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고개’ 숙인 김병준·이백만·전효숙·최연희·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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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화려하게 빛낸 인물이 있는 반면 좋지 않은 기억으로 가슴 속을 우울하게 만든 이들도 있다. 자의든 타의든 논란의 중심부에 위치했던 ‘뉴스메이커’들이다.

왼쪽부터 김범준, 이백만, 최연희.

왼쪽부터 김범준, 이백만, 최연희.

공교롭게도 ‘워스트5’에 선정된 인사 중 무려 3명이 참여정부의 인사파문과 잇닿아 있다. ‘낙하산’ ‘땜질’ ‘보은’ 등의 용어를 벗어나 ‘코드’ ‘돌려막기’ ‘회전문’으로 표현되는 노무현 대통령식 인사 스타일이 국민 일상을 혼란에 빠뜨린 주범인 셈이다. 이중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는 ‘워스트5’ 중에서도 최상석에 자리잡았다. ‘논문스캔들’로 불리는 논문 중복게재·표절 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퇴는 무슨 사퇴냐”며 버티던 김 전 부총리. 하지만 취임 13일 만에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며 자진사퇴의 형식을 빌려 물러났다. 내정 발표 뒤 정확히 한 달 만이다. 그는 지난 8월 이임사에선 “존 F 케네디의 사진을 보며 채 한 걸음 옮기기도 전에 ‘박제’가 되어버린 꿈과 계획을 떠올려본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에겐 재임 전후 ‘C급 장관’이란 닉네임이 따라다녔고, 퇴임 뒤 청와대가 교육부총리 후임선정에 구인난을 겪을 만큼 후폭풍도 불러왔다. 김 전 부총리의 사임은 정치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사를 강행했던 국가수장에게 돌아온 당연한 결과다.

‘코드인사’의 백미인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빼놓을 수 없다. 이해성·이병완·조기숙 홍보수석에 이어 참여정부의 네 번째 ‘입’이었던 이 전 수석. 기자 출신인 이 전 수석은 비록 9개월로 단명했지만 ‘대통령의 입’으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강남 부동산 공략의 첨병으로 나섰던 이 전 수석은 ‘최근까지 강남에 아파트가 두 채 있었다’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정문수 경제보좌관과 함께 지난 11월 사임했다. 발단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지금 아파트를 사면 낭패본다’며 가했던 당부 아닌 위협. 이는 정책실패의 반성 없이 세 치 혀를 놀린 것으로 인식돼 여론의 드센 압박을 받았다. 이 전 수석은 퇴임사에서 “부동산을 둘러싼 우리 상황의 핵심은 ‘정책 부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책 불신’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전효숙

전효숙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도 인사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영애 전 춘천지법원장,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여성 법조인 트로이카로 불리던 그는 지난 2003년 8월 여성 첫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며 주목받았다. 전 지명자는 지난 2004년 10월 수도이전특별법 위헌 판결 때도 유일하게 합헌판결을 내 노 대통령의 호감을 사는 계기를 만들었다. 결국 지난 8월 헌재소장 후보자로 내정돼 ‘첫 여성 헌재소장’이란 영예 획득을 눈앞에 뒀지만 ‘코드인사’란 공세를 뚫고 나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노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자진 요청한 뒤 헌재를 떠났다. 물러나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독자적 법리만 진리인 양 강변하며 헌정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우리 사회 왜곡된 성의식의 단면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는 지난 3월 최연희 의원(전 한나라당 사무총장·무소속)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 박계동 의원 술집 동영상 유포사건과 함께 정치권에서 회자되곤 했다. 현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위기에 놓인 최 의원은 사건 직후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둘러대 다시 한 번 음식점 주인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최근 정치를 재개한 최 의원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지만 여전히 그는 ‘워스트’의 이미지가 강하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한 ‘신문과방송’(12월호)에선 최 의원 성추행 사건이 언론인·학자 385명이 선정한 올해 최고 화제의 뉴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지영

정지영

정치권을 떠나 거론된 유일한 ‘워스트’ 인물은 정지영 아나운서. 이화여대 정외과를 나와 지난 1998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한 정 아나운서는 올 10월 대리번역 파동에 휘말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 인터넷 신문이 “전문번역자 김모씨가 대리번역을 조건으로 ‘마시멜로 이야기’를 번역했다”고 보도하며 불거진 파동은 결국 정 아나운서를 방송에서 하차하게 만들었다. 출판사측이 정 아나운서를 앞세워 펼친 스타 마케팅이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 정 아나운서가 번역자로 되어있는 ‘마시멜로 이야기’는 출간 9개월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며 100만 부 이상 팔려 나갔다. 자의든 타의든 방송계를 떠나 있는 그녀는 지난 7년간 심야방송인 스위트 뮤직박스를 맡아 따스하고 정감있는 진행으로 다수의 팬을 확보해 아쉬움을 더했다.

<오상도 기자 sdo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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