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노래방 연쇄강도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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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노래방’ 노이로제에 걸렸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한 명의 강도 용의자(경찰 추정)가 광주지역 노래방만 10여 군데를 털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방범망을 비웃듯 계속해서 노래방에 침입해 강도짓을 하고 있는 이 용의자는 최근엔 한번 턴 곳을 또 다시 터는 과감성까지 보이고 있다. 때문에 경찰관들은 ‘노래방’의 ‘노’자만 들어도 바짝 긴장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광주 서구 풍암지구 노래방 간판들.

광주 서구 풍암지구 노래방 간판들.

광주지역에서 ‘노래방 강도’가 출몰한 것은 지난해 12월 28일 새벽 3시 50분 북구 두암동 ㄱ노래방에서 시작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흰 장갑을 낀 강도 용의자는 손님이 드문 이 노래방에 들어가 노래방 주인을 흉기로 위협하면서 49만 원의 현금을 빼앗아갔다. 물론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경찰은 ‘단순 강도사건’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새해 벽두인 1월 6일 새벽 2시 30분 광주 광산구 월계동 ㄴ노래방에서 5만 원이 털리는 등 1월 한 달 새 확인된 노래방 강도사건만 3건에 달했다. 이어 2월 3건, 3월 3건, 4월 3건 등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104일간(10일 현재) 신고접수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노래방 강도사건이 13건에 달했다.

경찰은 13건의 노래방 강도사건의 용의자가 단 한 명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를 당한 노래방 주인들이 진술한 내용과 노래방 CC-TV에 잡힌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이례적으로 1계급 특진과 현상금 500만 원까지 내걸며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몽타주를 각 노래방과 언론사 등에 배포하는 한편 광주시내 노래방 800여 곳에 단 몇 초만 수화기를 들어도 바로 관할 지구대에 연결되는 긴급전화기까지 설치했다.

또 광주북부경찰서 강력반 2개 반과 동부경찰서 강력반 1개 반을 전담팀으로 꾸려 용의자 추격에 나서고 있다. 광주지역내 나머지 3개 경찰서도 가용인력 대부분을 새벽 5~6시까지 관내 노래방 인근에 배치해 야간방범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찰의 철통 같은(?) 방범망도 용의자에게는 ‘허술’ 그 자체다.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노래방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고 달아나는 용의자의 신출귀몰한 범죄행각에 경찰의 기동력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있다.
한편 용의자의 범행도 주도면밀하다. 목격을 피하고 쉽게 도주할 수 있도록 중앙선 없는 대로변 옆 한적한 지하노래방을 범행 장소로 삼고 범행 시간도 손님들이 만취상태일 가능성이 큰 새벽 2∼4시 사이에 주로 저지른다.

또 경찰의 방범활동을 미리 알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까지 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8일 첫 범행 후 지난 2월까지 북구에서만 6차례 범행을 저지르다 경찰이 이 일대의 방범망을 강화하자 범행 장소를 동구로 옮겼다. 이뿐 아니라 대담하기까지 했다. 용의자는 1월 13일 북구 오치동 한 노래방에 침입, 손님들을 묶은 채 신용카드 등을 빼앗은 뒤 이들을 풀어주라며 경찰에 전화까지 걸었다.
이에 경찰이 유일한 단서인 용의자의 목소리가 담긴 7초짜리 녹취테이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지만 녹취시간이 너무 짧아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간 상태다.

문제는 이를 모방한 노래방 강도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광주지역 노래방 강도 사건은 이제 전남지방경찰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 수사부서 간부가 사건발생 현장을 둘러보고 전남지방청 간부들과 수사상황 점검을 위한 합동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사가 돼 버렸다.

특히 노래방 강도를 검거하냐 못하냐에 따라 경찰의 ‘치안망’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태여서 앞으로 이번 수사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혜리<광남일보 기자> hr1003@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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