야간이나 휴일에 위반 사례를 발견할 개연성이 더 높다”면서 “서울 지역 단속에는 2인 1조로 5개조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식품거래는 신뢰성 떨어져
실효성에 일정한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단속의 눈길이 미치는 재래시장이나 음식점과 달리,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는 식품의 경우에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단체가 지난 8월 28일부터 29일 이틀간 추석차례상 대행 인터넷 쇼핑몰 54군데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식재료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조사 대상 업체의 87%인 47곳은 식재료에 아예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고, 13%인 7곳만이 식재료 일부에만 원산지를 표시했다.
원산지 표시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온라인 쇼핑몰은 지자체에 통신판매업자 신고를 한 뒤 신고번호를 표시해야 하나, 14개 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았고, 25개 업체는 전자우편 주소를 표시하지 않아 교환이나 환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이용약관을 게시하지 않은 10곳이었고, 이용약관을 게시한 업체 중에서도 6곳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인터넷쇼핑몰 이용에 관한 약관이 아닌 자체 약관을 게시했다. 이용 약관을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표시해야 하는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이 규정을 지킨 곳은 전체의 35.2%인 19개 업체에 불과했다. 또한 식품 유통기한을 별도로 표시한 업체는 한 곳뿐이었고, 정부가 안전한 결제를 위해 시행하기를 권유하는 에스크로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단 2개 업체에 불과했다. 음식물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한 업체도 23개 업체(42.6%)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차례상에 오르는 산적의 주재료인 쇠고기의 경우 비싼 한우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해외산 쇠고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82cook 등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생활카페에는 안전한 쇠고기를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문의하는 게시글과 믿을 만한 쇠고기를 살 수 있는 곳을 안내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수의과학검역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26일 새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발효한 이후 검역증을 발급한 물량은 9월 4일 13시 현재 9189t이고, 이 중 시중으로 출고된 물량은 3594t인 것으로 수의과학검역원 측은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쇠고기 안전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진작부터 농산물 직거래 및 한우 직거래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생협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두레생협의 경우, 작년 6월에는 신규 가입자 수가 488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056명으로 늘었고, 작년 7월 신규 가입자 수가 462명이었던 데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835명으로 늘었다. 아이쿱 생협도 작년 6월에는 신규 가입자 수가 916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974명으로 늘어났다.
<글·사진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