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정부 투쟁‘태풍의 눈’ 안티 이명박 카페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평범한 누리꾼 자발적 모임”… 각계각층·남녀노소 모여

“얼마 전 야당 당원 출신 사람들이 안티 MB 카페를 만들었다고 보도가 나왔죠? 보도 후 그분들은 자취를 감췄다고 하던데….”
지난 5월 초, 청와대 관계자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 ‘핵심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나 배후가 있다는 근거는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의 안티 이명박 카페’를 지목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근거’를 제시하라는 지적에 “추후 구체적인 것이 포착되면…”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구체적인 포착’ 작업엔 언론이 나섰다. 지난 7월 1일 조선일보는 이 카페의 백은종 수석부대표가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노사모)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004년 3월 국회에서 노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을 당시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해 분신 자살까지 시도한 인물”이라면서 “그때 화상으로 8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을 정도로 극단적인 ‘노무현 지지자’였다”라고 주장했다.

안티 이명박 카페의 공식 명칭은 이명박탄핵을위한범국민운동본부. 검색 포털 다음에 2007년 12월 19일 개설한 카페다. 7월 10일 현재 회원은 18만6900명. 현재 카페 대표는 공석이며, 10명의 운영자와 15명의 게시판지기가 있다. 12월 19일은 지난 대통령 선거 개표일. 당선 일부터 이명박 반대 투쟁을 벌여온 셈이다. 그 후 크게 주목받지 않았을 뿐 현재까지 이 단체는 주말마다 또는 BBK 김경준씨 사건 등 주요 공판 때마다 꾸준히 거리에 나섰다. 초기 안티 이명박 카페가 주최하는 오프라인 행사의 회원 참여는 10~20명 선.

5월 2일 촛불시위가 촉발되면서 회원도, 오프라인 집회 참가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기 때는 따로 뚜렷한 운영 회칙이 없지만, 2기와 3기에서는 운영 회칙을 만들어 운영진 중 대표와 부대표를 선발했다. 현재는 4기 집행부를 준비 중이다.

지난 두 달간의 촛불시위는 카페에 자발적으로 모인 회원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 오프라인에서 ‘안티 이명박 카페’의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은 촛불시위가 두 달을 넘어서면서 서로 낯이 익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급속도로 친숙해진 이들은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하고, 즉석해서 촛불시위의 전망·정치토론을 하기도 한다. 운영비는 단체공식후원 계좌를 통한 회원들의 후원으로 마련한다. 후원금과 지출내역은 카페에 마련된 ‘후원금 내역’ 게시판을 통해 공개된다. 7월 4일 압수수색당한 서울 서부역 인근의 단체 사무실은 백은종 수석부대표의 사비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공중파 방송 PD인 닉네임 ‘시간이 지나’(28·남)는 이 카페의 온라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카페의 구성층과 관련해서 “중·고등학생·개인사업자·교사·아기 엄마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남녀노소·각계각층으로 회원이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회원 18만 여 명에 운영자 등 25명
8일 조계사에서 만난 닉네임 재율맘(26·여)은 7~8개월 후면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닉네임에서 보듯 첫째 아이 재율이는 촛불시위에 나올 때는 시댁에 맡겨놓는다. 둘째 ‘꿈’(태명)을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촛불시위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설계 및 감리업이 직업인 닉네임 ‘두루마기’(38·남)는 “전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면 충돌이 빚어지지 않도록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들이 앞에 나서 스크럼을 짜고 보호막을 펼치면서 그런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안티 이명 박카페는 앞으로 촛불시위 전망과 노선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촛불시위 왜곡보도 광고 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카페에도 ‘안티이명박’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은 광고거부캠페인 활동을 벌인 20여 명을 출국금지시키는 등 누리꾼을 겨냥해 연일 강수를 두고 있다. 닉네임 조딘(41·남)은 “도주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사람들을 출국 금지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면서 “차라리 광고 반대운동을 벌이는 사람들 모두 출국 금지명령을 내리라”고 비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나는 이렇게 출국금지 당했다”
인터뷰 | 이정기
(천주교 수원교구 청년단 회장·언론소비자주권운동 국민캠페인 카페 회원)

[커버스토리]대정부 투쟁‘태풍의 눈’ 안티 이명박 카페

정부가 보수언론에 대한 광고 압박 운동에 참여한 네티즌을 사법처리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출국이 제지되고 여권도 압수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청년단 회장으로 언론소비자주권운동 국민캠페인 카페 회원 이정기씨는 지난 9일 인천공항에서 자신이 출국금지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인천공항에서 출국금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오후 4시 30분 호주행 비행기로 출국하게 돼 있었다. 3시쯤 공항에 도착해 수화물을 먼저 부치고 짐을 검사하고 들어가서 출국심사를 하는데, 심사대에서 신문조회를 해 보더니 “잠깐 사무실로 오시라”고 하더라. 그때가 3시 50분쯤 됐을까. 여권도 압수당했다. 정말 황당했다. 무슨 착오가 있는 줄 알았다. 검찰에서 나를 8일자로 출국금지 대상으로 정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공항에서는 별달리 항의할 수단도 없고 방법이 없어 일단 나머지 일행을 떠나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호주에는 무슨 일로 가려 했는가.
“호주에서 열리는 ‘가톨릭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교황도 참석하는 큰 행사다. 우리나라에서만 전국 교구 합쳐서 1000여 명이 가는 행사다. 7월 9일부터 26일까지 15박 16일 일정으로 떠나게 돼 있다. 이번에 우리 교구에서 나를 포함해 45명이 가려고 했다. 지금 수원교구 청년단 회장으로서 참가단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 민변 변호사와 통화해보니 지금부터 법적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기간 내 합류하기는 힘들 거라고 하더라. 안타깝다.”

출금조치가 된 것을 몰랐나.
“전혀 몰랐다. 지난 주 금요일(11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은 ‘피정’(천주교 신자들이 일상에서 떠나 묵상·기도하는 기간)을 떠나 있어 외부와 접촉하지 않았다. 월요일부터는 수요일 출국에 맞춰 참가 프로그램과 출국 준비를 하느라 개인적 활동으로 매우 바쁘게 보냈다. 자연스레 언론 보도도 접하지 못했고, 카페에도 들르지 않았다. 예상 밖의 조치기 때문에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출금조치에 대한 서면통지도 없어서 내가 대상자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촛불집회 관련된 활동을 얼마나 했나.
“5월 24일 처음 촛불집회에 나갔다. 처음으로 강경 진압과 연행자가 있던 날이다. 그때부터 꾸준히 참석했다. 그 전부터 아고라 등에서 활발히 참여하고 관심을 갖긴 했다. 아고라에 오늘의 숙제 리스트도 올리고 전화도 했다. 예전부터 보수 언론의 편파 보도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카페에 5월 말 가입했다. 운영자 공개 모집 공고가 있기에 지원했다. 그렇게 카페 도우미가 됐다. 카페에서 맡은 역할은 우리 카페 관련 기사들을 모아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다. 언론 보도자료 기사 링크 글 몇 개 외에는 카페 내에 별로 올린 글이 없다. 광고 불매와 관련된 활동을 직접적으로 이어가진 않았다. 아무래도 운영진에 끼어 있으니 출금조치당한 것 같다. 나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자 시민일 뿐, 활동가도 선동가도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검찰이 시민들의 정당한 언론소비자운동을 이렇게 탄압하고 과잉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반드시 문제를 제기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여기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카페 분과 민변의 도움을 받아 법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사회부·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