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비·라운드 비용·리조트 객실 요금 등 합하면 수백만원 선
초호화 ‘금강산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이하 금강산 골프장)’가 7월 말 개장한다. ‘모두 평등하다’는 사회주의 땅에 조성한 골프장에 남측의 일부 특권층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금강산 골프장 회원은 금강산에 그들만의 콘도를 갖고 있는 셈이다.
북한 금강산 관광특구 내에 조성한 금강산 골프장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금강산 골프장은 개장에 앞서 지난 5월 14일부터 7월 중순까지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The First’ 초청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강산 골프장은 골프·레저 전문 기업인 에머슨퍼시픽그룹(회장 이중명)이 강원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특구 고성봉 일대 160만㎡에 만든 골프장이다. 에머슨퍼시픽은 2004년 피혁업체인 엠씨타운을 인수해 우회 상장한 업체로 중앙CC와 경남 남해 ‘힐튼남해골프&스파리조트’를 운영하는 업체다.
6성급 리조트 숙박료 80만 원 넘을 듯
베일을 벗은 금강산 골프장은 어떤 모습일까. 에머슨퍼시픽이 6성급 리조트라고 공헌한 대로 금강산 리조트는 최고급을 자랑한다. 리조트에는 절경의 외금강과 동해안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18홀 규모의 골프장 이외에 ▲야외 유황 노천 온천탕 ▲개인 온천장을 겸한 자쿠지 빌라 ▲클럽 하우스 등의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리조트는 소유자인 에머슨퍼시픽이 운영하지 않고 세계적인 리조트 전문 그룹인 GHM(General Hotel Management)이 맡고 있다. GHM은 말레이시아 랑카위의 다타이, 미국 마이애미의 세타이 등 전 세계에 16개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GHM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리조트 시설물을 건축했으며, 자쿠지 빌라 내부의 소품도 직접 디자인했다. 이에 따라 리조트와 골프장을 이용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
금강산에서 라운딩을 하기 위해서는 ▲골프장 회원권(비회원도 가능) ▲리조트 객실 및 식사 비용 ▲방북비 ▲그린·카트·캐디피 ▲버스 요금 ▲기타 금강산 관광 옵션 요금 등이 든다. 골프장 회원권 시세는 지명 회원권은 2500만 원, 무기명 회원권은 3500만 원이다. 지명 회원은 정회원 1명이 가족 회원 2명을 동반할 수 있으며, 무기명 회원은 정회원 1명이 무기명 1명을 데려갈 수 있다. 북쪽 땅을 밟을 때 지불하는 일종의 방북 비용과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가는 교통 비용은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방북 비용은 ▲정회원 13만 원 ▲지명 회원 15만 원 ▲비회원 18만 원이며,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 요금은 1인당 4만 원이다. 현재 정회원은 200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숙박료는 책정되지 않았지만 자쿠지 빌라 숙박료도 6성급 리조트에 맞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회원이 아닌 일반인(비회원)의 경우 하루 객실 요금(2인 1실)이 80여만 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원은 리조트 규정에 따라 공시가격(일반요금)에서 할인된 금액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에머슨퍼시픽 관계자는 “비회원은 1박당 85만 원 정도가 책정될 것”이라면서 “이 리조트는 회원에게 금강산에 자기 콘도가 있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실상 비회원은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남한과 해외에서 식자재의 대부분을 공수하기 때문에 식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메뉴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 식사하는 데 2만~3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다 일반 금강산 관광은 옵션(선택) 상품이다. 즉 삼일포 및 해금강 관광, 교예단 공연 관람, 만물상·구룡폭포 등산은 별도로 요금을 더 내야 한다. 현대아산에서 운영하는 금강산 관광 프로그램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관광단에 들어갈 수 없다.
“숙박요금 정부가 관여할 사항 아니다”
일반인이 금강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을 지출해야 하며, 정회원의 경우도 부담되는 비용이다. 이에 따라 골프장 회원권이 없는 일반인이 금강산 골프여행을 가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초청 행사에 다녀온 한 이용객은 “이번 라운딩에서는 대부분 비용이 무료여서 부담이 없었지만 다음부터는 부대시설 이용요금이 부담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이자 민족의 명산에 설립한 골프장을 비용 때문에 일반인이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하에서는 북한 핵문제 발발 등 여러 차례 중대한 고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금강산 골프장을 조성한 에머슨퍼시픽도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38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 대출금은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조건이며 이자가 3.3%로 매우 저렴하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금강산에 호화 리조트가 들어섰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민간 사업자가 숙박요금 등 요금체계를 정한 것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이용객은 “현대아산이 북측으로부터 금강산 관광 특구의 토지를 사용하는 대가로 관광객을 상대로 입산료 등 방북 비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골프 요금(그린피)를 지불하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별도로 방북 비용을 내는 것은 사실상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금강산 관광객의 경우 북측에 지급하는 관광 대가는 80달러(2박 3일), 45달러(1박 2일), 30달러(당일) 등으로 책정돼 있다.
금강산 골프여행 일정 현재는 2박 3일짜리 골프여행 상품만 나와 있다. 골프 여행객은 첫째 날 오전 6시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강원 고성 휴게소에 도착해 관광증을 수령한다. 여행객은 남쪽 CIQ(출입경사무소)에서 수속을 마치고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측 CIQ를 지나 리조트에 오후 12시쯤 도착한다. 이날 오후 스케줄은 라운딩으로 끝난다. 밤에는 금강산 호텔에서 가무단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둘째 날은 오전에 다시 골프 일정이 잡혀 있다. 오후에는 노천 온천 및 삼일포, 해금강, 교예단 공연 등 금강산 관광 상품에 포함돼 있는 관광을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다. 마지막 날인 셋째 날은 오전에 만물상, 구룡폭포 등 금강산 옵션관광을 하거나 자유시간을 갖는다. 라운딩은 하지 않으며 오후에 리조트를 출발해 서울에 오후 6시 30분에 도착한다. 골프 여행객은 자동차로 개인적으로 출발할 수 없으며, 리조트 내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 사용 등이 금지된다. 또한 여행객은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1인당 미화 300달러까지 소지할 수 있다. 금강산 골프장은 국내 어느 골프장보다 시설과 경관이 좋다. 특히 18개 홀 중 ▲금강산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며 라운딩을 즐기는 6번홀 ▲코스 앞에 소나무 삼림이 무성한 3번 홀 ▲암벽과 바위산이 어우러진 4번 홀 ▲장전항과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7·18번 홀 ▲공을 올리기만 하면 빨려 들어가는 일명 ‘깔대기 그린’을 갖춘 14번 홀 등이 유명하다. |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