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LNG 수입은 가스공사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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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발전자회사 직도입 추진으로 독점공급체계 논란 재점화

한국남부발전(주)의 부산복합화력본부 전경. <경향신문 자료>

한국남부발전(주)의 부산복합화력본부 전경. <경향신문 자료>

한국가스공사가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와 관련,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이 LNG 직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가스공사의 LNG 독점공급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는 전력산업이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발전자회사들의 LNG 직도입을 반대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발전자회사들의 LNG 직도입 문제와 관련해 가스공사와 산자부를 상대로 질의를 벌일 예정이다.

한국남부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동서발전 등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최근 전력생산을 위한 주 원료인 LNG를 해외에서 직접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산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전력시장 경쟁력 위해 필수”

발전사들이 LNG 직도입을 추진하는 까닭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여 전력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현행법에서 LNG 직도입은 신고제로 누구든지 신고만 하면 해외에서 LNG를 사올 수 있어, 정부에서도 LNG 직도입을 막을 수단이 없다. 도시가스사업법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은 “석유수출입업자가 천연가스의 수출계약 또는 운송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산업자원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업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SK계열의 K파워, 포스코 등은 LNG를 직도입하고 있으며, 후발주자들인 GS 칼텍스와 SK ENS 등 민간업체들도 직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개 발전자회사들이 가스공사에게서 구입한 LNG는 총 790여만t이며 가격으로는 4조 6600여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LNG를 직도입하는 민간회사인 K파워, 포스코 등은 가스공사 수입액의 거의 절반 가격으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가 발전사들에 공급하는 LNG 공급액은 전체 매출액(12조 8000여억 원)의 40%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SK와 포스코가 가스공사보다 싼 가격으로 LNG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직도입을 추진하면서 협상력도 발휘했지만, 구매 계약을 체결할 당시 가격이 싸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SK, 포스코가 해외 셀러(판매자)들과 계약한 시점이 전 세계가 IMF 외환 위기에 처해 있던 시기로 LNG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때였다”며 “수요자인데도 유리한 쪽에서 공급계약을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공기업인 발전사들은 전력시장에서 민간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LNG 직도입이 필수적이다. 한전의 발전 부문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일환으로 5개사로 분할됐다. 이와 함께 전기를 사고파는 전력거래소를 설립해 발전사들도 민간기업과 똑같은 조건에서 전기를 거래하도록 했다. 전력거래제도는 매순간 변화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해 주식시장처럼 전력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시간대별로 사고파는 일종의 전기시장이다.

같은 양의 전기를 판다고 할 때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발전회사가 공급권을 획득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다. 만약 시장에서 생산한 전기의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는 발전소를 돌릴 수 없으며 심하면 도태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가 아직은 국민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높아 발전회사들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영위해왔지만, 앞으로는 민간기업들의 전기 시장 진입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스공사가 국회 이윤성 산업자원위원장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자회사들이 해외에서 LNG 직도입을 추진한 것은 1998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이후 세 번째다.

첫 번째 시기는 2004년 11월이다. 산자부는 당시 가스공사가 2008년 이후 필요한 LNG 장기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발전 4사에 LNG 직도입을 추진하도록 허용했다. 이는 산자부가 포스코·SK·GS 등 민간기업에 LNG 직도입을 허용한 이후 후속조치로 사실상 발전용 LNG 직도입의 전면 개방을 의미했다. 하지만 발전사들은 LNG 직도입에 실패했다. 이미 가스공사가 해외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계약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발전사들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기는 지난해 7월이다.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LNG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LNG 도입선이 제한적이고 시장이 구매자 중심에서 판매자 중심으로 변했다. 2010~2011년 LNG 물량에 대한 공급자가 없어, 발전사들의 직도입 문제가 검토되었다. 하지만 산자부는 2012년까지 국내에 필요한 단기 및 중기 LNG 물량의 도입권을 가스공사로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카타르와 도입 계약을 했다. 산자부는 2013년 이후 도입물량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가스공사 “도입 경쟁하면 가격 상승”

LNG는 특수한 형태로 거래된다. 보통 계약에서부터 물량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5년 정도가 소요된다. ▲ 투자자 결정 ▲ 설계 계약 ▲ 물량 구매 시설 발주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물량을 계약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정부의 LNG 직도입에 대한 지침이 나와야 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해외 공급자와 계약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은 올 연말 까지 LNG 직도입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유리한 정책 결정을 받아내야 할 처지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시장 상황이 호전되기 전까지 발전사들의 LNG 직도입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직도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가스공사 김천수 과장은 “현재 해외시장에서 각 국가들은 LNG 물량이 없어서 도입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가스공사를 포함해 도입 주체가 복수가 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자연히 구매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아직까지 발전사들의 직도입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발전사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의견 조율을 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발전사들의 LNG 직도입과 관련해 정리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올해 대선 전에 LNG 직도입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에너지 수급정책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 산자위 김성조 의원(한나라당, 경북구미갑)은 “정부는 총체적으로 LNG 수급 계획을 내놔야 하고, 기업들도 에너지 문제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이번 국감에서 정부를 상대로 관련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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