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3대1에 유명인사 다수 출마… 외형 비대화 두고 내부서 자성 목소리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직을 맡고 있는 소망교회가 장로 선거에 들어갔다. 3월 10일부터 15일까지 1차 투표, 이후 26일까지가 2차 투표다. ‘고소영(이명박 정부의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인맥)’이란 유행어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한 소망교회는 요즘 연일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우선 일요일 예배 때마다 밀려드는 신도로 인산인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이 교회의 대예배실과 지하 1, 2층의 예배실은 주일 예배를 보러온 신도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예배석이 4600석이나 되지만 지하 1층 로비에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신도 수도 급격하게 늘었다. 1, 2월 새로운 신도로 주보에 발표한 수가 400명이 넘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00명에 미치지 못했다.
오는 3월 26일 최종 선출되는 장로 15명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이다. 김신배 SK텔레콤 대표이사, 조건호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이병화 금융감독원 국장, 삼성그룹 사외이사를 지낸 임진택 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임순호 삼성의료원 주임교수 등이 출마했다. 45명이 출마, 경쟁률은 3 대 1이다.
총선에 출마하는 일부 정치인도 이 교회 신도로 등록했다. 교회를 정치적 사교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소망교회 측도 당황하고 있다. 일부 지방 정치인은 담임 목사에게 교회 직책을 요구하다 거절당한 일도 있다.
이 대통령 지지 비공식모임 발족
소망교회 내부에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공식 모임도 생겼다. 한나라당 경선 이후 이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나라사랑기독포럼’이 그 모임이다. 회원 수가 수백 명에 달하고 지난 2월 초 구국기도회 때는 100명 이상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소망교회가 급부상하는 것에 대한 신도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10년째 온 가족이 이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권 모(49)씨는 “하나님의 은혜가 깊어 교회도 융성하고 나라도 융성할 것”이라 말했다.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된 것도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소망교회가 이명박 정부의 ‘인재 풀’로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신도도 많다. 30대 초반의 한 주부 신도는 “소망교회 신자를 무슨 특권층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일반 신도들의 소박한 인식과는 상관 없이 장로선거의 열기는 뜨겁다. 소망교회 선교관에는 여러 대의 컴퓨터와 카메라, 20개 이상의 기표소가 설치됐다. 이 교회에 등록된 세례교인 7만 명의 사진과 신상 정보가 담긴 컴퓨터는 투표를 하러 오는 성도들의 본인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해주고 있다.
본인 확인을 받은 성도는 45명의 후보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서 15명을 표시한 뒤 투표함에 넣는다. 교적부에 사진이 없는 성도는 신분증으로 자신을 확인하고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다시 등록하기도 한다.
소망교회 장로직은 등록 조건부터 까다롭다. 우선 신도 30명 이상의 추천이 필요하다. 후보는 만 40세 이상에 7년 이상의 집사 경험이 필수적이다. 제작회 및 교회 각 기관에서 7년 이상 봉사활동한 경험도 있어야 하며, 직계가족이 모두 소망교회 신도라는 자격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조건이 까다로워 장로 선출에 ‘어느 날 갑자기’ 뛰어들 수 없다는 것이 신도들의 설명이다.
출마한 장로은 대부분 소망교회 장로직이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는 명예로운 직책’이라고 설명한다. 세속적인 이해관계를 추구하고 출세의 교두보를 구축하려 한다는 비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로 선거에 출마한 한 전문직 인사는 “(나의 출마는)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과 전혀 상관 없고 이미 지난해 초부터 (출마가) 예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명망성보다 봉사활동과 사역을 통한 교인들의 인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장로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유세형’ 봉사활동도 치열하다. 이 대통령 역시 소망교회를 다닐 때는 새벽부터 나와 차량 봉사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건설 재직 시절 잦은 해외 출장 때문에 봉사를 못해 장로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1992년 국회의원이 된 뒤 3년 4개월간 매주 일요일 새벽 주차 봉사를 했고 1995년에야 장로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신도들의 설명이다.
45명이 등록한 이번 장로 출마자 중엔 김신배 SK텔레콤 대표이사가 가장 눈에 띈다. 김 대표는 45명의 후보 가운데 교회에 신자로 등록한 시점이 1979년으로 가장 빠르다. 교회가 1977년 창립됐으니 가장 독실한 신자로 분류되는 그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조건호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홍승표 이수화학 감사, 이병화 금융감독원 국장, 임진택 한양대 겸임교수, 전영서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임순호 삼성의료원 치과부장, 김태승 한양대 의대 교수 등 유명 인사가 많다. 직업별로도 교수 4명, 의사 5명, 기업 CEO 18명, 과장급 이상 공무원 3명 등이 포함돼 있다.
소망교회를 두고 ‘부자들이 다니는 교회’ ‘엘리트 교회’라는 질투어린 시선이 많다. 신자가 거의 대졸자이고, 소망교회의 별(장성)을 합치면 200개라는 소문도 있다. ‘엘리트 인맥’은 또 다른 엘리트군을 끌어 모아 거대한 엘리트 연합을 구축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학연과 지연처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이익집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망교회 측은 교회 운영이 철저하게 ‘경건함·비귀족화’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예배시간에 박수를 치지 않고, 새로 나온 사람을 예배시간에 소개하지도 않는다. 대성전에 어린이는 들어올 수 없다. 누가 와도 특별 대우를 하지 않고, 교회 버스나 교회 묘지도 없다. 대부분 교회가 1년에 한두 차례씩 여는 부흥집회도 소망교회는 창립 이후 30년간 한 번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후 신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교회 내부에서도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는 있다. 교회가 외형상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신앙생활의 내면과 진실을 강화하기보다 믿음의 결과로 세속적 성공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장로 선거에 투표하지 않았다는 30대 중반의 한 여성 신도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선거 후 얼굴을 잘 모르는 신도가 부쩍 늘었다. 교회를 인맥 쌓는 사교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다. 장로님들도 이런 교회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 장로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 같아 투표를 포기했다.”
● 재계·금융계 김신배(현 SK텔레콤 대표이사)/강영길(현 베데스타 대표, 전 한미토건)/이정훈(현 세웅플랜트 대표이사, 전 현대건설 부장)/염태호(현 엠디스틸 사장)/정종(현 J.P건설 대표이사)/ 임오혁(현 금성기와 씨엔메스 대표이사)/강명진(주영인터내셔널 대표이사)/오성민(현 성대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전 삼성 엔지니어링 해외사업 본부장)/오윤식(현 삼립산업 전무)/임문수(현 송우고분자 대표이사)/김경엽(현 신광대표)/박도연(현 딜레이니 대표이사)/박병홍(현 보성물류 대표)/김대식(현 썬랜드 여행사 부사장)/박재열(현 하나투어 남강여행사 부사장)/강석홍(전 한국외환은행 강남본부장, 현 아가페기독교 교소도 사무총장)/박응서(전 조흥은행 지점장, 현 와이즈포스트 파터너스 고문)/이희근(전 국민은행 지점장)/장호영(전 제일은행 지점장)/홍승표(전 산업은행 이사대우, 현 이수화학 감사) ● 의료·학계 ● 기타 |
신도 상당수가 대한민국 파워엘리트 소망교회 신도 수는 7만 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신도 수 자체보다 핵심 신도의 상당수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라는 점에서 당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현직 장관만도 70명에 육박한다는 것이 우선 놀랍다. 대학 총장 10여 명, 유명 연예인도 100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작 이명박 정부 핵심에 입성한 소망교회 인사는 그리 많지 않다.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등이 이 교회 신도다. 강만수 장관은 1981년 소망교회에서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나 20년 넘게 교우로 지냈다. 그의 장관 발탁 루트가 교회였다는 점을 딱히 부인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2001년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에 그를 참여시켰고, 서울시장 시절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을 맡겼다. 박미석 수석의 남편인 이두희 고려대 교수도 소망교회에 다닌다. 정치권에서는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의원 등이 있다. 이종구 의원은 지난해 이회창 전 총재와의 오랜 인연을 끊고 이명박 캠프에 합류했다. 당사자는 부인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것도 ‘소망교회의 힘’이라고 규정한다면 나름 설득력이 있다. 재계에서는 구자홍 LG전선 회장이 소망교회 신도다. 이종철 삼성서울병원장, 이우철 금감원 부원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이 교회 신도다. 향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소망교회 내 재계인맥인 ‘소금회’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홍인기 전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소금회의 명예회장이다.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김재실 전 산은캐피탈 대표와 장병구 수협은행 대표 등 금융계 인사들이 몸담고 있다. 장명선 전 외환은행장, 류시열 전 은행연합회장,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 곽후섭 전 상호신용금고연합회장, 신복영 전 서울은행장 등이 소금회의 고문이다. 이 밖에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정문술 미래와사람 전 사장, 김광석 참존화장품 회장 등도 소망교회 신도들이다. |
한기홍 <편집위원> glutton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