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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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는 ‘인간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합리주의와 과학, 진보의 개념이 19세기 이후 인류 역사를 움직여온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그런 인간 이성에 대한 회의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는 계기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lemontree라는 네티즌이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어제 낮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이라는 포스트를 올렸다.

날씨가 너무 좋아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근처 공원을 찾았다. 김밥, 샌드위치, 음료수를 사서 벤치에 앉아 먹으려는데 어? 바로 옆에 있던 매점이 없어지고 대신 무슨 도서 대여소 그런 것으로 변한 것 아닌가? 웬일이지? 아, 저거요? 저런 시설들 서울시가 그동안 서민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임대해준 거였는데, 얼마 전부터 사업권 모두 박탈했대요. 공공시설에서 서민들에게 빌려주었던 영업권을 이제 모두 재벌 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준대요. 앞으로 지하철에도 편의점이 들어선다고 하던데요? 누가 나서서 한마디 한다. 하루에 차량 200대 다니는 톨게이트 억지로 만들어내 거기 취업할 장애인이랑 서민들 40여 명 일자리 없애더니, 아예 그런 쪽으로 발 벗고 나섰네? 저렇게 서민들 입에 들어가는 밥그릇마저 빼앗아 재벌 기업들에게 줘야 속이 시원하나? 평소 말이 적었던 여직원이 낮게 한마디 한다. 앞에 있으면 정말 때려주고 싶어요… 또 누가 나선다. 제 주위에 교회에서 성가대 피아노 반주 하시는 분이 있는데요… 어느 대학교에 노인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서 피아노 반주 봉사를 했대요, 그런데 이명박이 서울 시장 되고 나서 예산을 없애는 바람에 그 프로그램이 없어졌다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 분이 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찍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그랬죠… 아, 이명박 찍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그 분이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정말 쇼킹한 거… 그 분이 이번 대선에서도 이명박을 또 찍었대요, 글쎄. 누군가 한마디 거든다. 인간이 경험에서 배우는 동물이란 거, 그거 헛소리에요. IMF 아니라 이제 나라가 완전히 무너져도 사람들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찍을 거예요. 바로 그 당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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