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우체국 국제특송(EMS)이 국내 첫선을 보였다. EMS는 전 세계 215개 국가와 네트워크를 연결해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하게 긴급한 서류 및 상품 등을 해외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첫해 취급 물량은 고작 600건. 세계화가 빠르게 정착하면서 EMS 수요는 불과 30년 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500만 건을 돌파해 첫해와 비교해 8400배 성장했다.
하지만 우체국 EMS의 인기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시들었다. 코로나19는 가뜩이나 위축된 EMS 물량에 더 큰 타격을 줬다. 코로나19가 물러나기 시작한 2022년에도 미국 등 주요국으로 향하는 국제우편 발송 물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지속됐다. 지난해 발송량은 200만 건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연 400만 건에서 반 토막 난 수치다. 항공편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줄어든 우편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카할라 우정그룹(Kahala Posts Group) CEO 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 국제우편 수요 동향을 파악하고 사업 전략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할라 우정그룹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진 우정사업자 모임이다. 회원국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11개국으로, EMS 서비스 향상을 위해 2002년 결성됐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국 CEO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변화된 국제우편 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국제우편 물량 증대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국의 EMS 발송 물량(카할라 회원국으로 발송한 기준)은 최근 3년 사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464만 건, 2020년 477만 건으로 집계됐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1년 330만 건, 2022년 257만 건으로 현저하게 줄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항공편 부족 등으로 서비스가 중지되는 등 각국 간 교류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량이 감소한 건 국내 우편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등 대체 통신수단의 수요가 늘면서 우편 수요가 더 줄어든 까닭이다. 국민 1인당 평균 우편 물량은 2007년 100.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해 2019년 65.9건, 2020년 60.3건, 2021년 57.2건, 그리고 지난해 56.1건까지 줄어들었다. 전국 우편 물량을 보면 2002년 약 55억 건을 기록했던 국내 우편이 2015년 40억 건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29억 건으로 내려앉았다.
우정 CEO들은 유럽연합(EU)의 통관정책 강화 등 세계적 추세에 따른 각 국가의 대응 방안과 전략 등 의제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또 국제우편 수요가 감소하는 국가 간 운송, 통관 등에 상업 채널을 활용하는 신규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김홍재 우편사업단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과 통관정책 강화 추세에 대응해 신규서비스 발굴을 위한 각국 우정당국의 지속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카할라 우정그룹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우리나라 우정사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윤지원 경제부 기자 yjw@kyunghyang.com>