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런닝화|선주성씨, 달리기 마니아들의 사랑방](https://img.khan.co.kr/newsmaker/752/752_68d.jpg)
“발은 지문만큼 모든 사람이 다르게 생겼어요. 내게 좋은 신발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좋다고 생각하면 안 되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달리기를 할 때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운동화를 신어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자주 부상을 입어요. 발의 해부학과 생체역학 등 소비자의 주관적 환경과 운동화의 구조를 알고 체중과 운동목적, 운동장소 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제대로 된 운동화를 선택할 수 있어요.”
마라톤 인구 30만 명을 포함해 현재 국내 달리기 인구는 250만 명. (주)런너스클럽 대표이자 마라톤 칼럼니스트인 선주성씨(42)는 국내 달리기 인구 확대의 1등 공신으로 런닝화 분야의 빅마우스다. 그는 회사 홈페이지(www.btr.co.kr)를 통해 매주 회원들에게 레터를 보내고 런닝화를 포함해 달리기에 유용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회원 수는 2만5000명.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던 그가 런닝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달리기를 좋아해 1995년부터 각종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자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지에 정기적으로 달리기 기사를 실었다. 특히 1999년 춘천마라톤대회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달리기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라톤을 할 때 런닝화 끈은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마라톤을 하면 왜 가슴과 허벅지살이 옷에 쓸려 뛰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지 등 사람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양한 실속 정보를 올렸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데다 영어와 독어를 할 줄 알아 제가 경험하지 못한 내용은 외국 사이트를 많이 참고했어요. 외국에는 달리기와 관련한 정보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갈증이 많아서였는지 반응이 뜨거웠어요. 개인적으로 달리기가 좋아 시작한 일이 전문화 길로 나서게 된 거죠.”
온라인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면서 서울마라톤클럽 등 마라톤클럽이 생기기 시작했다. 선씨는 국내 달리기 인구를 100만 명으로 늘리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주말마다 강연도 나갔다. 광화문마라톤클럽, 일산마라톤클럽이 이를 계기로 결성됐다. 마라톤 인구가 급증한 것이다. 동시에 부상자도 속출했다. 선씨는 달리기를 하다가 부상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런닝화 탓이라고 말한다.
“당시 저는 뉴욕마라톤대회 등 외국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곤 했어요. 놀라운 건 외국에는 런닝용품 전문점이 별도로 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당시만 해도 브랜드숍만 있었거든요. 즉 나이키면 나이키만, 아디다스면 아디다스만 판매하는 숍 형태였죠. 하지만 외국에는 각 브랜드에서 출시한 런닝화를 모두 모은 매장이 문을 열고 있었어요. 용도별·기능별로 런닝화를 세분했기 때문에 비교 구매가 가능한 것이죠. 그뿐 아니라 소비자가 방문하면 그의 신체적 조건과 운동 목적에 적합한 런닝화를 정밀한 분석을 통해 추천해줘요. 이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2001년 기자생활을 청산하고 런닝전문회사 런너스클럽을 만들었다. 처음엔 각 브랜드에서 자사 전문점이 아닌 곳에는 런닝화를 공급해주지 않는다고 해 애를 먹었다. 다행히 온라인에서 얻은 명성과 기자 경력이 도움이 돼 국내 최초의 런닝화 전문매장을 열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런닝화를 판매하는 게 아니다. 각각의 상품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장단점을 가려낸다. 그동안 국내 달리기 마니아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브랜드의 한 런닝화 모델이 그의 추천으로 6개월 만에 2만 족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도 있었다. 이제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브룩스, 뉴발란스, 미즈노 등에서는 신제품 출시 전 그에게 샘플을 보내 테스트를 의뢰한다. 이들 브랜드의 상당수 모델이 시중에 나오기 1년여 전 그의 손을 거치는 셈이다. 그는 “향후 신제품 테스트를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전문성 있게 해주는 바이어스 가이드북을 창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