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온실가스 감축, 온 국민 참여해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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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좌담하고 있는 참석자들. 왼쪽부터 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허동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좌담하고 있는 참석자들. 왼쪽부터 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허동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이제 환경단체의 활동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기업은 물론 가정에서도, 온 국민이 실천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지구의 날을 앞두고 지난 2월 출범한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의 이사장과 공동대표가 4월 3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사장인 고건 전 국무총리,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CJ그룹 회장), 허동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GS칼텍스 회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정에서 해야 할 실천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최열 환경재단 대표) 기후 변화가 최근 세계의 가장 중심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기후 변화라고 하면 너무 딱딱한 주제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생활 주변에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가 많이 달라졌다. 여기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기후 변화는 어떤 것인가.

고건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고건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소년 시절 마포 서강에 살았다. 와우산 밑이었다. 매년 겨울이면 한강이 완전히 얼었다. 밤섬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갔다 올 수 있었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엄청난 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어렸을 때 굉장히 추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도 한옥이니까 방 안에 있으면 코는 차갑고 방바닥은 뜨뜻했다. 그때는 옷을 많이 입었다. 굉장히 추웠다. 요즘 겨울에는 그렇게 입을 필요가 없다. 옛날보다 온난화가 많이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종로2가 근처인 관수동에 살았는데 겨울이면 한강변에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지금은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가 없다. 지금은 탈 데가 없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여름이 전보다 더 덥고 기간도 늘어나면서 4계절의 구분도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과일의 산지도 바뀌고 있다. ‘사과’ 하면 ‘대구’, ‘귤’ 하면 ‘제주도’였는데, 요즘은 사과 재배지가 강원도까지 북상하고 귤 재배지도 바다를 건너왔다.

최열 기후변화센터가 지난 2월 출범했다. 기후변화센터에서 어떤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고건 기후변화센터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만들었다. 온실가스 감축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기업·시민사회 각 분야가 다 협력해서 온 국민이 참여해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 2월에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이 뜻을 모아 그런 일을 하는 기후변화센터를 출범시켰다. 기후변화센터는 먼저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가 ‘그린 파트너십’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서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다. 기후변화센터는 그런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는 캠페인을 하도록 기후변화센터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최열 오늘 이 자리에 기후변화센터의 공동대표들이 참석했지만, 각각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인 만큼 기후 변화에 관심이 아주 많은데, 각 단체의 장으로서 기후 변화에 대응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허동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는 2002년 3월 기업 CEO들이 중심이 돼 발족했다. 협의회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물론 경제 및 환경, 그리고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새로운 이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직 대부분 기업이 자사 내 온실가스 배출·감축 측정을 위한 인벤토리 구축도 해놓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조기 감축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및 이를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 그리고 국가의 뚜렷하고, 통일된 기준 및 방향도 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어서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협의회에서는 올해부터 ‘에너지와기후변화위원회’를 설치, 워킹그룹을 운영해 기후 변화 대응 및 적응에 관한 기업의 능력 배양과 조사 연구를 통한 산업계의 미래 전략 수립에 매진할 것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는 기후 변화에 대한 산업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계 기후변화협약대책단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산업계 기후변화협약대책단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발전·철강·정유·석유화학·시멘트·자동차 산업의 업계 관계자와 대학·연구소 등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대책단은 2001년부터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산업계 입장을 공표한 이후 지금까지 교토의정서 발효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과 같은 현안에 대해 수시로 산업계 의견을 정부에 정책 건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책 건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신사업 발굴을 연구하는 한편, 기업들의 기후 변화 적응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 수립을 연구 중이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에서는 소비자단체들 간에 생활 속에서 어떻게 기후 변화와 관련한 활동을 할 것인가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어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여러 가지 활동도 에코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다. 국민들의 전체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소비자시민모임 같은 경우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떻게 생활해야 에코 라이프 스타일인지 알려주려고 한다.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에코 틴이라고 해서, 에코 틴의 행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과 토론하고 스스로 실천하도록 한다. 집에서 전기를 아껴 쓰고, 자기가 얼마나 탄소 가스를 배출했느냐 쓰게 한다. 대학생들은 에코 레이디를 조직하고, 또 엄마들은 에코 맘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 조직과 조직이 자발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건 탄소감축형 생활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소비자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최열 손경식 회장과 허동수 회장께 기후 변화와 관련해 각 기업이 해야 할 일을 묻고 싶다.

손경식 지난 1월 말부터 KBS에서 방송한 지구 온난화 광고 캠페인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공익광고에서 내가 했던 말이 ‘미래를 위한 경영! 지구를 위한 투자! 온실가스 감축! 이제 기업이 나설 때입니다’였다. 말 그대로 이제는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할 때다. 기업들은 기존 시설의 에너지 낭비 요소만 제거해도 에너지를 상당량 절감할 수 있다. 앞으로 기업은 에너지 절감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이용 시설과 공정을 에너지 효율이 더 우수한 것으로 교체하거나 개선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대체에너지 개발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GE의 경우, 이멜트 회장이 취임하면서 생태라는 의미의 에콜로지(ecology)와 상상력이라는 뜻의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을 결합해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라는 새로운 말을 썼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국제 환경규제에도 대응하고 풍력 터빈, 고효율 엔진, 고연비의 기관차 등 에너지 저감의 효과를 높이는 제품을 개발했다. 또한 에너지 효율 부문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우리 기업들에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허동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

허동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

허동수 우리 기업 또한 기후 변화에 대해 조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선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온실가스 배출 저감 잠재량을 파악해 기업의 감축 목표를 설정한 후, 정부의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 변화를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매년 20~30% 성장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기회로 삼기 위해 기업은 연료전지,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면서, 아울러 청정 개발 체제 즉 CDM과 같은 탄소시장에 적극 참여하는 등 환경 비즈니스 확대를 통해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못하는 기업은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열 현대 사회에서는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나.

고건 기업이 탄소 경제 시대에 맞게 ‘탄소감축형 산업구조’로 바꿔 나가듯, 우리 생활도 탄소감축형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아무래도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문명의 이기는 탄소를 발생시킨다.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되 탄소감축형 생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면 큰 승용차보다 작은 승용차를 이용하고, 그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한다. 일상 생활에서 조그만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 실내 온도를 1℃ 내리고, 겨울에 내의를 입어야 한다.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김재옥 시장에서 상품에 CO2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의 힘으로 시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감축형 소비생활이 되어야 한다.

최열 기후 변화에 대한 녹색 예언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은 너무 과장된 시나리오다, 어떤 사람은 현실성 있는 이야기라는 말을 하고 있다. 지구의 잿빛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허동수 최근 자료들을 보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예측 보고서들의 분석 결과들은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무관한 질소산화물,메탄가스 등도 온실효과를 내므로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지구 온난화 기여도는 전체의 6%에 불과하며, 지구 온난화는 주기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내세워 화석연료를 온실효과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것은 비약이란 주장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확실한 근거가 있기 전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잿빛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대응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경식 과장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온난화가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었지만 생태계의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산악지역과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줄어들고, 해수면은 매년 점차 오르고 있다. 동식물의 서식지 역시 예전보다 많이 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 여파가 크지 않았지만, 향후 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면 그 영향은 매우 심각할 것이며, 예측도 어려울 것이다.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난화를 유발한 선진국들이 먼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자국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개도국의 어려움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재옥 인도에서 온 사람의 이야기가 자기네 지역에 비가 많이 왔다는 것이다. 홍수가 나서 집들이 떠내려갔다고 한다. 그 사람은 이런 기후는 과거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자기네 기후도 변화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NGO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론에는 언제나 찬반이 있다. 어떤 것이 사실에 가까운지 봐야 한다.

고건 한때는 과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구 온난화는 사실이구나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얼마 전에 나사(NASA)가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북극 빙하가 4년 전에 비해 2분의 1로 줄었다. 이 속도로 가면 4년 후에 나머지 절반도 녹는다는 것이다. 사실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없어질 것이다. 다만 그런 오해과 관련해, 기왕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버린 선진국에서 앞으로 행동으로서 무거운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 지구 온난화 자체가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열 기후 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명제가 되었다.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발전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적극 나서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 기후변화센터를 설립하여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려고 한다. 특히 기후변화센터는 우선 우리나라 오피니언 리더들의 몸 속에 기후 변화 DNA를 새롭게 심고자 한다. 이런 취지로 5월 8일부터 시작되는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에 고건 이사장과 손경식·허동수 공동대표가 솔선해서 참여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엄기영 MBC 사장·영화배우 안성기씨 등도 함께 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은 체계적인 학습과 토론을 통하여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기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다. 기후변화센터는 이외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기후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고건 이사장과 여러 공동대표께서 적극 앞장서 주실 것을 믿는다.

<정리·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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