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대안학교를 압수수색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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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경 선생님을 위한 간디학교 졸업생 대책위원회’ 박조은미씨

[목소리]“국가보안법이 대안학교를 압수수색하다니…”

국가보안법 유령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살아 있나”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안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이 김형근 교사를 포함해 4명이나 된다. 그러고도 또 한 건의 공안사건이 터졌다. 지난 2월 24일 경남 산청에 있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 경남지방경찰청에서 나온 경찰이 학교 교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최보경 교사를 인터넷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간주하고 최 교사의 컴퓨터와 책 그리고 자료 등을 압수해간 것.

당시 최 교사는 경남도교육청이 주관한 경남지역 중등학교 통일교육 담당자 연수를 위해 금강산에 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역사 교사로, 다른 한편에서는 통일교육 연수를 받는 교사라는 상반된 신분이 아이러니하게 동시에 일어난 셈이다. 간디학교의 학부모, 교사, 학생들은 일제히 국가보안법 폐지와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대응에 나섰다.

‘최보경 선생님을 위한 간디학교 졸업생 대책위원회’의 박조은미(성공회대 사회과학부 3학년)씨를 만나 이번 사건과 최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보경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집과 학교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소식을 어떻게 알았나.
“간디학교에 다니는 후배가 압수수색을 당한 현장을 목격했다. 후배가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려줬는데, 처음엔 황당하다는 생각만 했다. 설마 대안학교인 간디학교까지 압수수색을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들이 최보경 교사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1999년부터 간디학교에서 근무한 분이다. 초기 멤버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수업을 들었는데, 현장 수업을 많이 했다. 유적지나 민간인 학살터 같은 곳을 많이 갔다. 5·18 때는 광주에도 직접 갔고, 4·19 때는 마라톤도 했다. 직접 역사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근·현대사 부분 내용은 교과서에서 별로 없는데, 선생님의 교재를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제자들은 최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나.
“선생님은 우리와 격의 없이 지냈다.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으면 언제든 힘을 주려고 노력했다. 선생님은 역사를 보는 새로운 눈을 알려준 분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야기할 뿐이지,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강요하지 않았다.”

수업 내용에 불만을 가진 학생은 없었나.
“대학을 가려고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교과서 중심으로 수업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 대부분이 선생님을 좋아하고 믿었기 때문에, 수업 내용이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 사건을 보고 느낀 점이 있나.
“두 가지를 느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시대다. 그런데 사라졌다고 생각한 국가보안법 때문에 선생님이 잡혀갈지도 모른다니 어이가 없다. 그리고 간디학교는 대안학교다. 다양성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학교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들어와서 압수수색을 한다면 대안학교가 무슨 필요가 있나. 우리뿐 아니라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최보경 선생님을 위해 활동할 것이다. 우리는 훌륭한 선생님을 잃을 수 없다.”

앞으로 활동은.
“선생님이 4월 2일 출두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때 우리와 재학생, 학교 선생님들, 부모님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그리고 힘을 한곳에 모아서 대응할 것이다. 구속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요즘 분위기가 수상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할 것 같다.”

<글·사진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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