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춘년 ‘뜻밖의 호황’ 누리는 혼수업계 즐거운 비명

부산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웨딩컬렉션에서 모델들이 야외결혼식을 선보였다.
5월 20일 결혼을 앞둔 김명숙씨(여·영등포구 신길동)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초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이미 토요일 황금시간대인 1∼2시는 예약이 끝난 상태. 겨우 토요일 12시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김씨는 올해가 결혼하면 좋다는 말이 있는 쌍춘년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김씨는 “주위에 할머니가 있는 집의 자손이나 연예인 쪽에서 많이 결혼하는 것을 보고 쌍춘년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작년에 비해 2000만 원 가량 올랐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쌍춘년’의 위력을 실감했다.
연말까지 주말 시간 예약 어려워
쌍춘년은 봄의 기운을 2번 느낄 수 있다는 의미 때문에 결혼하기 좋다는 속설을 낳고 있다. 때문에 3∼4월 혼수업계는 쌍춘년 열풍으로 갑절의 호황을 맞았다.
대표적인 웨딩컨설팅 업체인 듀오웨드는 올해 1월부터 4월 20일까지 4868명의 고객이 의뢰해 606명이 계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단순의뢰 고객 3541명, 계약성사 고객 514명과 비교하면 단순의뢰 고객은 38%, 계약성사 고객은 18% 증가했다. 듀오웨드 고미란 실장은 “쌍춘년이라는 인식 때문에 3월부터 고객들의 의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1월초 조용하던 결혼시장에 3월에는 열풍이 불었다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예식장 예약. 듀오웨드에서는 결혼 시즌인 10∼11월 주말 낮시간대는 이미 예식장을 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음력 7월 윤달이 끼어 있는 9월에도 주말에는 3시 이후나 가능하다는 것. ‘윤달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쌍춘년의 위력 앞에 고개를 숙였다. 쌍춘년을 얘기하는 역술인들은 “쌍춘년에는 윤달 결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혼시즌이 아닌 12월에도 주말의 결혼 황금시간대인 오후 1∼3시대는 예약이 힘든 상황이다. 올해에 결혼하려는 사람은 원하는 시간대에 결혼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듀오웨드 고 실장은 “이왕이면 쌍춘년인 올해 결혼해야 한다면서 급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특징”이라면서 “웨딩컨설팅을 계약하는 시기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고 실장은 “지난해에 설정한 올해 목표에는 쌍춘년 특수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위_드레스컨설팅 업체인 듀오웨드에서 예비 신혼부부가 상담을 하고 있다.
아래_쌍춘년 결혼의 해를 맞아 롯데백화점에서 웨딩드레스의 미니어처를 전시하는 행사를 열어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 강남의 유명한 예식장인 청담웨딩프라자도 쌍춘년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예년에 비해 예약이 3개월 정도 빨라졌다는 것이 예식장의 설명. 가을 결혼 시즌의 경우 여느때는 5월 말부터 예약이 들어오던 것이 올해는 이미 10∼11월 주말의 황금시간대는 예약이 완료됐다. 윤7월인 8월 24∼9월 21일에도 ‘윤달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속설에 관계없이 예약을 한다는 것이다. 홍은숙 예약실장은 “올해는 윤달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전체로 봤을 때 예약 문의전화가 예년에 비해 2배가 늘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청담웨딩프라자에서는 혹시 예약이 취소될 경우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약해달라는 건수도 30% 늘었다.
혼수업계에서는 쌍춘년의 결혼 붐에 대해 재벌가와 연예계를 예로 들고 있다. 올해 유독 많아진 이들 집안의 결혼식이 쌍춘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혼수업계에서는 “재벌가와 연예계의 경우 유명 역술인들이 쌍춘년을 이야기하면서 올해 결혼을 적극 추천했다”는 이야기로 결혼 예비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재벌가·연예계 올해 유독 결혼 많아
연예계에서는 영화배우 박해일, 가수 임창정, 개그맨 김준호, MBC 김은혜 앵커가 3월에 결혼했다. 개그우먼 박수림, 영턱스 클럽 출신의 가수 임성은, 개그맨 정종철, 영화배우 김민, 탤런트 이재은이 4월의 신랑·신부가 됐다. 개그맨 신동엽도 5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 결혼 러시 대열에 참여했다.
속설을 중시하는 어른들이 있는 집안일 경우 쌍춘년 결혼을 채근당하는 미혼 남녀가 많다. 듀오의 이미경 브랜드 전략팀장은 “쌍춘년으로 듀오 회원 가입자들이 특별히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현재 듀오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 중 쌍춘년에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결혼 당사자보다 부모 쪽에서 서두르는 것이 많다고 언급했다. 회원 부모 중 특히 아버지보다 어머니 쪽이, 회원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 쪽이 쌍춘년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 듀오 측의 설명이다.

쌍춘년 결혼시즌을 맞아 영화배우 임창정씨가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장 업계 뿐만 아니라 혼수 관련 업체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4월 중순에 끝난 백화점의 세일에서 쌍춘년은 효자 노릇을 했다. 혼수품 매출이 다른 상품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다.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에 따르면 보석과 예단, 가전 제품 등의 주요 혼수 용품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들 백화점은 혼수품 구매 고객을 위한 웨딩 코너를 따로 마련, 예비 부부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들 예비 부부에게는 혼수품 구입 때 각종 혜택을 준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운영하는 웨딩센터에는 회원이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쌍춘년 때문이다. 4월초 정기세일 때에는 하루에 90∼100명에 이르는 회원이 가입했다. 한달 평균 700여 명의 회원을 유치한 것을 수치로 비교하면 한 달 회원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회원이 하루에 가입한 셈이 된다.
롯데웨딩센터의 이정숙 실장은 “올해는 결혼 비수기인 여름에도 결혼식이 많고 특히 평일 결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쌍춘년임을 아는 고객도 있고 처음 듣는다는 고객도 있지만 쌍춘년 바람이 많이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웨딩센터의 경우 회원대상 혼수품 순매출 금액이 4월에는 1.5배 증가했다.
쌍춘년 효과는 예식장·혼수품 업체·웨딩컨설팅업계 뿐만 아니라 여행업계, 웨딩드레스숍, 신부화장 전문 뷰티숍에도 미치고 있다. 몰려드는 고객으로 톡톡한 재미를 누리는 것이다.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도 꿈틀
뜨거운 바람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 많이 오른 것이다. 부동산 114의 김규정 차장은 “쌍춘년 때문인지 3월에는 전세 가격이 다른 달보다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전세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전달 대비 0.50%대를 유지하다 올해에는 1월과 2월 0.70%대에서 3월 1.56%로 뛰어올랐다. 지난해말의 3배, 올해 1월·2월의 2배 가량의 급격한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쌍춘년 결혼 트렌드

발리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
최근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컨설팅 업체를 찾는 예비 신부가 많아졌다. 결혼식장 예약에서부터 드레스 대여, 신혼여행, 혼수품 구입 등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기 때문.
헤어·메이크업·사진·드레스대여 각각 2회, 예식장 예약 등 정보제공을 포함한 기본 패키지의 경우 250만 원(듀오웨드 기준)에 이른다. 300만∼350만 원에 이르는 패키지도 있다.
듀오웨드에 의하면 최근 일반 예식장을 선택하는 고객이 절반에 이른다. 호텔 예식장의 경우가 30%, 나머지 20%는 교회나 성당 등 종교시설을 이용한다. 일반 예식장의 경우 하객 1인 식대가 2만∼3만 원이며, 호텔은 특2급 호텔이 1인당 4만 원 안팎, 특1급 호텔이 1인당 6만∼7만 원에 이른다. 예식장의 경우에는 꽃 장식 등의 부대 비용이 20만∼30만 원, 호텔예식장에서는 200만∼700만 원이다.
유명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웨딩센터에서도 결혼 과정의 전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04년부터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등에서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웨딩센터를 마련했기 때문. 특히 혼수품을 구입하는 고객을 위해 몇 개월간 웨딩 마일리지를 주는 혜택으로 예비 신혼부부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혼수품 구입은 '선택과 집중'으로 나타난다. 좋아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사지만 실생활과 연결되지 않는 혼수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몇백 만 원에 이르는 대형 TV와 홈 시어터 시스템은 대부분의 신혼부부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분이다. 반면 형식적인 예단과 예물은 줄어들어 몇 세트는 기본이라던 예물은 반지 하나 또는 커플 반지로 대신하고 있다.
혼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신혼부부들이 중요시하는 품목으로 침대를 언급했다. 맞벌이하는 부부가 늘면서 가구나 인테리어보다는 퇴근 후 편히 쉴 수 있는 기능성 침대에 많은 돈을 들인다는 것이다.
신혼여행은 볼거리보다 휴양지를 선택하는 추세다. 일정이 빡빡한 것보다 느긋하게 쉬는 쪽을 선호한다.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의 섬 휴양지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 태국 푸껫 남부의 크라비가 많이 추천되고 있다. 5∼6일 기준 1인당 150만 원 가량이 든다. 몰디브는 1인당 300만원 선이다.
여행지에서도 단체로 움직이는 것보다 신혼부부 만을 위한 수영장 등 독립공간이 마련된 ‘풀 빌라’를 선호한다. 두 사람만의 자유로운 공간이 있고 한 곳에서 푹 쉬는 여행을 원하는 것이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