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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가 비서실장을 교체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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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발탁 이봉재씨 정의선 사장과 대학 동문, “아들 후계구도 조기 안정 위해 젊은 피 수혈”

[커버스토리]MK가 비서실장을 교체한 까닭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MK)의 인사스타일이 화제다. 우선 사장단 인사를 너무 자주 한다는 평이다. “현대자동차에 연말 정기 임원인사는 없다”는 말도 나온다. 연중 무휴, 아무 때나 수시로 한다. 지난 1년간 현대·기아차의 사장급 인사를 보면 평균 40일에 한번 꼴이다. 정 회장의 인사의 성격이나 내용도 깜짝인사를 넘어 파격적이다. 예측 불가능한 인사라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인사’라는 꼬리표도 따라 다닌다. 현대차 그룹에서 임원은 ‘임시직원’이란 자조 섞인 말도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임명한 지 1년도 안된 사장을 경질하는가 하면 쫓아냈던 임원을 다시 불러 중용하기도 하고 초고속승진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장을 거쳐 부회장까지 지낸 사람을 계열사로 보냈다가 몇 달 뒤 사표를 받기도 했다. 그룹의 핵심 요직인 전략조정담당 사장(전략조정실장)을 임명한 지 16개월 만에 한직으로 보내기도 했다. 매출 50조원의 국내 최대 자동차그룹의 인사로 보기엔 너무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고경영자(CEO)를 무슨 자동차 부품 교체하듯 바꾼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격·깜짝·연중무휴 인사 스타일 화제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7일 정 회장의 비서질장인 김승련 전무(49)를 현대·기아차 구매총괄 부본부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김 전비서실장은 15년 동안 정회장을 최측근에서 보필해왔다. 후임 비서실장에는 비서실의 이봉재 부장(35)이 이사대우로 승진하면서 맡았다. 현대차그룹에서는 기아차 정의선 사장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하곤 30대 임원이 탄생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그룹 얘기는 다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직접 관리하는 임원은 전무급 이상으로 100명 정도인데 이들 임원의 면면을 꿰뚫고 있다”고 말한다. 정 회장은 이들의 출신지·학교·교우관계·경력·특기 등 인사파일 내용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필요시 직접 인사를 한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현장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장 경영자다. 국내외 출장이 그룹 총수 중 가장 많다. 1999년 취임초 MK식 경영의 화두는 ‘광속경영’ 이었다. 누구보다 현장을 챙기는 정 회장은 현장에서 즉석 인사를 자주 했다. 현장방문시 궁금한 점이 있을 경우 그 자리에서 즉각적인 답변이 나와야 했고, 현장에서 궁금증이 풀리지 않거나 맘에 안 들 경우 그날 현장 책임자는 바로 인사조치됐다. 또 기분이 좋아 현장근무자에게 즉석 상금을 주곤 했는데 그 금액이 엄청나게 많았다고 한다. MK식 인사는 상도 화끈하지만 벌도 화끈하다는 게 겪어본 사람의 증언이다. 이렇듯 현장을 중시하다보니 그룹 임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회장의 현장방문이었다.

정 회장은 또 ‘자리’를 중시한다. 중요한 자리가 공석이면 차·부장급에서 파격 발탁 인사를 해 그 자리에 앉힌다. 최근 들어 본부장급에서 이런 깜짝 인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곧 집에 갈 임원도 바로 위 책임자가 잘리면 운좋게 그 자리를 이어받아 목숨을 건지는 일도 적지 않다. 바로 자리를 중시하는 MK식 인사스타일 덕을 본 케이스다.

MK인사의 특징 중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가신·측근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다. 2000년 ‘왕자의 난’ 때 정몽헌 회장 쪽 가신에 대한 경험은 정 회장으로서는 잊지 못할 기억이다. 정 회장은 부친(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생전에 독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친 주변에 인의 장막을 치고 있던 가신 그룹들에 막혀 부친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명박, 이익치 등 역대 가신그룹 실세들이 정 회장의 부친 독대를 막았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한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지 않고 자주 인사를 하는 것도 이런 안 좋은 기억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자동차사업 시작 후 얼마 동안은 조직의 조기안정을 위해 측근을 활용한 가신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 어느 정도 회사가 안정궤도에 진입한 이상 더 이상 가신이나 측근 경영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신에 대한 안 좋은 추억 인사에 영향

[커버스토리]MK가 비서실장을 교체한 까닭

최근 들어 현대차 인사가 잦아지고 파격적으로 이루어진 배경을 놓고 업계에서는 기아차 정의선 사장의 후계구도 조기구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MK세대 경영인들을 물러나게 하고 젊고 참신한 인물들로 회사조직을 바꿔 정의선 사장의 운신 폭을 넓혀주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에 깜짝 인사로 발탁된 이봉재 비서실장(이사대우)은 고려대 영문과 89학번이다. 동기들이 과장이나 하고 있을 나이에 국내 최대 자동차그룹 비서실장이 된 것이다. 이봉재 실장은 현대정공 홍보실 출신이다. 한동안 수출관리팀에 가 있다 올초 비서실로 발령나 정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내다 비서실장에 전격 발탁된 것이다. 이 실장과 정의선 사장은 나이도 비슷하고 고려대 동문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이 실장을 발탁한 것도 아들 후계구도를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무튼 정몽구 회장의 파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임원인사는 후계구도와 맞물려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지난 1년 주요 사장급 인사

2004년 6월 박황호 현대차 사장 사임
2004년 7월 전현찬·김중성 부사장 사임
2004년 8월 최재국 현대차 부사장 → 사장 승진
2004년 12월 현대·기아차 그룹 연말정기 인사
김뇌명 기아차 부회장 사임
2005년 1월 윤국진 기아차 사장 사임
김익환 기아차 부사장 → 사장 승진
2005년 2월 정의선 기아차 부사장 → 사장 승진
이재완 기아차 부사장 사임
→ 8월 전략조정실장으로 재선임
2005년 3월 서병기 현대차 사장 → 부회장 승진
2005년 4월 이상기 현대차 부회장 → 현대 모비스 전보
→ 8월 퇴사
2005년 6월 김상권 현대차 사장 → 부회장 승진
이현순 현대차 부사장 → 사장 승진
2005년 8월 최한영 현대차 사장(전략조정실장)
→ 상용 담당으로 전보
2005년 9월 박정인 현대 모비스회장 → 고문으로 물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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