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기업·민간단체 위촉 홍수… 유명 연예인은 겹치기 위촉도
강금실·도영심·현영·이종희·정애리·채시라·강병규·전병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현직 대사(大使)’ 라는 점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재외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식 대사는 아니다. 특정 단체를 홍보하거나 알리는 홍보대사(명예 대사)가 주요 임무다. 참여정부 초기 2년간 경제보좌관을 지낸 조윤제 주영대사나 이태식 주미대사처럼 해외에서 상주공관장인 특명전권대사 역할을 하지 않지만 이들의 활약은 이들에 못지 않다.
실제로 내년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현재 여성인권대사를 맡아 현역 장관시절 못지 않은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외교통상부로 부터 여성인권대사로 임명된 강 전 장관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여성인권 의제 논의에 참석해 여성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강 전 장관은 현지 특파원과 만나 “국제결혼 등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여성이 2세를 출산하는 등 이미 농촌지역에서는 이주여성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오는 12월쯤 이주여성 주요 송출국인 베트남과 필리핀을 방문, 실태조사를 할 생각”이라고 말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도영심 이사장도 관광·스포츠대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국제 관광·스포츠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제고를 위해 뛰고 있다. 강 전 장관과 도 전 위원장처럼 외교통상부로부터 임명을 받은 ‘대외직명대사’는 10명이며 이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정한 보수는 없지만 해외출장 등 공식행사에는 비용이 따로 지원된다.
경기도는 유명 스포츠스타 위촉
또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비만예방홍보대사’로 위촉된 연예인 현영씨는 자신의 건강미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현씨는 “앞으로 새벽에 한강에서 (비만홍보예방과 관련한)’게릴라 수업’을 할 계획도 갖고 있다”며 “이후 돈이 좀 모이면 국민 건강복지를 위해 쓰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특히 에어로빅 강사 등으로 활동하던 경험을 살려 지역 사회를 위한 스포츠 센터 등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비만예방홍보대사 활동의 연장선상이라는 게 지인의 설명이다.
슈퍼모텔 출신 이종희씨와 김태연씨도 최근 ‘2006 대한민국 농산물 요리대전’ 한국요리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이씨와 김씨는 10월 18일 오후 서울 마포 홀리데이인서울 호텔에서 요리대전 위원회 한기정 단장과 우리 농산물 진흥회 권원배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위촉패를 받고 요리 시연도 뽐냈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우리 음식을 먹는 것이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임을 알릴 예정이다.
지난 10월 14일 서울연탄재개식에서는 연탄은행 홍보대사에 탤런트 정애리씨가 위촉됐다. 이날 연탄은행 홍보대사에 위촉된 정 씨는 서울 중계동 일대의 독거노인, 쪽방 생활자 등에 사랑의 연탄 2000장을 돌리고, 혼자 사는 노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는 밥상공동체 허기복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국연탄은행협회가 주도해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이어지는 ‘연탄 나눔 운동’으로 올해 100만 장을 목표로 한다.
중견 탤런트 채시라씨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대사로 활약 중이며 MC 강병규씨도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방송인 김미화씨도 방송활동 못지 않게 녹색연합 홍보대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탤런트 최수종·하희라 부부도 최근 연세대 의료원 세브란스 병원의 건강 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홍보대사 위촉식도 봇물을 이룬다. 탤런트 고은아씨가 최근 서울시 수돗물 홍보대사로 위촉된 데 이어 서울 광진구청도 영화배우 이정진씨와 가수 걸프렌즈를 건강도시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에 앞서 가수 마야도 서울 구로구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다.
경기도는 아예 유명 스포츠 선수 5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2005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우승자 김연아씨를 비롯해 ‘2004 세계스피드롤러선수권대회’ 금메달 궉채이, ‘2002 세계펜싱선수권대회’ 금메달 현희,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역도 금메달 전병관, ‘2000 시드니 및 2004 아테네 올림픽’ 양궁 금메달 윤미진 선수 등이다.
권력기관도 이미지 제고에 활용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한‘홍보대사’ 마케팅이 최근에는 기업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건강을 비롯해 금연, 관광, 정부 정책홍보, 소아암 장기이식 모금과 같은 봉사 활동 뿐만 아니라 전시회 지방축제 등 행사 홍보, 자동차 회사의 신차 홍보까지 홍보대사가 약방의 감초처럼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 홍보전문가는 “유명인을 찾는 곳이 워낙 많다보니 이름깨나 있는 연예인은 물론 방송인들은 대사라는 직함을 하나 정도씩 갖고 있다”면서 “일부 인기 스타는 각종 대사 직함을 여러 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수 보아는 최근까지 서울시 홍보대사, 보건복지부 건강홍보대사, 로스앤젤레스 홍보대사를 맡았거나 맡고 있다.
의료홍보전문기업 (주)동림에이전시 김길중 대표는 “최근 들어 홍보대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단체나 기구의 활동을 홍보하고 참여를 끌어내는 데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유명인들도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이들의 결합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대표는 “홍보대사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권력기관’이 최근 홍보대사 영입에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이들 실력기관들이 ‘실비(實費)’만 지급하고 스타급 연예인을 활용해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면서 주요 정책이나 행사를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홍보대사가 남발돼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있다. 위촉장을 받고 사진 찍는 것이 활동의 전부인 예가 적지 않고, 영화 한 편 출연한 배우에게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기는 웃지 못할 경우까지 있다.
물론 ‘대사 인플레’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국 역사 관련 오류를 시정하고 있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대표적 사례다. 현재 반크는 1만5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중 활동 실적이 우수한 831명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임명장은 받지 않았지만 한국 알리기에 관한 한 특명전권대사 못지않게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