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단독 추적… 100대 기업 이니셜 공개도
1위 한전, 우리나라 전체의 26.7%… 2위는 포스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뉴스메이커는 우리나라 기업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추적했다. 정부는 2005년 5인 이상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에너지종합 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자료는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 현황 조사에 대한 정보공개 자료(기업은 이니셜로 표시됨)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에너지 총사용량 자료를 토대로 상위 25대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정해 확인했다. 또한 비록 이니셜이나마 상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0대 기업을 순서대로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커버스토리]온실가스 최다 배출 25대 기업 최초공개](https://img.khan.co.kr/newsmaker/772/18_a.jpg)
추정 확인 결과,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한국전력공사로 드러났다. 한전은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등의 자회사가 거느리고 있다. 상위 10대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업중 포스코 계열 2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전의 자회사다. 상위 25대 기업 중에는 15개 발전소가 상위 순위를 장악했다.
한전의 기후 변화 대책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숨길 것이 없다며 공개했다. 2005년 기준 온실가스배출량은 1억5800만t이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가 차지한다. 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5억9110만t의 26.7%에 이른다.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비중이 줄어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공장과 가정에서 전력 수요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5개 발전소, 25대 기업에 포함
한전 관계자는 “경제 규모도 커지고, 가정에서 전력 사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전력 자체를 줄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력을 줄일 수 없는 한전의 입장을 해명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전의 발전효율과 송·배전 손실률은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볼 때 세계 수준이며,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세계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원료·동력·노동력 따위의 기준량을 뜻하는 원단위는 전력 1kw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비유할 수 있다. 한전에서는 탄소 정보를 공개하는 세계의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인 CDP보고서 설문에 응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므로 앞으로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CDP보고서 설문에 응한 포스코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CDP보고서의 2005년 기준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6000만t이 넘는다. 역시 철강산업의 특성상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3233만t으로 단위 기업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는 2130만t으로 4위에 올라 있다. 이밖에도 포스코 파워, 포스코 특수강이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속해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포스코 역시 한전 못지않게 온실가스 관리 시스템에서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상엽 기후변화연구실장은 “포스코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0년, 20년 전부터 노력해왔다”며 “그런 노력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한전과 포스코의 온실가스 관리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와 있지만 이들 전력·철강 외에 석유화학과 시멘트·제지 등의 산업은 아직 이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1, 2위 기업인 한전과 포스코를 제외하면 상위 기업 중 눈에 띄는 업종은 단연 정유·석유화학 분야다.
2005년 기준으로 SK에너지(주)와 S-OIL 온산공장이 11위와 14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개의 기업 중 어느 기업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는 22위, GS칼텍스는 25위를 차지했다. 이들 4개 회사는 많게는 4300만t, 적게는 1600만t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정유·석유화학 기업 상위 랭크
다음으로 두드러진 업종은 시멘트 생산 기업이다. 동양시멘트(주) 삼척 공장이 17위, 쌍용양회공업 동해공장이 18위를 차지했다. 이어 라파즈 한라시멘트가 2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요업으로 분류되는 3 개의 시멘트 생산 기업들이 29위와 32위, 3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시멘트 생산 기업은 1000만~2800만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커버스토리]온실가스 최다 배출 25대 기업 최초공개](https://img.khan.co.kr/newsmaker/772/20_a.jpg)
뉴스메이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25대 기업만 추정·확인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기업에 대해서 에너지시민연대 이버들 정책 차장은 “예상보다 발전소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앞으로 화력발전을 증설하려는 계획은 교토의정서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또 “전력뿐 아니라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만큼 각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기업 배출량 공개 꺼려
이산화탄소 배출량 최대 100대 기업(이니셜 공개)에서는 40대 기업이 10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65대 기업이 50만t 이상, 95대 기업이 30만t 이상 수준으로 나타나 있다. 개별 사업장 규모로 파악한 것이니만큼, 단위 기업 규모로는 훨씬 더 많은 규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금속·화공·제지목재 등의 기업이 100대 기업에 다수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대부분 기업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공개를 꺼리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2005년에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조사할 때 통계법에 따라 비밀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2005년 자료가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말한 것이다. 에너지 사용량 2000TOE가 넘는 기업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해 매년 에너지관리공단에 보고하고 있다.

SK에너지가 울산에서 그린에너지 제조 시설 종합 준공식을 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공개를 꺼려하는 것은 향후 경영과 관련이 있다. 만약 정부에서 특정 연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놓고 기준을 정한 후 목표량을 기업별로 할당한다면, 과거 자료의 노출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생산능력이 있고 시장에서 수요가 있음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때문에 상품을 생산하지 못한다. 할당량 안에서 생산을 늘리려면 시설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 투여되는 비용이 더 커지는 경우가 생긴다.
여천NCC 환경안전팀의 한 관계자는 “일반 기업체로 봐서는 절대량인 총량 규제보다 산업별 특성을 감안해 원단위 에너지 효율 규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준 연도 산정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무조건 최고 에너지 사용이 많았던 해를 기준으로 한다면 타당성이 없다”면서 “산업별로 논의하다 보면 산업별 특성 기준연도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별로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량을 할당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일본의 예처럼 기업이 자율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배출량을 줄이는 데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일회적 공개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이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정보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특히 한 해 조사 결과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각 기업 배출량의 장기적인 추이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상엽 실장 역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 실장은 “한 해 동안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사용량보다 배출량 증가 추세를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발전·철강·석유화학 산업 분야에서는 불가피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만큼 단순히 양을 공개하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이 비교적 높은 분야에서 절대적인 양만 나타나게 되는 셈이라면서, 예전보다 얼마나 적게 배출하고 줄일 수 있는지 추세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이 실장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또 “배출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품 생산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뜻하는 원단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 기업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공개해야 억제책 나온다”
대부분 전문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기업에서 스스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정예모 연구원은 “선진국의 기업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제3자가 검증하기도 한다”면서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기업에서 일단 자체 조사를 하고 검증 절차를 거친 후 앞으로 얼마를 줄여나가겠다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엽 실장은 “기업에서는 자신들의 사업장 어디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국제적인 기후변화협약 가이드라인과 글로벌 마인드에 맞게 어떤 감축 수단이 있고, 비용이 얼마이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시민연대 이버들 차장은 “기업이 해외에서 시장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영을 해야 하며 선진국의 추세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환경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정예모 연구원은 “언제 공개할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나 기업이 자생력을 키워 국가 경쟁력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시점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부 측에서는 정부 차원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공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의 예를 많이 들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일부 기업이 공개하는 것이지 전체가 다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는 배출량을 다 파악하고 있지만 기업에서 판단해 정답을 찾아야 한다”면서 “배출량을 발표하면 선이고, 발표하지 않으면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에서는 기업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너지시민연대 이버들 정책차장은 “그동안 산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서 “자료 공개가 기업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억제하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도록 촉구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